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새벽배송, 그래서 제가 해봤습니다 <물류센터 편>
3PL 만난 새벽배송, 세 가지 서비스로 진화하다?
전문 물류 서비스로서의 새벽배송이 가진 경쟁력, 그리고 가능성
글. 신승윤 기자
새벽배송이 대세라는데, 새벽배송은 전쟁이라는데, 고백합니다. 저는 새벽 내내 술을 마시며 헛소리를 하거나 거리를 배회한 적은 많지만, 배송을 경험해본적은 없습니다. 모름지기 물류 미디어 기자인데 말이죠. 물류센터 까대기나 택배배송, 음식배달까지 다 해봤지만 왜 새벽배송에 관해서는 그저 모니터 앞에 앉아 ‘전쟁이다!’, ‘대기업도 참전!’, ‘물류는 명백한 서비스!’만 외치고 있었을까요. 반성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섭니다.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고 도착한 이곳, 수원에 위치한 콜드체인·새벽배송 3PL(Third Party Logistics) 팀프레시의 물류센터를 찾았습니다.
▲ 짙은 어둠이 깔린 '한솔냉장' 수원센터. 마왕성 아닙니다.
▲ 낮에는 이토록 크고 아름다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 시각 저녁 9시, 야간에도 활발히 돌아가고 있는 이곳.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팀프레시에서 제공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는 오후 10시 주문마감에, 11시까지 모든 상품의 물류센터 입고를 마쳐야 합니다. 11시부터 12시까지는 본격적인 배송을 위해 배차 및 출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부터가 가장 활력 넘치는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품 입고는 오후 5시부터 매 시간마다 고객사의 주문량을 체크해 수시로 이뤄집니다. 제가 만원 지하철을 비집고서 퇴근길에 오를 때, 신선식품 새벽배송은 슬슬 센터를 ‘차갑게’ 달궈 놓고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합니다.
▲ 물류센터 1층 전경. 상품들이 권역별로 차근차근 분류돼 있는 모습입니다.
2,000 평 규모의 콜드체인 물류센터. 냉장·냉동 포장을 마친 식품들이 하차 및 분류되고 있는 센터 1층을 지나, 지하 1층에 위치한 팀프레시의 TFS(TimF Service), OPS(Operation Service) 사업부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에서 송기철 TFS 사업부 책임, 그리고 매달 기고문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양거봉 OPS 사업부 책임을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새벽배송 체험에 앞서 먼저는 이론강의가 시작됩니다. “팀프레시 서비스는 총 3 가지로 분류됩니다”는 송 책임의 말씀. 네? 세 가지라고요?
‘냉장차량’이 간다
첫 번째는 영업용 냉장차량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팀프레시에서는 이를 LFS(Last-mile Fulfillment Service)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는 상품의 출고 이후 단계, 배차부터 분류, 상차, 배송의 역할만을 담당합니다. 팀프레시에서 고객사가 지정한 위치로 냉장차량 배차오더를 내려줌으로써 배송 매니저(차량 기사들을 팀프레시에서는 매니저님이라 호칭합니다.)들이 업무를 지원합니다.
▲ 냉장차량 제공 서비스가 담당하는 업무 영역(출처: 팀프레시)
실제 이 서비스는 하루에 적게는 140여 대 많게는 200여 대의 차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용업체는 대기업부터 대형 이커머스까지 다양한데요. 차량 모집속도가 수요의 증가를 못 따라가고 있다하니, 온라인 식품시장의 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새벽배송 대행 서비스
두 번째는 새벽배송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로, 고객사의 상품을 물류센터로 입고 후 적재부터 분류, 검수, 출고의 과정까지 모두 담당하는 TFS(TimF Service)입니다. 고객사에서 상품의 생산과 포장을 마치고 나면, 이를 팀프레시 측에서 직접 픽업해 고객들의 현관 앞까지 배송해주고 있기에 많은 신선식품 업체들이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상당히 낯익은 상호들(해당 기사는 특정 업체에 관한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사자들은 이 사실을 모릅니다.)
이 서비스는 기존 택배를 활용한 익일 배송 외에 고객에게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으나, 자체적인 물류 시스템 운영이 어려운 업체들에게 효과적입니다. 새벽배송 자체가 서비스로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은 이미 ‘전쟁’이 발발함으로써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스타트업 등 업체 규모가 작거나, 아직까지 주문량이 매우 소수인 경우 새벽배송은 좋은 것은 알겠으나 좀처럼 꺼내기 쉽지 않은 카드가 분명합니다. 어려운데다 경험도 없으니까요.
▲ 고객사의 반품 및 폐기 물량. 이 또한 직접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송기철 TFS 사업부 책임은 “해당 서비스는 당일 입고와 당일 출고를 원칙으로 한다”며 “이 같은 크로스 도킹 형태의 배송은 고객사의 재고 부담을 감소시키고, 여러 고객사의 물량을 한 데 모아 분류 및 검수함으로써 보다 경제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새벽배송 내내 컨트롤 센터를 운영하여 배송 매니저님과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합니다. 배송과 관련해 고객경험을 최우선시 해야만 고객사도 저희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 이 컨트롤 센터가 없었다면 새벽 내내 정말 힘들었을 것입니다….
