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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스마트 창고'의 미래 보기

by 한덕희

2018년 05월 29일

유럽최대 물류박람회 LogiMAT2018을 가다

도심형 창고솔루션부터 운반로봇까지, 유럽에서 만난 '스마트물류'

글. 한덕희 레인지로지스틱스 대표

 

Idea in Brief

유럽최대 물류거점 ‘독일’. 그 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최신 트렌드가 모이는 도시인 슈트트가르트(Stuttgart)에서는 매년 유럽 최대의 물류박람회 LogiMAT이 열린다. 독일 현지에 살고 있는 필자가 직접 가봤다. 스마트창고를 만드는 기반 기술들을 잔뜩 보았다. 혼자 보기는 아쉬운 4차 산업혁명의 몇 가지 정보들을 이 자리를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조달부터 생산 및 납품, 운송까지. 최신 물류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물류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유럽 최대 물류박람회라 불리는 LogiMAT이 열리는 슈트트가르트(Stuttgart)는 벤츠와 포르쉐의 고향으로 널리 알려진 도시입니다. 자동차 산업의 고향이라 불리는 도시의 이미지처럼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최신 트렌드들이 매년 이곳에서 수많은 기업들에 의해 선보여집니다. 매년 전 세계 3~4만 명이 이 박람회를 방문할 정도로 큰 규모로 열리는 국제 박람회이기도 합니다.

 

독일은 유럽 물류에서 특히 상징성을 갖는 나라입니다. 2017년 기준으로 유럽 물류시장규모는 약 1조 3천억 유로(약 1,729조 7,540억 원)에 달하며, 그중 독일(28%), 영국(13%), 프랑스(12%), 이탈리아(9%) 순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는 독일이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인프라 구축 및 물류 기술 측면에서도 국제적으로 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10대 물류기업 중 3개 업체(DHL, 퀴네나겔, DB쉥커)가 독일기업이라는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이번 LogiMAT2018의 주제는 ‘인트라 로지스틱스(Intra Logistik)’였습니다. 물류 프로세스의 효율화, 제조공정 최적화 등 비용절감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제품, 시스템과 솔루션이 선보여졌습니다. 총 4개(데이터 처리를 위한 자동화 및 제어 시스템, 웨어하우징 및 운영 장비, 창고 및 생산제어·로봇, 포장·계량·측정의 효율화)의 주제로 12개관이 열렸습니다.

 

독일은 물류를 크게 운송(Transport Logistik)과 창고(Lager Logistik)로 구분합니다. LogiMAT에서 선보여진 장비 중 상당수가 ‘창고’ 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입니다. 아무래도 독일 현지에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필자이기에, 제 눈길 또한 창고 쪽으로 쏠렸습니다. 이번 기고를 통해 필자가 LogiMAT에서 만난 장비 중 인상 깊었던 것들을 몇 가지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① 프로시스템 : 포장 전 과정의 자동화

독일업체 프로시스템의 ‘자동패킹머신’. 포장 전과정을 자동화한 장비다.

 

창고의 효율화는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그 중 ‘포장’ 공간을 줄일 수 있는 설비가 있다면 참 매력적일 것입니다. 독일업체 프로시스템(Pro System)이 제작한 이 자동패킹머신은 박스를 펼치고 제품을 상자 안에 넣고, 박스 크기를 고정시키고 마감 테이핑까지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기기입니다. 시간당 400개의 포장이 가능하며, 박스크기와 상관없이 다양한 제품 포장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설치비’였습니다. 생각보다 설치비가 저렴하여 중소업체 입장에서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기존 수동으로 박스를 포장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상당부분 줄여주기 때문에 포장인력을 ‘피킹’과 같은 다른 업무에 투입시킬 수 있게 됩니다. 박스테이핑을 하는 데 들어가는 테이프 양을 기존 대비 50% 이상 줄일 수 있어 부자재에 쓰이는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독일에서는 많은 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는 포장기기이기도 합니다. 최신 기술이 넘치는 LogiMAT에서는 그렇게 최신설비는 아니지만, 중소 이커머스 물류업체에게 있어서는 가장 필요하고, 또 매력적인 솔루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② ULMA : 흡창기로 피킹을!?

필자가 이번 박람회에서 눈여겨본 기술은 단연 ‘피킹’이었습니다. 기존 물류센터에서 랙에 보관된 제품들을 피킹하러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사라집니다. 피커(Picker) 운영비용은 물류센터 운영비에서도 꽤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것을 크게 줄여줄 수 있는 솔루션인 것입니다. 피킹랙에 있는 피킹카트가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사람을 지원하거나(GTP: Goods To Person), 흡착기가 달린 피킹머신이 제품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방식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후일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한 피킹로봇의 보급이 안착된다면, 물류센터의 모습은 분명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흡착식 피킹 장비 중, 스페인회사 ULMA의 흡착식 피킹머신을 공유합니다. RFID와 바코드 스캔을 통해 상품을 피킹하는 장비입니다. 흡착식 그리퍼를 이용하기 때문에 소형제품 및 다각도 피킹이 가능한 것이 장점입니다. 단점이 있다면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제품은 피킹이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③ 반더란드 : 통합피킹 솔루션으로

