롯데를 망하게 할 스타트업? 투자자의 선택을 받은 기업의 비결
시장전망, BM, 확장성, 스토리와 열정까지… 6개 스타트업 파헤치기
글. 이종훈 롯데액셀러레이터 본부장
필자가 속한 롯데 액셀러레이터에서는 지난 3년간 4기수에 해당하는 L-Camp(롯데 액셀러레이터의 6개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명칭)를 운영하며 70여 개의 기업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선발 때와 달리 예상외로 고전하는 팀이 상당히 많아 안타깝지만, 꾸준히 잘 성장하는 팀 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아이템으로 깜짝 놀랄 성과를 만들어 내는 팀들과도 함께 할 수 있었던 활기찬 시간이었습니다.
2019년에도 L-Camp를 시작하면서, 담대한 도전에 나선 11 개의 팀들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롯데를 망하게 할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약 450여 개 팀이 지원해 주셨으며, 그 가운데 11 개 팀을 선발하느라 저희 내부 임직원 및 외부 심사위원들이 많은 수고와 노력을 들였습니다. 아쉽게도 모든 팀들이 함께 할 수 없음에 죄송한 마음이나, 이번에는 과연 선발된 팀들은 어떤 아이디어와 가능성이 빛났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그 중에서도 현재 소비자들과 접점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6 개 팀들을 소개합니다. 이들은 각각 어떤 기업인지, 향후 해당 시장에서 어떤 성장이 기대 되며, 어떤 부분에서 액셀러레이터와 함께 성장하여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미로 - 마감 할인 식음료 상품 지역 기반 판매/중개 플랫폼
미로는 마감 할인 식음료 상품을 지역 기반으로 판매 중개하는 플랫폼 ‘라스트 오더(Last Order)’를 모바일 앱 형태로 제공합니다. 소매점이 마감 할인 상품을 오후 5시~10시 사이에 등록하면 소비자에게 알림 형태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소비자는 앱을 통해 결제를 하고 소매점에 방문하여 제품을 수령하면 됩니다.
대표는 방송국 PD출신 창업가로, 방송 촬영을 위한 출장에서 창업 아이템을 담아 온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진 팀입니다. 이들이 롤 모델로 삼은 서비스로는 스웨덴의 ‘카르마’와 덴마크의 ’투굿투고’ 등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마감 할인 상품 플랫폼이 친황경 이슈에 있어 선도적인 국가들 가운데 성공적으로 안착해 성장추세에 있다는 점, 이미 검증된 BM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는 미로의 ‘라스트 오더’가 First Mover로 선점 효과를 낼 수 있을 가능성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미로의 서비스는 지금까지 서울 내 800여 개 소매점을 통해 시장 검증을 완료했으며, 롯데 그룹의 GRS(롯데리아 및 레스토랑 운영), 세븐일레븐, 백화점, 마트, 슈퍼 등의 식재료 및 음식 상품을 취급하는 계열사와 긴밀히 협업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팀이라는 점 또한 액셀러레이터가 찾고 있던 아이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식음료 가게 및 기업의 음식물 쓰레기의 절감 등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일 뿐만 아니라, 주머니 사정이 얄팍한 대학생 및 청년층이 비교적 고가의 음식을 저렴하게 맛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친절한 서비스라 애정이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프레시코드 – 샐러드 중심의 HMR 거점 배송(배송지 공유 딜리버리 식음료사업)
프레시코드는 샐러드와 같은 건강 편의식을 온라인으로 사전 주문 받은 뒤, 정해진 거점 배송지(‘프코 스팟’이라 불림)에 무료로 전달합니다. 현재 핵심 상품은 샐러드이며, 샐러드의 경우 주요 재료 70% 이상이 동일하기에 재고 관리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뚜렷했습니다. 또한 선주문 시스템을 통해 식자재 폐기율을 1% 이하까지 낮추는 등 재료 활용 측면에서도 충분히 효율적이라는 점이 친환경 차원에서도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프레시코드의 창업자들은 혼식‧혼밥 문화 및 ‘알 데스코*(Al desko)’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샐러드를 포함하여 남성의 건강식 섭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HMR/건강편의식과 음식배송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샐러드를 통하여 광범위한 지역에 배송지 공유 방식의 유통 서비스로 완전히 자리 잡는 순간, 보다 다양한 종류의 건강 편의식을 유통할 수 있는 거대한 채널로 성장하리라는 기대가 투자 결정의 주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프레시코드는 기존 L-CAMP 기업들과의 높은 협업 가능성도 매력적입니다. 이미 공유 주방 ‘위쿡’을 사용하고 있으며, 계란 등 동물성 재료가 일체 들어있지 않은 식물성 마요네즈를 개발한 ‘더플랜잇’과 함께 보다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3. 코너마켓 - 영유아 중고 의류 위탁판매(C2B2C) 플랫폼
코너마켓은 영유아 중고 의류를 위탁 판매(C2B2C)하는 플랫폼 제공 기업입니다. 코너마켓이라는 서비스는 판매자의 수요 발생 시 약 20~30 벌의 의류를 담을 수 있는 수거용 봉투(코너백)를 판매자에게 배송하고, 이를 택배를 통해 수거한 뒤 검수 및 사진 촬영 등의 작업을 거쳐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하는 위탁 판매 서비스가 핵심입니다.
