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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물류 마무리] 네거티브의 시대가 다가온다

by 엄지용 기자

2017년 09월 13일

[연재] 여객물류 특집

 

자전거 물류, 공유경제 물류, 지하철 물류, 전세버스 물류. 이 모든 사업의 공통점은 현행법상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거나,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령 자전거 물류는 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친환경 운송수단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없으면 국내에서 태동하기 어렵다. 일반 대중의 이동 경로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경제 물류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하철 물류는 ‘국민 세금의 영리사용’과 ‘실버 일자리 창출’ 사이의 미묘한 경계에 놓여있다. 전세버스 물류는 위법소지가 다분해 유권해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신사업 실행 이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자 시장에 진입했다가 유권해석이 바뀌어 피해를 입고 심지어 폐업 위기에 몰린 스타트업들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하는 정부 입장에서 어느 한 쪽에 치중해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최소한 ‘이것은 하고, 이것은 하지 말라’는 명확한 규정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은 생긴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많은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가 아닌 법 공부에 힘을 쏟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오래전부터 IT·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정부가 현행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네거티브 규제란 쉽게 말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고 나머지는 전부 용인하는 규제 방법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실행하기 위해 네거티브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말은 예전부터 나왔지만, 실상 이러한 목소리는 허공의 메아리로 흩어졌었다.

 

그런데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정부가 네거티브 규제로의 변화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지난 7월 25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이 확정됐으며, 거기에는 4차 산업혁명 확산을 위한 ‘네거티브 규제 도입’도 포함됐다. 신산업 창출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 없이 신사업 테스트를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고, 네거티브 규제를 원칙으로 삼아 기존 규제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전기차·수소차와 같은 친환경 운송수단의 획기적 도입과 고부가가치·융복합 서비스로 ‘공유경제’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정부는 오는 18년까지 ‘공유경제 종합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공유경제, 여객을 이용한 물류는 예전부터 회색지대에서 보편적으로 이용돼왔었다. 카카오택시를 통해 화물을 운송한 경험이 있는 한 택시기사는 “카카오택시를 통해 단거리 운송을 요청하는 고객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기사 입장에서 손님이 많지 않은 유휴시간에 화물운송 요청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서류나 혈액과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택시로 화물운송은 불법이나, 암암리 횡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택시기사들 사이에선 (낮 시간과 같은 손님이 없는)특정 시간에 물류를 허용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자전거, 지하철, 버스 등 여객운송수단을 물류로 활용하고자 했던 업체들의 도전 또한 새로운 시도가 아닌 예전부터 있었던 수많은 도전의 연장이었다. 다만 달라진 것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찾아온 서비스를 해석하는 관점의 차이일 뿐이라 볼 수 있겠다. ‘인프라 공유’의 시대는 물류산업에도 그렇게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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