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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연휴 뒤 폭발한 물량, 이커머스의 대응법은

by 김정현 기자

2017년 10월 12일

▲ 사진 출처: the_ergo instarix

 

길고 긴 10일간의 연휴가 끝났다. 몇년 만에 한 번이라는 황금연휴였다. 이처럼 긴 연휴가 끝나고 나면 유독 바빠지는 데가 있다. 바로 ‘물류’다. 

 

일반적으로 일주일 중 이커머스 업체가 가장 바쁜 요일은 월요일과 화요일이다. 주말에 쌓인 주문건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말은 이틀이다. 그런데 이번 연휴는 자그마치 10일이었다. 휴일이 길어진 만큼 처리해야 할 주문량도 증가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연휴 기간에 상품을 주문했다. 덕분에(?) 지난 10일부터 이커머스 물류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렇다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불어난 연휴 물량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 연휴가 끝난 후 물류의 모습.jpg

 

물류 처리량 파악과 스케줄 관리

 

이커머스 물류가 할 일은 첫째, 물류 처리량(Capacity)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따라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커머스 업체는 자체적으로 하루에 얼마만큼의 출고 처리를 할 수 있는지 그 최대치를 파악해야 물량이 급증할 때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이번 연휴가 끝나고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가 처리한 하루 물량은 평소에 비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배까지 늘었다. 이 많은 물량에 대응하는 방법은 업체의 규모나 일일 처리량, 가용 인력 등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최대로 출고할 수 있는 물량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대응책을 짠다는 점만큼은 같다.

 

가령 규모가 작은 소호몰은 물류를 처리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다. 때문에 물류 처리 인력을 많이 고용해도 하루에 출고할 수 있는 절대량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이커머스 업체는 이러한 자사의 특성을 고려해가며 최대 가용 인원과 최대 포장량을 사전에 산정하고 주문서의 양과 대조하며 스케줄을 짜야만 한다.

 

컨설팅 업체 아스트라페의 박종윤 대표는 이번 연휴와 같은 비상기간에 물류 스케줄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강조한다. 박 대표는 “물류 대란이 예상되면 먼저 스케줄부터 다시 잡는다. 예를 들어 정상 출근이 9시이고 보통 동대문에서 사입해 오는 물건이 새벽 7시에 도착한다면, 비상기간에는 출근 시간을 앞당기거나 인력을 재배치하여 물건이 입고되는 시점부터 피킹과 포장이 가능하게 스케줄링 한다. 하루 한 번 송장을 뽑던 것을 3번까지 늘릴 수도 있고 이용하는 택배사에 더 큰 픽업차량을 요청하거나 픽업 횟수를 늘릴 수도 있다”며 “어떻게 보면 당연해 보이는 대비책이지만 이조차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물량을 처리하는 업체들이 상당하다. 작은 스케줄링이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아스트라페의 한 사업부인 여성 속옷몰 컴온빈센트는 연휴 전부터 물류 스케줄링에 들어갔다. 배송 박스를 접어놓거나 스티커를 부착해놓는 등 연휴 전에 미리 할 수 있는 작업과 그렇지 않은 작업을 사전에 파악해 연휴 후 물량 처리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실제 컴온빈센트는 건물 3개 층에 가득 찰 만큼 미리 박스를 만들어 연휴 후 급증하는 물량에 대비했다.

 

예상되는 물량의 증가량이 업체의 최대 처리량을 훨씬 뛰어넘을 경우에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찾아야 한다. 여성 구두몰 트라이문은 최근 물량이 급증한 데다 연휴 이후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 것을 대비해 연휴 전에 별도의 물류 공간을 확보해뒀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사무실에서 물류를 처리했으나 일일 출고량이 증가하면서 별도의 물류 공간이 필요해진 것이다. 시간을 두고 공간을 천천히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이번 연휴에 대비해 준비시기를 앞당겼다는 게 트라이문의 설명이다.

 

현장지원? 도급업체? 인력수급계획

 

처리량을 파악한 뒤에는 이에 따르는 인력수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존 물류 담당 인력으로 물량을 다 처리할 수 없을 것 같으면 미리 임시 물류 인력 보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많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비상기간 동안 다른 업무를 하는 인력 전부나 일부를 물류 업무에 투입한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현장지원’이다.

 

국내 남성복 쇼핑몰 토모나리 박이성 차장은 “연휴가 끝나고 내보내야 할 물량은 줄일 수는 없다. 때문에 줄일 수 있는 다른 업무를 간소화하고 물류 투입가능 인원을 최대화하여 물류 정상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며 “원활한 현장지원을 위해 사무실과 물류 현장은 가까운 것이 좋다. 그래야 현장에서 인력이 부족하면 바로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내 인력으로도 늘어난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면 외부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품질 관리(Quality Control)가 어려울 수 있다. 급하게 도급업체를 통해 인력을 수급하게 되면 어떤 사람이 업무에 투입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사랑 트라이문 대표는 “작년 12월 급증한 물량 처리를 위해 인력사무소로부터 외부 인력을 고용했는데 중국인 아주머니가 오더라. 한국어가 서툴러 송장을 잘못 붙이기도 하고 포장도 엉망으로 해 고객 컴플레인이 증가했다. 말 그대로 혼란 그 자체였지만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트라이문은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 대비하여 백(Back)단의 프로세스를 수정했다. 전체 업무 프로세스 가운데 자동화가 가능한 부분을 자동화해 사람이 3시간 하던 일을 2시간 30분으로 단축한 것이다. 김 대표는 “올 한 해 운영 관련 기능을 수정해온 덕분에 이번 연휴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계속 운영적인 부분들을 고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긴 연휴, 재고관리는 어떻게?

