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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의 말은 어떻게 국내로 들어왔을까

by 김정현 기자

2017년 09월 09일

부르, 애견, 물류, 해외

(자료: 이누구 ㅣ 모델견: 부르)
 

정유라가 독일에서 타던 말 ‘라우싱’이 지난 6월 국내에 들어왔다. 삼성이 정유라에게 건네줬다는, 수억 원이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말이다. 정유라는 국내에서 해외로 애완견 15마리를 운송하는 데도 약 6천만 원을 썼다고 알려졌다. 마리당 약 400만 원 꼴이다. 몸값이 수억 원을 호가하는 말과 반려동물들 모두 살아있는 생(生)동물들이다.

 

일반적으로 화물은 화물기롤 통해 이동한다. 사람은 여객기를 탄다. 그러나 생동물의 경우는 어떨까. 동물이 직접 출입국 심사를 받고 비행기를 타서 해외로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반려동물,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돌고래와 판다, 정유라의 말은 어떤 과정을 거쳐 해외로, 혹은 국내로 이동하는 것일까.

 

반려동물 해외 운송, 여객이냐 화물이냐

 

국경을 넘나드는 동물의 숫자는 전 세계적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출국 시 주인과 동반 탑승하는 반려동물도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주인이 먼저 출국하고 나중에 동물만 따로 보내지는 경우도 있다. 가령 한국에서 군생활(?)을 마친 미군의 군견이 다시 미국으로 운송되는 경우가 그렇다.

 

현재 KLM항공을 비롯한 외국 항공사뿐 아니라 국내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반려동물 동반탑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소형견의 동반탑승만 가능했다면,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동반 출국 사례가 늘면서 동반탑승 반려동물의 허용 무게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을 해외로 데리고 나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반려동물과 동반탑승하거나 화물로 보내거나. 우선 첫 번째 방법을 살펴보자. 반려동물과 동반해 비행기에 탑승하려면 최소 수개월의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목적지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입국 시 필요한 서류 준비, 예방접종 등에 3~5개월이 소요되는 게 보통이다. 서류 준비가 완료되면 출국 당일 공항 검역소에서 검역을 받고 항공권 예매 시 반려동물 동반탑승 여부를 알려야 한다. 항공기에 탑승 가능한 반려동물의 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객기에 탈 수 있는 반려동물의 부피와 무게는 정해져있다. 이를 초과할 경우 화물로 분류돼 따로 보내진다. 실제로 해외로 보내지는 반려동물의 대부분은 화물로 분류돼 운송된다. 또한 부득이 화물로 보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생동물 국제운송 대행사인 엑스포라인(Expoline) 관계자에 따르면, 영국과 호주, UAE 등의 국가에는 여객기에 동물을 태워 데려갈 수 없으며 오로지 화물을 통해서만 동물 입국이 가능하다.

 

반려동물을 개별 화물로 보내는 경우에는 대행업체에게 필요 절차를 위탁하기도 한다. 국내에도 생동물 해외물류를 대신 해주는 업체들이 있다. 화물로 동물로 보내기 위해 필요한 절차엔 무엇이 있을까. 국가마다 요구사항은 조금씩 다르지만, 반려동물은 마이크로칩 검사, 광견병 항체 혈액 검사 등을 받아야 하며, 수입허가증도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광견병 발생국이다. 따라서 항공 물류 기준이 광견병 비발생국(전 세계적으로 광견병 비발생 국가는 몇몇 섬나라밖에 없다.)보다 까다롭다. 이를 위해 고객은 평소 이용하는 동물병원에서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고 서류를 떼야 한다. 그러나 일부 병원에서는 통관에 필요한 서류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대행업체가 병원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화물을 해외로 보낼 때는 포워딩 업체가 화물의 무게와 부피에 따라 견적을 달리 책정한다. 대부분 하루면 견적을 받을 수 있고 수일 내로 선적할 수 있다. 그러나 생동물 운송은 상황이 다르다. 구비해야할 서류가 많을뿐더러 정책상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후 일정 기간 이상 안정화기간을 두게 되어있다. 미국은 30일, 유럽은 90일이며 심지어 해당 기간이 6개월인 곳도 있다. 특히 호주나 일본은 생동물의 입국 규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반려동물을 해외로 운송하는 데는 최소 7개월의 준비기간이 권고된다.

 

물론 해외에서 얼마나 체류할 것인가에 따라 준비 절차도 달라진다. 해외에 나갔다가 2년 이내에 돌아오는 동물의 경우, 한국수입규정에 맞는 서류를 미리 준비해가면 귀국 시 절차가 편해진다.

