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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해운업, 5가지 변화에 주목하라

by 콘텐츠본부

2016년 04월 21일

 

글. 전수룡 기자

 

Idea in Brief

 

해운업이 장기 침체기에 들어왔다. 국가 기간산업으로 각광 받아온 해운업계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다. 대표적인 국내 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대상 일순위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업계에 닥친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단순히 해운업이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기 때문일까. 단순히 세계적으로 경제침체기인 현 상황이기 때문에 위기를 맞는 것이 자연스럽고 언젠가는 좋아질 분야라고 치부하기엔 악재가 너무 많이 겹쳤다. 글로벌 경기 침체, 유가 하락, 공급 과잉 등의 원인으로 비롯된 해운업의 장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알아둬야 할 것은 무엇인가.

 

 

선박 건조부터 국제물류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해양산업 중 해운업은 국제 경제, 정치, 인구, 기술적인 트렌드의 영향을 받아 계속해서 발전,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은 해운업 운영의 효율성 증대뿐만 아니라 자본투자 활성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전략을 계획하는데 큰 배경을 제시하기도 한다. 향후 해운산업을 변화시킬 5가지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자.

 

1. 원자재 수퍼사이클은 없다(?)

 

‘원자재 수퍼사이클’은 원자재의 가격이 몇 년 주기로 상승하고 하락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은 세계의 경제 성장과 함께 점점 상승하다가 정점을 찍고 하락한다. 세계 경제의 호황과 침체를 모두 반영하고 있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빌지 어튼 UN 경제사회국 경제학자(Economist)와 호세 안토니오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발표한 2012년 논문에 따르면 1894년부터 2010년까지 총 4차례의 수퍼사이클이 있었다. 이 네 번의 사이클 동안 원자재 가격은 세계 경제성장에 따라 증가했다. 그러나 수퍼사이클 주기를 제외하고는 반대로 가격이 하락했다. 그 때 발생한 가격하락은 그 이전의 최저치보다 저점을 향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철광석, 천연가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1999년 이후 최저치를 갱신했다. 이에 따라 원자재 수퍼사이클 이론은 다시금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처럼 원자재 수퍼사이클 이론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은 세계 경제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2015년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과 중국의 경기 둔화가 맞물려 원자재 가격이 내려갔다.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자재 구매자의 구매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영향을 받은 원자재 가격은 다시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표적으로 국제 해운업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의 장기침체는 국제 선사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원가부담이 떨어지면 그만큼 선사들의 수익률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철광석과 석탄을 나르는 벌크선의 경우 좋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철광석과 석탄의 가격하락에 따라 화학제품들의 판매가격이 인하돼 수익성이 떨어지면 제조사들의 수요 역시 감소한다. 자연스레 물동량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벌크선 선사들의 경우 높은 용선료와 장기계약이라는 사업구조상 저유가의 수혜를 입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아주 고통스럽고 장기적인 재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 최근 5년간 BDI추이, 지난 2014년 2330이었던 BDI지수는 현재 290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와 원자재 가격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원자재 가격은 무역업에서 해운업, 건설업 까지 국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이제 작년 원자재 가격이 최저치를 갱신했기 때문에 원자재 수퍼사이클 이론에 따라 다시 경제 성장과 함께 원자재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면 되는 것일까.

 

벌크선과 다르게 컨테이너, 탱커선의 경우는 다시 성장세로 접어들었다. 원유가격의 하락으로 석유가 석탄의 대체재로 쓰이는 등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2015년 상반기 탱커선의 운임은 6만 달러로 2014년에 비해 1만 달러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저유가로 인해 단기적으로 석유 소비가 증가하긴 했지만 글로벌 통계분석 기관인 IHS 보고서에 의하면 그 수요가 증가하는 비율은 2040년까지 매년 0.6%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추세가 석유의 대체재로 탄화수소 연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차 연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자원에 대한 수요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철광석이나 석탄 같은 벌크 원자재도 마찬가지로 그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분명 원자재 가격이 이례적인 최저가를 갱신했고 이제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정책,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원인으로 다시 가격이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많은 악재들이 겹쳐오고 나서 이제 호재들이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악재들은 많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대체자원 및 기술의 개발로 인해 원자재 가격은 점점 수퍼사이클 이론에 따라 경제성장과 비례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수퍼사이클은 이미 끝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이끌었던 중국의 그칠 줄 모르는 수요와 달러 약세 추세가 중국의 구조적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로 인해 힘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철광석과 알루미늄, 아연 등 전 세계 금속의 절반을 소비하는 중국경제 성장 둔화를 만회할 만큼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2. 중국의 침체는 모두의 침체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은 많은 국가의 내수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중국의 경기 침체로 원자재 수요가 줄면서 전 세계 무역 물동량이 줄어들고 있다. 2016년에는 중국 내 공급, 재고, 부채가 더욱 과잉될 전망이다. 동시에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그 회복 또한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스럽게 벌크선 운용 선사들은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경기가 침체되기 전 중국은 전 세계 철광석의 70%와 석탄의 20%를 해상으로 수입했다. 그만큼 무역 물동량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근래 들어 중국 내 건설 산업이 둔화되면서 그 수요가 줄어들었다. 석탄의 경우 2015년엔 2014년 대비 수입이 12% 줄었다.

