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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을 찾아서] 국제물류의 소통 방정식, 그들의 방법론

by 임예리 기자

2017년 02월 05일

상생을 찾아서② 국제물류편

인천항만공사와 스타트업의 만남,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무역협회의 라디스(RADIS), 물류가 어려우면 물어보세요!

삼성SDS의 공짜플랫폼, 중소화주와의 상생을 꿈꾸며

 

향후 10년의 국가물류 정책의 기반이 되는 ‘국가물류기본계획(2016-2025)’이 지난해 8월 최종 발표됐다. 동문건에 따르면 물류스타트업, 퀵서비스, 유통, IT를 기반으로 새로운 물류사업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산업간 융복합시대 대응을 위한 물류정책 거버넌스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됐다. 신물류의 대표적인 분야로 국내에서 산업으로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한 ‘라스트마일(퀵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업체들이 우후죽순 탄생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을 연결하는 중심에는 ‘물류 플랫폼’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국경을 넘은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로 새로운 무역 형태인 ‘CBT(Cross-Border Trade)'가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재밌는 것은 앞서 언급된 모든 신물류 서비스에 있어 중요 키워드로 ‘상생’과 ‘협력’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충해주는 측면에서 많은 대기업과 라스트마일간의 협력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로컬, 물류·이종산업·스타트업 가릴 것 없이 ‘물류 플랫폼’ 시장에 진입하여 파편화된 물류를 연결하는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CBT 사업을 하기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업체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각자의 신물류 영역에서 국내 업체들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을까. 그리고 협력을 만드는 ‘핵심요소’는 대체 무엇일까. 어찌보면 피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협력’과 ‘상생’에 대해 조금은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봤다.

 

동반성장·상생경영·협력··· 최근 들어 사회 전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슬로건이다. 지난달 다보스포럼 2017의 주제로는 '소통과 인간'이 거론되기도 했다.물류업계 역시 기업간 상생협약, 지자체·공공기관-기업간 상생협약 등 상생을 주제로 한 행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업계 한 편에서는 최근 이런 슬로건이 나타나는 이유는 바꿔 말하면,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대·중소기업 간의 마찰이 심해졌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분명 현시점, 진정한 상생이 존재한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저마다 나름대로의 상생을 찾아 나선 공기업, 대기업, 스타트업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국제물류 분야의 몇몇 사례를 함께 살펴본다.

 

①공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 : IPA-트레드링스

 

인천항만공사와 국제물류 플랫폼 스타트업 트레드링스의 인연은 2015년 9월 인천항만공사가 추진했던 스타트업 육성사업 ‘두드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드림은 인천항만공사가 주최하고, 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이 주관하는 지난해로 2년차를 맞는 사업으로, 스타트업 성장에 도움을 줌으로써 건강한 기업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

 

두드림 사업 자체는 동반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사실 인천항만공사와 트레드링스가 처음부터 완전한 협력관계는 아니었다. 초기에는 오히려 인천항만공사의 도움이 컸다는 것이 트레드링스측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트레드링스가 ‘지원대상’을 넘어 ‘협력관계’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박민규 트레드링스 대표는 “서로의 니즈(Needs)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한 “인천항의 경우 물동량 유치가 가장 중요한 목표일 것이라 생각했고, 그런 측면에서 이런저런 시도 끝에 나온 것이 현재의 사업”이라며 “대기업·공공기관과 스타트업 협업에 있어 양측의 니즈가 맞아떨어질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낸 것이 상생의 키포인트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진= 지난해 치러진 두드림 2차 사업평가. 지난해는 포에스텍, 녹원정보기술, 인프로 3개 업체가 인천항만공사 두드림 사업의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재미있는 것은, 트레드링스 역시 중소화주들을 주고객으로 국제물류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물류팀이 없는 수출입 화주들은 국제물류를 아웃소싱하기 위해 포워딩 업체를 주로 활용한다. 가령 수도권에 위치한 화주가 중국으로 수출한다고 가정해보자. 화주 입장에서는 가까운 인천항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히 물류비 절감에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포워딩 업체들은 부산지역에 주로 분포해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 있는 많은 화주들은 트럭으로 화물을 부산으로 운송한 뒤, 다시 중국으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트레드링스는 설명한다.