강아지, 프렌치불독

반려동물 운송서비스, 픽업부터 탑승까지

 

반려동물 화물운송서비스는 크게 도어투도어(Door-to-door) 물류와 도어투포트(Door-to-port) 물류 서비스로 분류된다.(포트투포트(Port-to-port)도 있다.) 최원호 엑스포라인 과장은 “대부분 고객은 도어투포트 서비스를 선호한다”며 “미국은 인건비가 높아 현지 운송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미국으로 가는 고객의)대부분은 포트투포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한국 자택에서 동물을 픽업해서 해외 공항까지 운송하는 케이스가 전체 반려동물 운송의 90%를 차지하며 나머지가 10% 내외”라고 덧붙였다. 엑스포라인의 반려동물 운송서비스인 펫에어라인에서도 반려동물 픽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해외 공항에서 최종 도착지까지 운송이 필요한 경우 현지 생동물 운송사가 라스트마일 물류서비스를 제공한다.

 

픽업은 일반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이뤄지며 픽업 비용은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검역소 운영시간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기 때문에 새벽 비행기로 나갈 경우 검역을 사전에 받아야 하며, 픽업 시간도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저녁 비행기로 반려동물이 출국하는 경우에는 당일 오전에 미리 반려동물을 픽업하기도 한다. 펫에어라인은 반려동물 운반을 위한 차량을 3대 보유하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면 아웃소싱 업체를 활용하기도 한다.

 

픽업된 반려동물은 운영본부에서 몇 시간(혹은 하루) 안정 기간을 거친다. 바뀐 환경에 동물이 예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업체나 항공사는 동물을 화물기에 싣기 전에 진정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쇼크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작년 델타항공이 운송하던 반려견이 폐사한 것도 진정제 부작용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최 과장은 “펫에어라인은 부작용 등의 문제 때문에 진정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동물에게 진정제를 투여하지 않아도 생각보다 긴 비행시간을 잘 버티기 때문이다. 다만 안정화를 위해 산책은 매일 시키고 있다”며 “만약 반려동물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거나 이상 행동을 보이더라도 진정제를 투여하지 않고 운항 스케줄에 상관없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픽업된 반려동물이 공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로 보내진다. 반려동물 화물운송서비스 직원이 구비된 서류를 제출하면 검역증서가 발급된다. 직원은 발급된 증서를 가지고 비행기가 출발하기 약 3시간 전까지 반려동물을 반입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이 공항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운항 지연 등으로 반려동물이 공항에서 오래 머무르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예민한 동물은 운송 도중 자해를 하거나 피를 흘리기도 한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면, 운송서비스 직원은 고객에게 해당 사실을 즉각 보고하고, 항공 운송을 미룬 뒤 공항에서 응급조치에 들어간다. 이후 주인의 동의를 구해 다음 스케줄에 동물을 운송한다.
 

한편 반려동물 운송 의뢰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작년 펫에어라인에 들어온 반려동물 운송 의뢰 건수는 총 450건으로 매년 평균 20%씩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운송되는 반려동물의 종류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흔한 반려동물인 강아지뿐 아니라 토끼, 기니피그, 고슴도치, 거북이 등이 해외로 운송되고 있다.

강아지▲ 펫에어라인에 의뢰한 반려동물 운송건. 고객의 자택에서 픽업된 강아지들이 다음 항공 스케줄을 기다리고 있다.

 

수억 원의 말은 어떻게 이동하나

 

반려동물의 경우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건수가 많은 데 반해, 마필 국제 운송의 경우 수출과 수입 건수가 50 대 50이다. 국제대회에서 사용되는 말들이 해외로 나갔다가 경기를 마친 뒤 다시 국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두바이월드컵▲ 두바이 월드컵을 위해 운송중인 말들(자료: 엑스포라인)

 

마필 운송은 일반 물류와 대회용 물류로 구분된다. 보통 해외에서 국내로 말이 도착하면 바로 사설 마구간으로 나갈 수 없다. 한국에 도착한 말은 10일간 지정된 검역소에 계류되며, 이곳에서 혈액검사 등을 거친 뒤 이상이 없으면 검역소를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대회용으로 나가는 말은 임시 수입의 형태로 나갔다가 들어오기 때문에 일반 마필 운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역 조건이 단순하다. 대회 참가용 말은 계류장으로 가지 않고 지정 검역마장으로 옮겨졌다가 육안 및 촉감으로 간소한 검역을 마친 뒤 바로 마구간으로 옮겨진다. 때문에 일반 마필 운송보다 리드타임이 짧다.

 

한편 말을 운반할 때는 말 운송 전용 차량인 ‘스툴’을 사용한다. 스툴은 말을 보유한 마주가 제공하기도 하고 마사회에서 제공하기도 한다. 스툴은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일반적인 사이즈의 말을 3마리 운반할 수 있다. 물론 한 마리를 운반하나 3마리를 운반하나 스툴 한 대를 쓰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에 3마리를 운반하는 게 비용면에서 효율적이다.

