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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물류스타트업백서] 결제와 물류가 만나다, 알리바바 물류파트너 ICB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6월 09일

대한민국 물류스타트업백서⑫ 아이씨비(ICB)
 
글. 엄지용 기자
 

Idean in Brief

 

알리바바의 결제자회사 알리페이, 물류자회사 차이니아오의 국내 유일한 파트너사는 대기업이 아니다. 꽌시 아닌 관계를 기반으로 알리바바의 공식 국내 결제, 물류파트너가 된 이 기업은 창업 3년차 스타트업 아이씨비(ICB)다. 현재 국내 현대로지스틱스와 여러 운송사, 차이니아오의 서비스를 연결한 B2C중국 역직구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는 아이씨비는 장차 자체적인 결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포워딩을 넘어 결제·물류가 통합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결제자회사 알리페이의 공식 에이전트, 알리바바의 물류자회사 차이니아오의 한국 파트너사(CP, Cainiao Partner), 알리바바닷컴의 글로벌 서비스 파트너, 알리바바의 결제·물류 통합 서비스 알리페이 이패스의 국내 파트너까지. 이 모든 것을 맡고 있는 회사는 대기업이 아니다. 물류기업 또한 아니었다.
 
아이씨비(ICB)는 지난 13년 설립된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알리페이와 파트너십 이후 바코드 결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사업을 성장시켰다. 지난해 1월에는 차이니아오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물류사업에 진출했다. 한국에 있는 업체 중 차이니아오의 물류 파트너사로 선정된 업체는 아이씨비가 유일하다. 지난해 6월에는 기존 알리페이 온라인 결제에 차이니아오의 배송 서비스 및 고객센터 운영을 통합 제공하는 알리페이 이패스의 한국 파트너가 되기도 했다.
 
▲ 알리페이 이패스 서비스 프로세스 (자료 = 아이씨비)
 
 
결제와 물류를 품에 넣은 아이씨비가 처음 맞이한 거대한 이벤트는 지난해 11월 11일 중국 광군제(光棍節)였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도 불리는 이 날 아이씨비는 총 45만 건의 역직구 화물을 처리했다. 아이씨비는 폭발적인 수요증가에 대비하여 전세기 3대(아시아나 항공 2대, 동방항공 1대)를 임대했다. 아이씨비에 따르면 이는 대형 제조사의 반도체 수출을 제외하고는 이례적인 규모다.
 
이런 결과에 힘입었는지 아이씨비의 매출은 동년대비 2.5배 상승했으며, 올해는 5~6배의 추가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아이씨비의 주요 고객은 알리바바 티몰 한국관에 입점해 있는 한국화주다. 롯데닷컴, 11번가, 위메프 등 60~70개의 티몰 입점화주가 아이씨비의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 외에 알리페이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받는 가맹점이 2만 8000개, 알리페이 이패스를 사용하는 고객사가 40여 개다.
 
▲ 아이씨비 주요고객사
 
 
이와 같은 아이씨비의 폭발적 성장의 근간에는 중국 역직구 시장의 활성화가 있다. 거기에 중국 최대의 마켓플레이스인 ‘알리바바’, 그리고 중국 온라인결제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알리페이의 유일한 국내 파트너사이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다. 티몰 한국관에 입점한 국내화주에게는 자동으로 아이씨비의 물류 서비스가 연동되는 식이다.
 
그렇다면 왜 알리바바는 무수하게 많은 국내 물류대기업의 제안을 뿌리치고 창업 3년차 스타트업인 아이씨비와 손을 잡았을까.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꽌시 아닌 관계(關係)를 만들다
 
알리바바와 아이씨비의 관계는 아이씨비 창업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7년, 아이씨비 이한용 대표와 김동철 부사장은 같은 B2B 전자상거래 업체에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이 대표와 김 부사장은 몇몇 중국 업체에게 B2B 국제무역 결제시스템을 제안하고자 했었고, 그들의 영업대상에는 알리바바가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알리바바와 미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07년 김 부사장은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주에 다짜고짜 방문했다. 지나가던 길에 들렸다는 식으로 알리바바에 미팅 요청을 한 것이다. 결과는 싸늘했다. 직접 현지에 방문했음에 불구하고 아무 사람도 내려오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김 부사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김 부사장은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주를 그야말로 밥먹듯이 갔다”며 “소위 말하는 꽌시에 엄격한 알리바바이기 때문에 뒷돈을 주고 술을 마시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것이 알리페이의 초창기 멤버들이였다. 당시 알리페이는 타오바오에 속한 작은 부서였다. 초창기 알리페이와 결제시스템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속적으로 성공적인 레퍼런스를 만들어나갔다는 것이 김 부사장의 설명이다. 사업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알리페이 측의 신뢰도 쌓여갔다. 그렇게 쌓인 신뢰는 2013년 아이씨비 설립까지 이어진다. 초창기 작은 팀일 때 만난 알리페이 멤버들은 이제 알리바바의 여러 그룹사로 이동하여 핵심 요직을 차지했다. 이들과의 관계는 아이씨비 설립 이후에도 이어져 여러 측면에서 도움을 줬다.
 