앞서 ULMA가 흡착식 피킹머신을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피킹을 위한 통합 솔루션입니다. 네덜란드 회사 반더란드(Vanderlande)가 만든 이 솔루션은 ‘시스템’과 ‘랙’, ‘흡착식 피킹머신’을 하나의 솔루션으로 통합 운영할 수 있습니다. 창고 재고관리부터 피킹까지. 소규모 이커머스 사업자를 위한 토탈 솔루션으로 강조됩니다. 제품 SKU 등록부터 창고배치(Stacking)까지 전 과정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주문 이후 모든 피킹 프로세스는 ‘로봇’이 처리합니다. 이 로봇들은 피킹할 때 자동으로 ‘제품 사이즈’를 측정하여 치수에 맞는 상자를 따로 분류해주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창고 자동화를 만드는 장비입니다.

 

좀 아쉬웠던 것은 이 솔루션의 ‘투자비’였습니다. 소형업체를 운영하는 필자의 사견으로 ‘소형업체’에게 적합하다고 하는 이 솔루션의 가격과 유지비는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소형 이커머스 사업자보다는 어느 정도 규모를 만들어놓은 이커머스 업체가 사용하기에 더 적합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솔루션에 투자할 돈만 있다면 기존 창고공간을 훨씬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④ 엘리먼트로직 : 도심형 창고 솔루션

독일 엘리먼트로직(Element Logic)의 자동화 창고 솔루션입니다. 이를 도입하면 기존 사용공간의 80% 이상을 절감(Save)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공간효율화와 함께 빠른 작업처리가 강점입니다. 쉽고 빠른 확장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필자 생각으로는 이커머스 업체의 물류센터보다는 많은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도심형 물류센터에서 활용하기 적합한 솔루션으로 보입니다. 기계의 소음이 적고 전력소모가 적기에 경제적인 것도 장점으로 부각됩니다.

⑤ 클래직맷 : 스칸디나비아 감성의 수직 리프트

덴마크업체 클래직맷(CLSSICMAT)은 수직 리프트를 활용한 자동화 창고 및 피킹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보관공간과 피킹공간을 효율적으로 분배, 활용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기존 공간을 8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수직 모듈 설치가 강점이며 쉽고 빠른 확장이 가능하고, 유지보수비도 적게 듭니다. 특히 크고 무게가 나가는 상품들의 보관과 피킹에 유리하다고 합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디자인이었는데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로 디자인감각까지 살려 개발한 솔루션이라고 합니다.

⑥ 로보타이즈 : 스스로 학습하는 ‘팔레트 운반로봇’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장비는 덴마크회사 로보타이즈(Robotize)의 팔레트 운반로봇입니다. 팔레트 운반을 자동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류센터 내부 운영을 최적화하는 데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유휴·활성화시간, 부하가 있는 거리, 픽업대기시간과 같은 주요수치를 수집하여 로봇 스스로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가령 이 로봇은 기존 팔레트가 빈번하게 이동하는 루트를 스스로 학습해 팔레트의 효율적인 이동경로를 추천해줍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정하여 운반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스마트’한 물류센터를 만들어주는 장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4시간 작동이 가능하며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스스로 충전을 하기도 합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임금이 높은 국가의 경우 이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6~12개월 내에 투자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류센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존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와 연동하여 자사 물류센터의 공간특성이나 업무프로세스(Work Flow)에 맞춘 온디맨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강점입니다. 기존 물류시설이나 업무프로세스를 변동할 필요 없이 하루면 설치, 사용이 가능합니다.

 

물류의 미래를 보다

 

LogiMAT 현장에서 만난 독일 대표 물류기업 DHL 관계자는 “물류산업에서 로봇공학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며 “이미 첨단 로봇들이 일부 물류센터에서 활용되고 있으나, 이는 전체 창고의 10% 수준도 안 되는 상황”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앞으로 더 확산될 ‘트레일러 및 컨테이너 언로딩’, ‘고정식 품목 피킹로봇’, ‘자동화피킹 시스템’, ‘온디맨드 포장’, ‘택배로봇’, ‘드론’ 등의 기술적용이 눈앞으로 다가온 물류의 미래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커머스의 빠른 성장으로 물류 시장도 그에 맞춰 변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물류의 특징은 많은 SKU와 비교하여 적은 물동량(다품종 소량)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기존 거대한 물동량을 한 번에 옮기는 방식의 전통물류와는 운영에 차이가 있습니다. 앞으로 물류의 미래는 이런 산발적인 수요에 대처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점점 진화하고 있는 물류의 흐름에 맞게 인프라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한 창고는 물류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촉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류 효율화에 대한 고민들이 모이고 모여 지금처럼 새롭고 다양한 기술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한덕희

서강대 졸업 후 이모션을 거쳐 이커머스 전문기업 NHN고도소프트에서 본부장을 지냈다. 그러던 중 무역과 물류 시장에 푹 빠져 유럽으로 넘어와 현재 유럽항공물류의 중심도시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커머스물류 전문회사인 레인지인터내셔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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