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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부는 복고열풍, 실패의 사례에서 현재를 보다

by 김정현 기자

2016년 04월 15일

물류 복고의 재발견, 현재의 혁신 비즈니스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글.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과거,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여겨지던 서비스들이 유명세를 타지 못하고 묻힌 많은 사례가 있다. 또는 과거 성장 궤도를 달리던 비즈니스가 사라지기도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시대의 흐름에 지나치게 앞섰던 것이었을까. 신기한 것은 잊혀졌던 과거 비즈니스들이 다시 조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선례들이 오늘날 다시금 새 생명을 부여받고 새로운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는 바야흐로 복고의 시대를 살고 있다. 스크린에서 시작된 ‘응답하라 1988’의 복고 열풍이 LP판, 7080가요, 도서 등 다양한 산업 전반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상품 및 서비스가 복고 열풍과 그에 따른 수요의 변화로 인해서 재 각색되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히 잊혀졌던 과거의 상품을 그대로 판매하기보다 현재 고객들의 입맛에 접목시켜 기업을 성장시킨 케이스도 있다. 예를 들어 츄러스의 경우 카페문화와 접목하여 다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수제버거, 단팥빵, 옛날통닭, 도너츠, 옛날 도시락, 복고 식당, 포차 등 외식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식산업뿐만 아니라 패션, 문화 산업 전반에 거쳐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물류는 어떠할까. 자세히 살펴보면 과거 존재했던 물류 서비스 중에서도 다시금 시장의 관심을 받는 서비스를 찾아볼 수 있다.

 

 

우버는 100년 전에 존재했었다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 우버 CEO는 지난달 TED강연을 통해 “지금의 우버가 존재하기 전인 100년 전에도 우버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칼라닉 대표의 말처럼 사실 지금 우버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은 1914년 미국에서 처음 나왔다.

 

1914년 자동차 판매원이었던 드레이퍼(L.R. Draper)는 매일 트롤리(옛날 전차)를 타기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보고 우버의 초기 모델을 생각해냈다. 드레이퍼는 그의 자동차에 목적지를 붙여 놓고 승객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이를 본 다른 사업가들도 다른 경로로 비슷한 운행을 하기 시작했고 몇 달 사이에 30개 지트니(Jitney: 소형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지트니 사업은 1년 만에 175개 도시에서 62000개 도시로 확장하며 급성장을 기록했다.

 

 

지트니 운행이 수익을 내자, 트롤리와 같은 시장 경쟁사들은 승객을 뺏기기 시작했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의회는 트롤리가 다니는 노선에 허가증, 보험, 각종 시험 등을 통해 지트니 운행에 대한 규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늘어만 가는 규제들로 인해 소형버스 비즈니스의 거품은 곧 사그라졌다.

 

 

과거 지트니는 많은 사람이 원하던 서비스이자 교통 공유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서비스였지만 규제의 벽과 여러 이해관계들이 대립하면서 좌절됐다. 비록 사라진 서비스이지만 지트니 서비스는 현대 기술과 결합하여 우버(Uber)로 재탄생한 것이다.

 

시대 속으로 사라진 서비스

 

지난 2007년과 2008년은 우리나라에 다양한 이색배송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이다. 골프, 스키, 인라인 등 레저산업이 호황을 맞이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레저산업 배송 서비스는 무게가 상당한 골프나 레저장비를 직접 가져가지 않아도, 간단한 신청만으로 골프장, 해당 공항 등 목적지까지 배송해줬다. 이용자가 이를 통해 여유로운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서비스이다.

 

또한 피서객들을 대상으로 배낭, 텐트, 식료품 등의 무거운 짐들을 집에서 해수욕장 등 목적지까지 배달해주는 ‘바캉스 택배’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로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겨울철 외투를 보관해주는 코트 위탁 서비스, 여행에 가져갈 음식물을 특수 포장해주는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기도 했다.

 

이 시기에 한진, CJ GLS(현 CJ대한통운) 등 택배업체들도 바캉스 택배, 골프 택배, 기숙사 택배부터 심지어 김장 택배, 경조 택배, 여권 택배, 대입서류 택배, 스키장 택배 등 다양한 이색 택배서비스를 시작했다.

 

 

택배업체들은 각종 이색 택배상품을 발표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서비스들은 현재 대부분 찾아볼 수 없다. 과거 이색 택배서비스는 고객의 진정한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서비스를 확장해 나갔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다시금 시장에서 떠오르는 과거의 서비스들이 있다.

 

 

이삿짐센터 부르기도 애매, 직접 나르기도 애매

 

 

대학교시절 기숙사나 하숙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방학 때마다 옮겨야 하는 짐 때문에 골치 아팠던 경험이 있다. 기숙사 택배뿐만 아니라 작은 짐을 운반하고자 하는 수요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런 수요에 대응하여 2007년도에 기숙사 택배가 나오고 소규모 짐을 운반해주는 용달업체가 늘어났지만 성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기숙사 택배뿐만 아니라 소규모 이삿짐을 운반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1인가구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소규모 이사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원룸이사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인 짐카의 주요 타겟은 20~30대로 1인가구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상화 짐카 대표는 “1인가구의 증가가 소규모 이사 사업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35년 추계 1인 가구 수는 760만 명에 달한다. 그 중 20~30대는 전체 인구의 약 21.4%로 예측된다.