김동철 아이씨비 부사장(물류담당)은 “처음 알리페이 미팅에서 열심히 서기를 하던 분이 지금은 그룹내 이사, 임원이 된 것을 본다”며 “처음 알리페이를 일군 사람들의 성장이 아이씨비의 초창기 성장과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 김동철 아이씨비 부사장(물류담당)
 
이러한 알리페이와 아이씨비의 관계는 차이니아오 파트너십까지 연결된다. 아이씨비는 지난 14년 알리바바 관계자를 통해 차이니아오가 결제 서비스를 연동한 새로운 물류 서비스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 파트너는 정해졌지만 한국 파트너는 아직 정해진 바 없고, 시간도 다소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게 알리바바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이에 아이씨비는 스스로를 차이니아오의 물류 파트너로 제안했다. 평소 잘 알고 있던 알리페이 관계자를 통해 차이니아오 담당자를 소개받고 바로 미팅에 들어갔다. 계약은 일사천리였다. 14년 가을 차이니아오 관계자를 처음 만난 이후 14년 12월 파트너십 계약을 마쳤으며, 지난해 3월부터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물론 당시 아이씨비에는 물류를 아는 인력이 전무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해 CJ대한통운, 범한판토스를 비롯하여 20여개의 업체를 직접 만나 노하우를 배우고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이 아이씨비의 설명이다. 결국 아이씨비는 물류에 대한 아무런 기반 없이 ‘신뢰’를 바탕으로 차이니아오의 물류 파트너로 선정됐다.
 
차이니아오의 신뢰, 대기업의 진입장벽을 만들다
 
아이씨비가 20여개의 물류업체를 만나는 과정에서 많은 물류업체들이 아이씨비를 거치지 않고 차이니아오와 독자적인 파트너십을 만들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차이니아오는 한국 대기업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초기 파트너로 선정된 아이씨비와의 신뢰를 지켰다. 가령 차이니아오와 한진의 업무협약 미팅에는 아이씨비 김 부사장 또한 동석했다. 한진은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하고 그들의 인프라를 강조했지만, 결국 차이니아오는 회의 말미에 아이씨비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 김 부사장의 설명이다. 차이니아오는 한진이 차이니아오와 제휴하기 위해서는 아이씨비를 통해서 해야 된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김 부사장은 “아이씨비가 굉장히 작은 회사임에 불구하고 차이니아오가 처음 가진 신뢰, 계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고 많은 고마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렇게 신생기업으로 물류업계에 진출한 아이씨비는 초기 시장진입을 위해 여러 가지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바코드 프린터를 고객들에게 무상 제공했으며, 꽤나 오랜 기간 동안 픽업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심지어 프린트 바코드 용지까지 무료로 제공했다는 것이 아이씨비의 설명이다. 이렇게 여러 대기업들의 진입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의 신뢰를 기반으로 아이씨비는 시장에 안착했다.
 
데이터를 통한 재고관리, 3PL의 영역으로
 
아이씨비 전체 물류매출의 90%는 티몰 물류대행이다. 아이씨비는 이렇게 티몰에 입점한 고객들에게 알리바바 채널을 이용한 프로모션 가이드를 제공해준다. 중국 현지 인력을 바로 채용하기 어려운 한국기업들에게는 아이씨비 항주지점의 현지직원을 통해 기본적인 번역, CS업무를 대행해준다. 아이씨비 항주지점의 직원은 물론 전원 중국인이다.
 
