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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 ‘물류’ 뭣이 중헌디... 모빌리티 혁명이 온다!

by 박대헌 기자

2018년 03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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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모빌리티라고도 불리는 모빌리티는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 정책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화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해마다 스마트모빌리티 국제 컨퍼런스를 열고 있으며, 나아가 공유자전거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업체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그린카, 럭시, 쏘카, e버스, 풀러스, 카카오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기업 6社는 ‘스마트모빌리티 포럼’을 창립하고 모빌리티 산업 발전을 위한 정기적인 협력 및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 발표했다. 어느덧, 스마트모빌리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이곳’의 이야기가 됐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낸 이가 있다. 의대 출신의 미래학자라는 독특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이다. 정 교수는 저서 <거의 모든 것의 IT 역사>, <거의 모든 것의 인터넷 역사> 등에서 알 수 있듯이 IT에 정통한 미래학자다.

 

정 교수는 <미래 자동차 모빌리티 혁명>라는 이름의 저서를 지난해 9월 출간했다. 미래학자로 불리는 그가 모빌리티를 새로운 아젠다로 꺼냈다. 정 교수는 모빌리티야말로 IT의 이야기이며,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라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모빌리티의 미래는 무엇일까. 그리고 모빌리티의 미래 속, 물류기업과 물류 서비스는 어떻게 변할까. 정 교수를 직접 만나 그 물음에 답을 얻고자 했다. 

 

모빌리티가 ‘플랫폼’ 될 것

 

정교수는 스마트 모빌리티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로 ‘전기차’, ‘자율주행차’, ‘공유자동차’를 꼽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빠르게 비즈니스 모델을 일궈낸 분야가 공유자동차이다. 대표적인 사업자로는 우버가 존재한다. 정 교수에 따르면 공유자동차 업체들은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설명하여 자율주행차 시대의 플랫폼을 공유자동차 업체가 개발한다는 것이며, 자율주행차가 ‘플랫폼’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저서에서 자율주행의 미래가 ‘안드로이드’처럼 될 것으로 예견했다. 자율주행차 내지는 자율주행기술이 개방적인 플랫폼이 돼 그 속에서 다양한 업체들이 서비스를 경쟁할 것이라 내다본 것이다. 정 교수는 동시에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가져가는 기업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정 교수는 그 예시로 독일의 다임러(Daimler AG)와 중국의 모바이크(Mobike)를 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로 유명한 다임러는 카투고(Car2go)라는 카쉐어링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또한 동시에 자체 제작한 차량인 ‘스마트 포투(Smart ForTwo)’라는 2인승 차량을 카투고 서비스에 공급하고 있다. 중국의 공유 자전거 업체인 모바이크 역시 마찬가지다. 공유자전거 서비스에서 사용되는 자전거를 모바이크가 자체 제작함으로 가격 경쟁력과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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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임러의 카투고(Car2go)에서 이용 가능한 스마트 포투 차량

 

정 교수는 저서를 통해 공유자동차 업체가 서비스하는 방식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 개인 소유의 차를 사업자 서비스로 연결시켜주는 ‘라이드헤일링(Ride Hailing)’, 사업자가 소유한 차를 개인에게 시간 단위로 공유하는 ‘B2C 자동차 공유’, 개인 간에 서로 차량을 공유하게 만드는 ‘P2P 자동차 공유’,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 서비스 되고 있는 ‘라이드쉐어링(Ride Sharing)’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구분은 종국에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소비자로서는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이용이 편리한가’가 더 중요한 이슈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라는 규정으로 공유자동차 서비스의 전면적인 확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동일법인 제81조 제1항 1호에 따로 명기된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한한 유상운송이 가능하기에 그 틈을 비집고 사업을 하는 이들이 존재할 뿐이다. 국내에서 공유자동차 서비스가 ‘출퇴근 시간에 한정한 카풀’ 영역에서 탄생하는 이유다. 최근 ‘선택 시간제 서비스’를 공개하여 논란을 겪고 있는 ‘풀러스’, 몇 해 전 불법논란을 겪기도 한 우버코리아의 ‘우버쉐어’가 대표적인 서비스다. 하지만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공유자동차 업체들 역시 규제로 제한된 현재 시장이 아니라 훨씬 더 큰 시장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흐트러진 여객과 물류의 경계, 패권은?

 

정 교수에 따르면 공유자동차 시장에 제조, IT를 막론하고 여러 산업의 경쟁자들이 진출하고자 하는 이유는 ‘플랫폼’의 가능성 때문이다. 그리고 플랫폼의 관점으로 공유자동차 서비스를 생각하면, 꼭 ‘사람의 이동’이라는 성격에 제한될 필요는 없다. 모빌리티 인프라 속에서 다른 무엇이든 이동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빌리티와 결합되는 대표적인 서비스가 ‘물류’이며, 그 모습을 보여주는 기업이 ‘우버’다. 정 교수는 우버택시 기사가 생활용품 배달을 하는 서비스인 ‘코너스토어(Corner Store)’를 예시로 들면서, 모빌리티를 매개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결국 국내에서 ‘교통’으로 불리는 여객운수사업과 ‘물류’로 일컬어지는 화물운수사업이, ‘모빌리티’라는 하나의 비즈니스로 통합된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이렇게 ‘통합될 시장’을 장악하는 이는 물류가 아닌 IT업체가 될 것으로 보았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의사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은 IT생태계의 생존을 위한 경쟁력으로 일컬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이터’와 ‘인공지능’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그것을 가지고 경쟁하고 있던 IT업체들을 후발주자인 물류업체가 뒤엎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특히 데이터 중에서도 소비자 데이터를 폭넓게 가지고 있는, 소비자와 맞닿아있는 IT업체가 미래 모빌리티의 패권을 움켜질 수 있다.