코너마켓의 투자 결정에는 의류 시장의 최근 흐름에 부합한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의류 리세일 시장을 선도하는 가장 성공적인 업체는 미국의 ‘ThredUP’으로 2017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는데, 이들의 초창기 성장 배경에도 영유아 중고의류가 핵심 품목이었습니다. 그밖에 일본의 유명 중고거래 플랫폼인 ‘메루카리’가 마더스 시장에 상장하는 등 글로벌 패션 리세일(Resale)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영유아 시기의 아이들은 빠른 성장으로 인하여 옷을 구매하는 주기가 짧기 때문에 리세일 패션 시장에 적합한 아이템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향후 타 영유아 제품 또는 다른 연령층의 의류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장 가능성 또한 기대됩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더불어 14세부터 20대 초반으로 이뤄진 ‘Generation Z’의 경우 가성비를 중시하는 문화를 가졌다는 것도 핵심 고려 요소였습니다. 자라(Zara)로 대변되던 Fast Fashion 시대가 지나고 Resale Fashion이 패션시장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으며, 내부적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가 아주 높은 편이라 비교적 빠르게 전략적 투자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준모 코너마켓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의 연쇄창업자로, 그간의 창업 실패 경험을 발판삼아 이번 아이템으로 혁신 생태계에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또한 남매가 함께 각 전문 영역에서 손발을 맞추고 있는 ‘용감한 남매’ 팀인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4. 스티팝 - 글로벌 이모티콘 중개/거래 플랫폼
여러분들은 하루에 이모티콘을 얼마나 자주 쓰시나요? 매번 똑같은, 진부한 이모티콘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스티팝은 전 세계의 수많은 작가들이 만든 개성적인 이모티콘의 거래/중개 플랫폼입니다. 소비자가 구매한 이모티콘은 API가 연동된 메신저인 ‘WhatApp’, ‘Snapchat’, ‘i-message’, ‘G-board’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티팝에서 이모티콘 작가는 본인이 디자인한 이모티콘을 등록한 후 48시간 내에 글로벌 유저에게 판매할 수 있고, 사용자는 구매한 이모티콘을 다양한 메신저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 300여 명의 작가와 8,000여 개 이모티콘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서비스의 완성도와 매력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티팝의 경우에도 가장 매력적인 것은 ‘시장성’이었습니다. 이미 글로벌 이모티콘 시장 규모는 약 1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페이스북도 메신저 중심의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앞으로 얼마나 큰 시장으로 성장 할 수 있을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아바타 이모티콘 ‘Bitmoji’의 경우 글로벌 메신저 Snapchat에 1,100억 원에 인수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이모티콘 거래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이 크게 어필했습니다. 액셀러레이터들은 예상치 못했던 큰 시장 가운데 공격적으로 도전하고, 성장하는 기업들을 늘 반겨 기다리고 있습니다.
5. 나우픽 - 24시 온라인 편의점 배달 서비스
나우픽은 24시간 온라인 편의점이자 즉시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소비자가 모바일 또는 PC를 통해 물품 주문 시 보통 40분 이내로 고객이 원하는 위치에 배달합니다. 아직까지는 강남3구 및 강서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나우픽은 도심물류센터를 구축하여 편의점 보다 다양한 상품을 구성할 수 있고, 점포 구축비용(임대료, 간판, 인테리어 등)이 저렴하다는 등의 장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일명 Dark Store라고 불리는 형태로 해당 지역에 맞는 상품 구성, 물류 및 배송처리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역까지 재빨리 진입할 수 있는 사업 모델입니다.
최근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영역에서 배송 대행이라는 산업이 급성장한 것도 이러한 사업모델의 탄생에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종합해보면,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빠르게 매출과 수익을 만들 수 있는 사업모델이기 때문에, 유통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도 빠른 시간에 많은 지역으로 확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 결정에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특히 시장 차원에서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소포장 및 간편식 수요가 함께 증가하였으며,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구매 선호 성향이 급격히 확산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사업기회로 잡은 점이 특별한 팀입니다. 때문에 거의 모든 심사위원들로부터 최고로 긍정적인 공감을 이끌어 냈습니다.
6. 라이트브라더스 - 프리미엄 자전거 인증/중고거래 플랫폼
라이트브라더스는 프리미엄 자전거 인증 중고거래 플랫폼입니다. 그동안 고급 자전거 중고거래 시장은 커뮤니티 중심으로 형성되고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상품의 상태를 설명한 내용과 그 실제 상품 상태가 서로 다른 경우가 발생하여 소비자들이 전적으로 신뢰하기에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라이트브라더스는 전문 미케닉(mechanic)팀의 비파괴검사(X-ray Scanning) 등 안전하고 검증된 방식의 판매로 소비자 신뢰를 향상시켰습니다. 코너마켓과 마찬가지로 자체 전문적인 검품 역량을 갖춰 중고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고객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시켜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이 최근 중고 시장의 트렌드에 잘 부합하였습니다.
특히 시장 측면에서 향후 전기자전거 대중화와 함께 시장은 더욱 고급화 될 것이며, 단지 기계적인 부분을 넘어 보다 전문적인 검사와 인증이 필요한 영역이 늘어날 것이라는 차원에서 이 기업의 성장성은 상당히 높게 평가되었습니다. 중고거래만으로는 시장이 다소 작을 수 있으나, 라이트브라더스는 향후 프리미엄 자전거 렌탈·리스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러한 확장전략을 통하여 향후 자전거 애프터마켓의 리더로 자리 잡을 것으로 높은 기대를 받은 점이 투자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라이트브라더스의 창업자들은 자전거 동호회 일원으로 만나 의기투합하여, 기존 직장을 정리한 뒤 덕업일체라는 꿈을 좇고 있습니다. 이러한 창업 배경과 더불어 그 열정에 함께 하고 싶은 심리적인 기대감도 크게 어필한 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에서 전임교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롯데액셀러레이터의 투자본부장을 맡고 있다. 기술경영학(MOT)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벤처기업 CFO로도 활동했다. 벤처기업 투자활동과 더불어 스타트업의 혁신, 액셀러레이팅, 벤처투자에 대한 연구 및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