덧붙여 송 책임은 “배송지마다 분류된 권역별로 배차 및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당 권역은 지역, 인구밀도, 배송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정했습니다. 이는 배송 효율을 위한 것이며, 각 권역마다 전담 배송 매니저님이 계시기에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십니다. 새벽시간에 진행되는 배송이라 각종 애로사항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능숙히 배송을 완수하고 계십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권역 설정을 꾸준히 업데이트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송 책임의 ‘새벽시간에 진행되는 배송이라 각종 애로사항이 많이 발생한다’는 말씀이 어떤 의미였는지. 이 이야기는 <배송편>에서 이어질 예정입니다.
새벽배송을 위한 풀필먼트가 있다?
마지막은 새벽배송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 OPS(Operation Service)입니다. Order Fulfillment Service(OFS)라고도 불리는 해당 서비스는 물류 운영와 관련된 대부분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고객사의 재고를 직접 물류센터 내에 보관 및 관리하면서, 들어오는 주문에 따라 피킹과 패킹, 출고, 나아가 고객 관련 CS업무까지 담당합니다.
▲ 풀필먼트 냉장 챔버 내부 모습. 벽면 전체에 노란색으로 특수 코팅이 돼있습니다. 온도유지 및 화재방지 역할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재고를 보관하는 거대한 냉장 챔버 한편에 눈길을 끄는 구조물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상품 피킹과 패킹에 활용하는 DAS(Digital Assorting System)입니다. 새벽배송 풀필먼트에 알맞은 자동화 장치로서 그 이용방법도 간편하기에 직접 시연해봤습니다.
▲ DAS를 구성하는 다단의 랙(Rack), 4색의 표시등, 바코드 리더기, 그리고 송장 인쇄기
▲ 해당 상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4 종류의 색깔 중 하나를 배정받을 수 있습니다. 와사비마요소스, 너의 색깔 RED.
▲ 배정받은 색깔에 따라 물품을 담아야 하는 바구니 위치에 같은 색깔의 등이 켜지며, 수량이 함께 표시됩니다.
▲ 해당 수량만큼 담은 뒤 버튼을 누르면 다시 등이 꺼집니다. 모든 등이 사라지면 제품에 배정된 색깔이 초기화 돼, 다시 새로운 제품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양거봉 OPS 사업부 책임은 “DAS는 숙련도와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다”며 “이를 이용한 피킹 후 패킹 작업에서도 다시금 수량 검수를 진행합니다. 그 결과 이 단계에서 발생하는 오차는 1/10,000 수준이라 자신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재고를 보관하는 냉장‧냉동 챔버는 자동 온도 관리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신선식품 포장에 활용하는 포장재에 대해서도 고객사 필요에 따라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실제 챔버 곳곳에서 박스와 아이스팩 등 포장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신선식품의 효과적인 포장을 위해 다양한 포장기술들이 개발 및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박스 내부에 부자재를 덧붙인 초기 모델에서부터 온도 유지를 위해 특수 코팅이 적용되거나, 박스 절단면을 최소화해 온도손실을 줄인 모델까지 다양한 포장재들을 만나봤습니다. 고객사마다 상품의 모양도, 크기도, 특징도 다르기 때문에 각자 필요한 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 제시되면 좋겠습니다.
▲ 박스 등 부자재를 챔버 내에 구비하고 있었으며, 필요에 따라 그 형태도 다양했습니다.
‘새벽배송 3PL’의 기준이 되기 위해
송 책임과 양 책임 두 분이 입을 모아 강조하신 내용은 새벽배송 3PL의 경쟁력, 그리고 가능성입니다. 양 책임은 “대형 유통사들이 자체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새벽배송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허나 물량과 차량 모두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를 얼마나 효율적이면서도 유연하게 활용하는지가 관건일 것입니다. 한편 새벽배송 3PL 업체의 경우 오직 물류 업체로서의 매출과 시장 점유율로만 경쟁하면 됩니다. 새벽배송을 필요로 하는 업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들과 동반 성장이 가능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송 책임은 “팀프레시는 고객사가 가진 물량이 아무리 소규모라 할지라도 적극적으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고객사의 성장이 곧 3PL 업체의 성장이기 때문입니다. 필연적으로 동반성장하는 구조기에 배송 서비스 기준을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모든 화물차는 냉장탑차로, 영업용 번호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송 서비스 품질은 물론, 고객들의 배송지 주소 및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에 대해 철저히 관리‧보호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팀프레시는 물류만을 전문으로 하는 3PL의 잠재력을 확실히 살릴 수 있을지 주목해볼만 합니다. 신선식품 관련 유통시장이 성장할수록 새벽배송 3PL은 성장할 것이며, 향후 신선식품 외에 새벽배송을 필요로 하는 모든 상품들까지도 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자, 이제 새벽이 다가왔다
▲ 팀프레시 주임들께서 열심히 배차에 몰두하고 계십니다.
물류센터 이곳저곳을 탐방하며, 관련 에피소드들과 함께 한참을 재미나게 떠들다 보니 어느새 때가 왔습니다. “기자님, 배차 완료됐다 하시는데 이제 출발 하실까요?” 자정이 넘은 시간, 드디어 출발입니다. 저를 위한 새벽배송 물량을 친히 준비해주셨습니다. 정말 다행히 저희 동네 인근에서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고 계십니다. 비록 많은 물량을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배송을 체험하기에는 충분한 양과 다양한 주행코스(?) 및 돌발 상황들이었다고 자체 평가하고 싶습니다. 관련해 <배송편>으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