 

물론 일반 소비자가 주요 고객인 IT업체가 굳이 ‘물류시장’까지 진출할 필요가 있냐는 물음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단호히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물류 자체로는 IT업체와는 무관할 수 있다. 그러나 물류 서비스의 최종 수요는 ‘일반 소비자’다. 즉 수요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물류에서 파생되는 데이터와 비즈니스 기회는 IT업체에게도 중요하게 인식된다는 설명이다.

 

모빌리티도 연결이 만든다

 

정 교수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의 핵심은 ‘매치 메이킹’이다.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접근성을 제공하면서, 수요와 공급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모빌리티 역시 그것이 ‘사람’이냐 ‘화물’이냐와 무관하게 매치 메이킹 비즈니스를 만들어 낸다는 게 정교수의 주장이다.

 

정 교수는 매치 메이킹 비즈니스에 있어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총체적 경험’이라고 했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소비자의 총체적 경험을 일정 수준으로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는 빠질 수가 없다. 택배의 문제가 판매회사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처럼, 모빌리티 서비스는 소비자 경험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정 교수는 말했다.

 

그런데 정 교수는 IT업체 단독으로 모빌리티 시장에 들어가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당장 모빌리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에서 학습해야 하는 것도 많고, 비용 역시 적지 않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IT업체는 제조, 물류 등 여러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생태계 구축하거나 M&A를 통해 간접적으로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예측이다.

 

나아가 정 교수가 보기에 아직까지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눈에 띄는 IT업체가 없는 까닭은 ‘규제’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까지 산업 간 ‘칸막이 규제’가 강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로 인해 혁신서비스를 가지고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려는 플레이어들을 막고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물류에게 모빌리티란

 

그렇다면 향후 모빌리티 시장에서 기존 물류 업체들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 정 교수는 저서에서 자율주행차의 첫 번째 고객은 ‘운수 사업자’ 또는 ‘공유 자동차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업체의 주요 비용이라 할 수 있는 주차비와 인건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기존 물류업체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아 보일 수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입장이다. 당장 가격 경쟁력에서 유의미한 격차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모빌리티가 물류산업에 빠르게 도입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가령 국내 택배시장 같은 경우는 기존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굉장히 높다. 오래도록 택배단가는 내리막길을 달렸다. 나아가, 지입기사 시스템으로 인해 차량관리비용 역시 기사가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정 교수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래에는 상황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그 첫 번째 이유로 자율주행과 관련된 비용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가 커지고, 수요가 늘어나면, 그에 따라 생산비용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 예로 전기차에 필수적인 배터리의 경우 대량 생산으로 인한 단가 절감이 배터리의 상용화에 큰 기여를 했다. 이와 같은 변화가 모빌리티 기술에도 적용되리라고 정 교수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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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터리 가격 하락 추이 

 

두 번째 이유는 ‘인건비 인상’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정책은 그 자체의 ‘옳고그름’과 무관하게 기업의 자동화 투자를 더욱 가속화시키리라고 정 교수는 말했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인간-석유차 시스템’은 가격 경쟁력에서 ‘무인-전기차 시스템’을 상대하기 어렵게 된다. 그때가 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기업들이 스스로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모빌리티 기술과 서비스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아가, 정 교수는 물류의 가격체계 역시 지금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았다. 택배비를 예를 들면, 화주의 물량에 따라 단가 변동은 있었어도 택배의 건당 비용이 달라지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마치, 택시의 기본료처럼 ‘규격화’된 단가였던 것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향후 동적가격조정이 화물운송 서비스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이 일정하지 않은 가격체계로 변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가 화주 입장에게는 불리할 수 있으나, 이동 서비스를 소비하는 이와 공급하는 이 사이에는 상호간에 이익이 되는 가격체계가 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모빌리티가 만드는 온디맨드

 

이는 기존 공급자 중심으로 결정되던 이동 시스템이 물류 서비스의 최종 수요자인 ‘소비자 중심’으로 바뀐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이동 시스템만큼 공급자 위주로 짜인 에너지 시스템 역시 수요자 맞춤형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동 시스템은 그 변화가 에너지보다 더욱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결국 그것이 IT기업이든 물류기업이든, 소비자에서 비롯되는 수요를 충분히 붙잡을 수 있는 기업이 모빌리티 시장의 선도업체가 될 수 있다. 그 중 하나로 정 교수는 커머스 업체, 그 중에서 신선식품 커머스에 대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선식품의 경우 제품 퀄리티를 관리하기 위해 직접 물류를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서비스가 볼륨이 커져서 배송 네트워크가 확장된다고 가정하자. 이들 신선식품 커머스는 소비자 접점에 있는 인터페이스와 데이터를 갖고 있기에 향후 강력한 모빌리티 플레이어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이렇듯 여객과 화물의 경계가 사라지는 ‘모빌리티’ 시대다. 서비스를 공급하는 체계도, 이에 대해 가격을 지불하는 방식도, 나아가 기존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플레이어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정 교수가 말하는 변화가 이뤄진다면, 그때의 시장은 여객운송시장도, 화물운송시장도 아닌 전혀 다른 무엇이 나타나있을 것이다.



박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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