 

그런데 최대 물류 처리량 파악과 인력 확보에 앞서 더 중요한 게 있다. 재고관리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 재고가 없으면 인력이 아무리 많아도 물건은 출고되지 못 한다. 때문에 이번처럼 긴 연휴를 앞두고 사전 수요예측을 통한 적정재고 보유 및 재고관리는 필수적이다. 제조부터 판매까지 자체적으로 하는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재고관리가 쉽다. 그러나 커스텀 상품을 판매하거나 동대문 혹은 타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소싱해 판매하는 업체의 경우 연휴가 길어지면 재고관리가 어려워진다.

 

연휴가 끝나면 너도나도 잘 팔리는 상품을 대량 발주한다. 그러나 상품 공급업체의 하루 생산량은 한정돼 있다. 동대문 소매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소매점은 매장에 재고를 많이 보관하지 않는다. 주문이 들어온 당일 공장에서 물건을 받아 이커머스 업체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한 이커머스 업체가 어느 상품을 많이 팔았다고 해서 재고를 우선적으로 주는 것도 아니다. 소매점은 거래처별로 물량을 분배한다. 소위 말하는 ‘물량 찢기’다.

동대문

▲연휴 후 재고 확보가 어려운 동대문 상품의 경우 연휴 전에 수요예측을 통해 재고를 많이 보유해 놓는 것이 물류 대란을 막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연휴 시작 전 몇 주 동안 판매 추이를 분석하고 사전 발주를 하여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모나리의 박 차장은 “부족한 것보다 오히려 재고를 많이 보유해두는 것이 좋다”며 “ 때문에 잘 판매되는 상위 상품은 연휴 전에 안전재고를 미리 보충해뒀다”고 설명했다.

 

수요예측이 어렵다면 사전에 고객에게 배송일이 늦어질 거라고 공지하는 방법도 있다. 일례로 트라이문은 이번 연휴기간 동안 ‘기획상품’을 마련했다. 해당 상품은 고객이 주문하면 16일부터 출고되는 예약주문 상품이다. 이러한 상품에 대해서는 배송처리 날짜를 미룰 수 있기 때문에 트라이문은 연휴 이후 폭발한 물량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었다. 물론 해당 기획상품은 배송이 늦게 이뤄지기 때문에 마진률은 낮게 책정했다.

▲ 트라이문 홈페이지

 

CS, 신뢰를 확보하는 비결

 

이커머스에서 CS(Customer Service)는 물류와 떼어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10일간 쌓인 물량을 하루 안에 출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유난히 길었던 이번 연휴에는, 대형 소호물조차도 연휴 기간에 들어온 주문건을 출고하고 물류를 정상화하는 데 최소 이틀 이상을 소요했다. 이처럼 출고가 늦어질 경우 사전에 현황을 파악하여 고객 대응에 나서야 한다.  

 

아스트라페의 박 대표는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고객 컴플레인이 ‘언제 물건이 도착하는가?’라고 설명한다. 고객은 물건을 늦게 받는 것보다 배송 예정일을 알 수 없다는 것에 더 큰 불만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 여성쇼핑몰 T업체는 이번 연휴가 끝난 뒤 배송이 하루라도 지연되는 모든 고객에게 전화와 문자로 배송 지연 공지를 했다. 고객 컴플레인이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적극 대응한 것이다. T업체 물류 관계자는 “CS에는 인력과 공수가 많이 들어가지만 이를 소홀히 하면 고객을 잃을 수 있다”며 “따라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언제쯤 출고될지와 함께 택배사의 상황을 파악하여 정확도 높은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휴 전에 정확한 수령가능일과 출고일 공지도 중요한 고객 응대 중 하나(사진: 컴온빈센트)

 

고객 응대를 할 때는 이커머스 업체의 일일 최대 배송량과 외주업체 및 제조사에서 들어오는 입고량(재고) 파악, 그리고 CS 대응 삼박자가 들어맞아야 한다.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다. 각각의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 사이에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유돼야만 상담원이 고객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아스트라페의 박 대표는 “주문 순서에 맞춰 당장 출고할 수 있는 주문건과 며칠 후에 나가는 주문건을 분류하고 이러한 분류에 따라 미리 고객에게 카톡이나 문자를 보내는 것도 고객 컴플레인을 줄이고 고객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특히 소호몰의 고객들은 운영자의 브랜드를 보고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뢰가 한 번 깨지면 고객이탈로 직결될 수 있다”며 “때문에 고객과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철저한 사전 작업이 필요하고 때로는 일부를 포기하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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