 

중국의 수입뿐만 아니라 수출 또한 부진하다. 지금까지 중국의 철강 제조업자들은 정부의 지원 덕에 저렴한 가격에 해외로 수출할 수 있었다. 지난해 중국의 대유럽 철강 수출 규모는 1억 1200만 톤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최근 수입 국가들의 덤핑 조사 압박으로 중국 철강이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 철강업계는 덤핑 조사만으로도 국내 수요 부진과 함께 유럽 수출이 이전처럼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 분석했다.

 

이것은 해운업계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적어진 대외 물동량은 선박 계약자와 화주간의 거래규모를 축소시키고 이는 낮은 운임을 초래한다. 물론 대형 선사들에게는 영향이 미미할 수도 있지만 작은 선사들, 특히 벌크에 주력하는 기업들은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중국의 발전소 정책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중국은 동부 대도시의 환경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발전소들을 내륙으로 이전하고 있다. 또한 작년 말부터 화력발전소에서 청정에너지로 간주되는 원전으로 이행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체 에너지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사업에 필요한 자원들을 국내와 접경 국가인 몽골에서 싸게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수입하는 원자재들의 물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 해운업계 중 그나마 밝은 전망을 보이는 분야는 컨테이너 선박이다. 저가 원유로 인해 석유제품의 수요가 증가해 올해 북미지역과 유럽지역으로 나가는 물량이 각각 8%, 6%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증가한 물량에 비해 운임은 높아지지 않아 각 선사의 매출액이 어느 정도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점이다.

 

3. 이란 석유생산 확대, 해운 물동량 증가 전망

 

2015년 7월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은 이란의 핵생산 시설을 실질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을 조건으로 핵개발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제재를 해제하기로 약속하는 공동행동계획(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을 이란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란의 교역과 자본거래가 자유화됐다. 전략물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에 수출입 제한이 해제된 것이다. 서비스 산업이나 조선·해운·항만산업에 대한 제재도 해제되었으며, 석유화학 생산지원도 가능해졌다.

 

이중 이란 내 석유자원개발 및 석유생산 확대가 허가됐다는 점이 해운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즉각적으로 하루 50만 배럴의 추가적인 원유 수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한 몇 달 내로 하루 원유수출량에 50만 배럴을 추가해 총 100만 배럴을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정도 공급은 하루에 10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에 비하면 적은 수치로 전 세계 원유 총 생산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란의 석유생산 확대는 원유가격 하락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두바이에 거점을 둔 석유컨설팅회사 카멀 에너지(Qamar Energy)의 로빈 밀즈(Robin Mills) CEO는 “이란이 이미 공급과잉 상태인 석유시장에 본격적으로 복귀한다면 유가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원유, 가스,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는 상승할 것이며, 결국 해운업계 물량을 늘리는데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4. 해운업, 데이터가 힘

 

빅데이터는 해운선사들로 하여금 물동량의 예측 변화량을 줄여 수익 창출에 도움을 준다. 또한 시장과 운임에 대한 가시성을 제공하여 경제 호황 및 불황 주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데 활용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가 선박 자동 식별장치(Automated Identification System)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이다. 이 시스템은 위성으로 선박의 항로를 추적하여 어디서 운영을 하며 어디서 짐을 싣고 내리는가에 대한 정보를 준다. 이러한 정보들은 날씨, 연료 소비, 해적 행위에 대한 예측을 가능케 해줘 최적 루트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물론 빅데이터 분석만으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거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해운업계에 존재하는 리스크를 어느 정도 완화하고 모험을 기회로 바꾸는 긍정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선박 자동식별 장치(AIS)란?

 

선박의 위치, 침로, 속력 등 항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첨단 장치. 해상에서 선박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국제 해사 기구(IMO)가 추진하는 의무 사항이다. 선박 자동 식별 장치(AIS)가 도입되면 주위의 선박을 인식할 수 없는 경우에도 타선의 존재와 진행 상황 판단이 가능하다. 시계가 좋지 않은 경우에도 선명ㆍ침로ㆍ속력 식별이 가능하여 선박 충돌 방지, 광역 관제, 조난 선박의 수색 및 구조 활동 등 안전 관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IT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5. 인구 변화와 세대교체

 

개발도상국의 인구증가와 높은 경제성장률은 향후 해운업계에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최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지역 중산층의 경제력이 상승하면서 수입 완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한 예로 인도의 경제 성장률은 2014년 7.3%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7년에는 7.9%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감소와 덩달아 전 세계적으로 물품의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인도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소비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컨테이너 선박의 수요를 증가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에 응하기 위해서 인도 내 항만, 인프라, 기술, 서비스 등에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낙후된 시설과 시스템 현대화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는 오래된 시설이나 인력들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되는 상황이다. 해운업계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들의 세대교체가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아 점점 고령화 추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의 고령화는 특히 아시아지역에서 심각하다. 일본의 경우, 현장의 반 이상이 50-60세이다. 젊은 인력의 수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해운업계 고용의 문제는 기술적인 측면의 문제이다. 항공, 자동차나 IT업계에 비해 첨단 시설이 부족하고 단순 노동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젊고 전문적인 인력 수급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해운업계도 진보된 기술과 혁신의 도입이 필요하고 그 기술을 현장에 접목시키기 위한 교육 또한 필요하다. 이러한 혁신들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져 자동화 기술과 전문 인력을 도입한다면 IT, 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용창출이 이루어지고 해운 산업 현장에도 새 숨결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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