 

또한 말을 운송할 때는 전문적인 그루머인 ‘말 관리사’들이 동행한다. 이들은 운송 도중 실시간으로 말의 상태를 체크한다. 검역법에 따라, 말은 운송 도중 환적 시, 혹은 상하역 시 땅을 밟아서는 안 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말을 운송할 때는 스툴과 스툴을 연결하는 가교, ‘하마대’가 필요하다. 또한 말을 환적 및 상하역할 때는 지게차로 들어올린다.

하마대▲ 스툴과 스툴 사이를 연결해주는 가교, 하마대

 

마사회의 공식 운송사인 엑스포라인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마필 전용 브릿지인 하마대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하마대는 스툴과 스툴을 연결하는 가교로서, 간이 상자 모양의 통로를 말한다. 하마대가 가교 역할을 해 수평을 맞추고 말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엑스포라인 관계자는 “엑스포라인은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두바이월드컵, 2006, 2010, 2014 아시안게임 당시 한국에서 나가는 말의 물류를 담당했으며, 마장 출발부터 해외 도착, 그리고 다시 국내로 오기까지의 전 과정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돌고래가 비행기를 탄다고?

 

반려동물과 말만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돌고래와 판다와 같은 동물도 국경을 넘어 한국 땅을 밟는다. 반대로 국내의 동물이 국내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돌고래 같은 커다란 수중동물은 어떨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거대한 케이지(Cage)이다. 반려동물은 지정 케이지에 담겨 운반되지만 돌고래와 같은 동물은 크기에 맞는 케이지가 따로 필요하다. 이때 케이지는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의 생동물 항공운송 규정(LAR: Live Animals Regulations)에 맞게 제작되어야 한다.

 

특히 살아있는 동물을 운송할 때는 케이지의 크기가 중요하다. 동물 몸집에 비해 케이지가 너무 크면 운송 도중 흔들림으로 동물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반면 케이지가 너무 작으면 동물이 폐사할 가능성이 있다.

 

엑스포라인은 지난 6월 서울대공원에서부터 제주 가두리양식장까지 돌고래를 운송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사전 준비 차원에서 직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사육장에서 사용되는 수조 상태를 파악하고 그것이 운송에 사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했다. 실제 돌고래 운송 과정에는 총 5명이 동행했다. 엑스포라인 관계자 1명, 담당 사육사와 수의사, 기업 담당자 등이었다. 사육사와 수의사는 돌고래가 운송되는 동안 몸 상태를 체크했다. 엑스포라인에 따르면, 돌고래와 같은 특수동물은 항온·항습 장치가 탑재된 11톤 차량으로 운반되며, 몸값이 높은 동물을 이송할 때는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기도 한다.

 

국제특송업체인 DHL은 작년 멸종위기에 처한 검은 코뿔소를 체코에서 아프리카까지 운송했다. 코뿔소 운송을 위해 DHL은 육상·항공·통관 전문가 등 40명을 모아 전담팀을 꾸렸으며, 운송 과정에서는 코뿔소 학자를 동행시켰다. 운송된 코뿔소의 중량은 약 900kg이었으며, 당시 코뿔소와 함께 컨테이너 다섯 대 분량의 먹이와 식수도 함께 수송됐다.

DHL▲ 멸종위기종인 검은 코뿔소 ‘엘리스카’를 태운 보잉 757 화물기가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에 도착한 모습

 

2013년, DHL은 바다소의 재활을 돕는 운송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DHL은 바다소 운송을 위해 상단이 오픈된 화물 나무상자를 설치하여 화물 적재칸에 고정한 뒤, 신속한 하역을 위해 화물칸에 바다소가 담긴 나무상자를 맨 마지막으로 실었다.

 

뿐만 아니라 DHL은 최근 5년간 기린, 판다, 고릴라도 운송했다. DHL 관계자에 따르면, “DHL은 생동물 운송서비스는 제공하고 있지 않지만, 멸종위기 동물 보호차원에서 몇몇 프로젝트는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DHL, 바다소▲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소의 재활을 돕는 운송 프로젝트 성공한 DHL

 

동물의 안전을 위해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동물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사건·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올해 미국 교통부는 ‘2016년 미국 항공사 동물 운송 자료’를 발표했다. 미국 항공사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은 다른 항공사보다 2배나 높은 동물 운송 사고를 내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국경을 넘어 운송되는 동물 11만 마리 가운데 9마리가 사망했고, 14마리가 상해를 입었다. 최근에는 T항공사에서 공항 조업 중 케이지가 열려 강아지가 탈주한 사건이 있었다. 탈주한 강아지는 공항안전관리법에 의해 즉각 사살됐다. 실제로 운송 도중 관리 부족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늘고 이에 따라 소송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출입국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동물 운송 사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동물은 화물로 운송된다. 그러나 동물 운송에는 일반 화물과는 달리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동물 운송 대행업체와 항공사 등 물류업체도 안전한 운송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좋지 않은 소식은 들려온다. 모든 동물이 안전하게 운송되는 그날까지, 앞으로 물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동물, 항공운송사고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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