 

사실 인천항은 미주 항로를 포함해 작년부터 신규 노선을 추가로 유치하고 있다. 트레드링스는 기존 홍보방식으로는 포워딩 업체에게 인천항의 신규노선 추가 사실을 알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트레드링스는 온라인으로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한 형태의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수출입 기업을 대상으로 인천항의 홍보를 돕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트레드링스의 자체 플랫폼을 통해 인천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노선 등을 추천해주는 역할 역시 맡고 있다.

 

물론 트레드링스가 맹목적으로 인천항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물류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더 좋은 방법을 추천해주다 보니 주로 인천항과 가까이 있는 화주들에게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 라우팅(Routing: 경로 배정)으로 추천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트레드링스를 통한 인천항의 물동량 증가를 수치화하는 것은 어렵지만, 트레드링스에 인천항을 통해 물건을 보낼 수 있는지 묻는 화주의 문의는 다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트레드링스 측은 정보와 네트워크 확장 부문에서 인천항만공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레드링스는 인천항만공사와의 인연으로 인천항만공사, 인천지방중소기업청,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한 ‘물류비 다이어트 프로젝트’에 참여해 수출입 기업을 대상으로 물류비 절감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0월부터는 부산항만공사, 부산중소기업청과 연계해 물류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인천항만공사는 두드림 사업 외에도 산업혁신운동, 항만물류 중소기업 상생혁신 설비자금 지원사업, 공인인증 획득 지원사업, 해외규격인증 획득 지원, 공동기술개발 등의 동반성장 업무를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는 여기에 더해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AEO) 공인 인증 획득 지원 사업도 시행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다른 사업과 달리, ‘공동기술개발’ 사업은 ‘두드림’처럼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현재 국내 해운·항만 물류 분야에는 국제특허를 받아 기술을 개발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인천항만공사는 13년부터 중소기업과 협력해 항내 LED가로등, 크루즈 선박 승하선용 스텝카, 무선전력전송 아드트렉터 등을 개발했다.

 

인천항만공사 물류육성팀 김종길 실장은 “LED가로등과 같은 발명품은 상용화됐고, 실제로 인천항에서도 사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업생태계를 보존해 협력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인천항을 물류 중심지로 육성함으로써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②무역협회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라디스(RADIS)

 

라디스(RADIS: Rate Discount & Consulting Service)는 한국무역협회(KITA) 회원사 중 중소화주들의 물류비 절감과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무역협회가 물류업체들과 협력하여 제공하는 물류지원 서비스다.

 

현재 라디스와 물류협력을 맺고 있는 업체는 포워딩 업체 12개, 내륙창고업체 4개를 포함한 총 22개 기업이다. 물류협력업체는 보통 1년 단위로 선발하는데, 해당 회사의 자본금, 인원, 국외지사와 수, 지역별 전문분야, 품목별 전문분야, AEO 인증 여부 등이 선발 기준이 된다.

 

한국무역협회 물류협력실 이광재 과장은 “라디스는 한 지역이나 품목에 편중되지 않고, 세계 전 지역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라디스를 통해 자문을 구하거나 물류 관련 서비스를 제공받은 업체는 월평균 수십 개, 연평균 수백 개에 이른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과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등이 화제가 됐던 지난해 9~10월에는 회원사들의 문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회원사가 라디스에 물류부문에 관한 문의를 하면, 라디스 담당자가 직접 상담해주거나 그에 맞는 적합한 협력업체와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라디스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양한 만큼 업체들의 문의도 다양하다. 가령 ‘CIF 조건에서 BAF(유류할증료), CAF(통화할증료)를 요구하는데,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맞느냐’와 같이 국제적 분쟁 소지가 있는 비용분담에 대한 사안들에 대한 문의가 대표적이다.