 

사실 이사물류 또한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소규모 이사 수요의 증가로 인해 짐카나 무브랩과 같은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1인 가구 이사의 경우 대개 이삿짐 센터를 부르기에는 운반할 짐의 규모가 작고, 개인이 나르기에는 벅찬 짐이 대부분이다. 또한 포장 이사의 경우에는 방문 견적을 받고 계약서를 작성하지만 소규모 이사는 대부분 구두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분쟁거리 발생 시 이용자들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원룸이사에 특화된 온디맨드 스타트업 짐카는 원룸이사가 필요한 고객들이 웹에서 실시간으로 견적을 받을 수 있고 이사에 필요한 박스 제공부터 운송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 견적 서비스로 인해 이용자는 거리, 무게에 따라 얼마를 지불하면 될지 바로 확인이 가능하고 계약도 하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가 적다. 사전 결제 완료 후에 운반하고자 하는 짐이 늘어날 경우에도 계약에 근거하여 추가되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기숙사 택배와 비슷한 서비스를 보완하여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은 짐을 운반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운반하기 위한 박스를 구하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짐카는 카셰어링 업체인 소카(Socar)와 함께 협업하여 대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짐카의 짐박스를 주문하면 박스7개, 테이프, 뽁뽁이를 하나의 패키지로 배송을 해준다. 이 후 배송은 개별적으로 하거나 소카를 통해 주변 친구와 함께 운반할 수도 있다.

 

 

 

▲ 짐카와 소카는 서로 협업하여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 대표는 “6월 베타서비스를 시작으로 7개월 동안 견적은 현재 1만 건을 넘어섰고 이용자 추이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택배 물량 증가와 무인택배보관함

 

 

근래 들어 이색사업이라 관심을 받고 있는 무인택배보관함 산업을 살펴보자. 사실 무인택배보관함 역시 10년 전에도 존재했었다. 이미 수도권 대부분의 지하철역에는 무인보관함이 설치되어 있다. 지난 2007년 처음 시작된 무인보관함을 통한 택배서비스는 온라인으로 물품을 주문하고, 가까운 지하철역에 설치된 보관함에서 상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무인보관함 제작업체들은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이러한 무인보관함 산업이 다시 주목을 받고 성장하고 있다. 무인보관함의 성장은 온라인 쇼핑 활성화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우체국 택배 기준으로 택배 접수 물량은 2007년 대비 2014년 약 74%가 증가했으며 평균적으로 매년 약 16.3%의 증가율로 꾸준히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늘어난 택배 배송량 덕분에 아파트 경비들은 일거리가 늘어났다. 기존에 경비들의 업무 중 택배관리가 10%를 차지했다면 현재는 40% 정도로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사실 경비업무 외에 택배보관, 분리수거 등 기타 수발, 관리 업무는 법에 위배되지만 관행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아파트 내에 무인사물함을 설치하고자 하는 수요가 생기고 있다. 아파트단지 자체적으로 입주자 회의를 통해 무인사물함을 구매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또한 아파트 관리 용역업체측가 기존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방안으로 CCTV, 조경관리 등을 내세웠다면 최근에는 무인택배함을 설치하는 서비스를 경쟁력으로 제공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2011년부터 무인택배보관함 사업을 하고 있는 새누는 “최근 서울시와 함께 여성안심택배 사업권을 수주해 운영, 관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무인택배보관함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해지고 있다. 새누 한 관계자는 “무인택배함 산업은 확실히 과거보다 성숙단계를 밟고 있고,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최근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지자체에서도 무인택배보관함을 설치하고자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물류, 과거에서 미래를 보다

 

이렇게 역사 속으로 묻혀버릴 것이라고 생각된 서비스들이 다시 새로운 바람을 맞고 있다. 90년대 신선식품 유통회사인 웹밴은 비록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이 실패를 교훈삼아 아마존은 ‘아마존 프레시’서비스를 시작했다. 과거의 웹벤이나 지트니는 시대의 흐름을 앞섰거나 여러 규제 등 장벽에 부딪혀 좌절된 케이스다. 하지만 이들은 오늘날의 자동차 공유서비스인 우버와 같이 물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등 서비스의 기반을 만들었다.

 

앞서 언급한 짐카의 소규모 이사 서비스나 새누의 무인택배함 또한 과거에 존재했던 서비스다. 하지만 수요, 기술의 변화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다시금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역사 속으로 묻혀버릴 것이라고 생각된 서비스들이 다시 새로운 바람을 맞고 있다.

 

한 때 혁신적인 서비스라 불리던 아이디어들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고 묻힌 많은 사례가 있다. 또는 과거 성장 궤도를 달리던 비즈니스가 사라지기도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시대의 흐름에 지나치게 앞섰던 것이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실패 사례들은 오늘날 새로운 사업의 귀감이 되고 있다.

 

명확한 것은 과거에 존재했던 비즈니스 모델이 현재 흐름과 융합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과거에 묻혀있는 실패사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9권(3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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