특히 아이씨비는 티몰 프로모션과 연동한 재고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가령 알리바바 채널 노출 이후 예상 주문발생량을 집계하여 업체에게 사전에 준비해야 할 재고수량을 미리 알려주는 식이다. 아이씨비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데이터 노출과 관련된 데이터는 상당히 고도화되어 있어 마케팅 목표치를 상회하면 상회했지 결코 적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김 부사장은 “알리바바의 디지털 마케팅과 데이터 노출 기술은 상당히 고도화되어 있어 마케팅 후 상승하는 주문량과 예측치는 거의 차이가 없다”며 “알리바바에게 제공받은 예측치를 한국고객에게 전달하여 재고를 미리 구비하도록 준비시키는 것도 아이씨비가 하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아이씨비는 배송대행, 반품지 대행, 티몰입점 지원 등 3PL 영역에서의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준다. 물론 티몰입점이 B2C 역직구에 대한 절대적인 방법론은 아니다. 높은 수수료와 물류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고객에게는 입점이 부담스러운 면도 존재하며, 브랜드 역량이 부족한 고객의 경우 티몰 입점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충분한 브랜드 역량을 가지고 있고 상품을 빠른 속도로 노출시키길 원하는 고객에게는 중국내에서 티몰만한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 아이씨비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몰 입점에 대한 수수료, 물류비, 관세 이슈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화주가 있을 수도 있다. 아이씨비는 이런 고객들을 위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주기 위한 합작회사를 이번 달 중 설립 예정이다. 아이씨비는 이를 위해 중국 물류업체 티엔티엔콰이디와 합작과 관련된 법률적 세부사항들을 최종 논의 중이다. 티엔티엔콰이디는 중국 항주소재의 물류업체로 중국내 1만 여개의 지점, 3만 여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 아이씨비 - TTK 국제특송서비스 프로세스
 
 
아이씨비가 말하는 ‘결제와 물류의 연동’
 
아이씨비의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는 ‘결제’와 ‘물류’다. 아이씨비는 그 외에 중국향 플랫폼 운영 노하우, 3PL 업무 등 부가적인 요소들 역시 가치사슬 안에 포괄하여 서로 융합했을 때 폭발적으로 실현가능한 비즈니스들이 늘려나갈 계획이다. 때문에 아이씨비는 앞으로도 ‘결제’와 ‘물류’ 두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아이씨비는 신한금융지주회사와 함께 핀테크 스타트업 ‘스트리미’에 초기투자했다. 스트리미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을 기반으로 한 외환송금 서비스 스트림와이어(StreamWire)를 개발한 업체로 송금기술 측면에서 상당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받고 있다. 아이씨비는 스트리미의 지분 6.4%를 취득했으며, 향후 결제, 물류를 혁신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의향을 비췄다.
 
김 부사장은 “기업,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의 흐름이며, 돈의 흐름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것은 물류의 흐름”이라며 “자금의 흐름, 물류의 흐름, 정보기술의 접합을 통해 아이씨비의 경쟁력을 확충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포워딩, 그 이상을 위해서
 
어찌됐든 현재까지 아이씨비의 비즈니스는 ‘포워더’다. 직접 인프라를 보유하지는 않고 공급망 내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연결시켜 ‘한중 이커머스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아이씨비의 국내 물류는 현대로지스틱스가 담당하고 있으며, 이외 결제 시스템 및 중국현지 물류는 알리페이, 차이니아오가 연결한다. 결국 아이씨비의 핵심 업무는 적절한 파트너를 찾아 분배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씨비는 빠른 시일 내에 자체적인 결제, 물류 역량을 확충하고자 한다. 아이씨비는 이에 대한 첫 시도로 올해 중반 PG라이센스를 취득하여 아이씨비만의 핀테크 사업 ‘펀페이(Funpay)’를 시작할 예정이다. 펀페이는 커뮤니티형 핀테크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더치페이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여러 사람과 나눔 결제를 간소화한 서비스다. 이 외에도 B2B2P 대출,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 전망이다. 펀페이는 기존 아이씨비가 알리페이에 제안을 하여 글로벌화 된 ‘바코드 결제’처럼 단순히 제안 하는 것 이외의 신기술을 아이씨비 자체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 첫 시도다.
 
아이씨비는 이와 동시에 인천 오류동에 자체 물류센터를 신설하고 있다. 기존 현대로지스틱스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 이상의 물류 내재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센터설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화 되지 않았지만, B2C 국제물류에 특화된 고도화된 자동화설비가 설치될 계획이다. 아이씨비는 이를 위해 국내 고도화된 물류센터들을 다각도로 살펴보면서 벤치마킹할 전망이다. 물류센터는 2017년 4월 완공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많은 이들이 중국물류가 낙후됐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B2C물류는 한국보다 발전된 부분이 많다”며 “징둥상청이 고객의 주문 이후 20분 내의 공급망 프로세스가 가동되는 것처럼 결국 B2C커머스의 경쟁력은 물류가 좌우할 것”이라 말했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70호(2016년 4월호)에 수록된 기사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 4월 시점으로 작성된 기사이기 때문에 본문 게시 시점에서 몇 가지 변동사항을 전합니다. 첫 번째는 알리페이 이패스가 관세정책 변경 등으로 홀딩된 점이며, 두 번째는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아이씨비와 티앤티앤콰이디가 한국 합자법인 설립과 계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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