 

이 과장은 “물류는 국제거래가 많다 보니 법보다는 통상적인 관례가 많고, 그와 관련한 이슈와 문의도 많다”며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BAF나 CAF는 운임과는 별도이고, 도착지 지불이기 때문에 수출자는 이에 대한 책임이 없지만, 만약 바이어로써 수출자 지불을 요구하려면 계약시 단가조정이나 단서조항을 삽입해 명확히 하시라’는 식의 가이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처음 물류 업무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자신들이 지불하고 있는 운임에 대한 적절성을 문의하기도 한다. 물류역량이 부족한 중소화주들은 자신의 운임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라디스는 한 달에 한 번 수출입 운임의 평균동향을 공시한다. 수출입 운임은 물류협력업체와 무역협회로 구성된 수출입운임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 과장은 “기본적으로 라디스의 물류협력업체가 제공하는 운임은 공시된 운임보다 무조건 저렴하다”며 “이는 라디스의 물류협력업체가 자사만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전했다. 또한 그는 “이 외에도 내륙창고나 내륙 물류 효율화, 직구 물류에 대한 상담 문의도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무역협회측은 내부 사정으로 인해 별도로 라디스 광고를 하지 않는 상황임에도 꾸준히 화주들의 문의가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 과장은 “내부적으로 안정된 뒤, 더 많은 중소화주들이 라디스를 알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자문과 컨설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③ 삼성SDS의 공짜 플랫폼 : 첼로스퀘어(Cello Square)

 

첼로(Cello)는 2012년 도입된 삼성SDS의 물류 정보기술 시스템이다. 이후 첼로는 기존 기능에 SCM 역량을 기반으로 통합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4PL(제4자 물류) 플랫폼인 첼로 플러스(Cello Plus)로 진화했다.

 

그 후 2015년 8월, 삼성SDS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물류 컨설팅과 운송 노선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 플랫폼 첼로스퀘어(Cello Square)를 론칭했다. 첼로스퀘어에는 지난해 상반기 첼로스퀘어에 전자상거래 분야를 겨냥한 ‘첼로익스프레스’가 더해졌다.

 

첼로스퀘어는 화주, 포워더, 선사를 대상으로 하는 B2B 오픈 플랫폼이다. 간단히 말해서 '네이버 지식인'과 같다. 굳이 첼로스퀘어의 물류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기업들은 첼로스퀘어에 들어와 운임·운송일정과 항공·해상 스케줄 확인, 물류 위험 분석 등 물류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전문가들에게 물류 자문을 구할 수도 있다. 가령 A 화주가 자사가 가진 물동량, 출발지, 목적지 등을 적은 뒤, ‘B 지역으로 물량을 보내고 싶은데 물동량이 적어 하나의 컨테이너에 채워 보낼 수 없다’와 같이 운송에 대한 고민을 적으면, 물류 시행사들이 해당 문제에 대해 조언하고, 더 나아가 교류할 수도 있다.

사진= 첼로스퀘어 플랫폼 내의 오픈포럼. 업계 관계자들이 자유롭게 포스트를 올리고 공유할 수 있다.

 

현재 첼로스퀘어에 가입한 회원사는 약 1000개 정도이고, 지속적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SDS의 설명이다. 또한, 론칭 당시 첼로스퀘어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삼성SDS 관계자는 “첼로스퀘어는 마치 하나의 커뮤니티와 같다”며 “커뮤니티는 하나의 생태계이고, 회사는 당장 수익을 내겠다는 목적보다는 건강한 물류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할 계획”이라 밝혔다.

 

<연재>상생을 찾아서

 

[각론] On& Off, 신뢰는 생산이다

① [라스트마일편]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라스트마일’에서 만난다면

② [국제물류편] 국제물류의 소통 방정식, 그들의 방법론

③ [CBT편] 크로스보더의 '좋은' 협력업체는 어디에

[총론] 물류산업의 담대한 협력 :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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