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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입스에서 자라(ZARA)를 보았다.

by 엄지용 기자

2015년 11월 20일

 

남성용 맞춤 셔츠·정장 O2O 스타트업 스트라입스가 오늘(19일)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사실 스트라입스는 꽤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던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서비스의 컨셉에서 ´물류´가 활용될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먼저 스트라입스의 서비스 프로세스를 한 번 살펴봅시다.

 

(자료제공 : 스트라입스)

 

그렇다면 스트라입스의 서비스에서 몇 번의 물류가 들어가는지 살펴볼까요?

 

먼저 고객이 주문을 하면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에게 방문하여, 사이즈 측정 및 스타일 상담을 합니다.

(스타일리스트 방문까지 평균 리드타임 : 2~3일, 상담시간 : 20분)

 

고객은 스타일리스트와 만나는 자리에서 바로 결제를 할 수 있고요!

그 날 결제를 하지 않더라도 스트라입스 홈페이지에 저장된 사이즈 DB를 통해 온라인 결제가 가능합니다.

 

스트라입스는 현재 30명의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고객 주문에 맞춰 일정을 수립하고 전국 각지의 주문에 대응하는 것이죠.

 

물류적으로 두 번의 이동이 발생했습니다.

순회방문을 한다면 더 많은 이동이 발생하겠죠.

 

고객의 주문을 받으면 그에 따라 의류 제작 및 발송 프로세스에 들어갑니다.

스트라입스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제일모직을 통해 위탁생산하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이번달 초 맞춤셔츠 제작 공장 ´드림팩토리´를 인수함으로 자체 제작, 발송 프로세스를 만들었습니다.

 

고객 주문부터 발송까지 걸리는 평균 리드타임(셔츠)은 10일입니다.

자켓같은 경우 평균 2주의 배송시간이 소요됩니다.

 

고객주문부터 배송까지 또 한번의 물류가 발생했습니다.

스트라입스 관계자에 따르면 반품률도 생각보다 높다고 하니, 역물류 프로세스가 수반될 수도 있겠군요.

 

지금까지 최소 세 번의 물류적 이동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과정을 수반하더라도 스트라입스의 전체 리드타임은 맞춤정장 업체에 비해 손색없습니다.

 

오프라인 양장점 관계자에 따르면 맞춤형 정장(풀)의 경우 평균 한달 정도의 제작기간이 소요되고, 셔츠만 제작할 경우 평균 2주일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스트라입스에 비해 오히려 리드타임이 긴 편이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스트라입스가 줄인 리드타임은 획기적입니다.

게다가 원하는 장소에서 스타일리스트의 방문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그렇다면 이렇게 리드타임을 줄일 수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요?

 

오늘 스트라입스의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듯던 중 불현듯 스쳐간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ZARA)를 운영하는 인디텍스(Inditex) 입니다.

 

스트라입스의 수직적 통합

 

먼저 오늘 스트라입스 이승준 대표의 발표를 요약합니다.

 

1. 후속 투자유치 성공 : 총 50억 규모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후속투자를 유치했다. 패스트트랙아시아, 스마일게스트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투자자가 참여했으며, 신규 투자사로 스톤브릿지캐피탈, 현대기술투자, SK플래닛이 참여했다. 투자규모는 총 50억 원이다. 투자 유치로 유입된 자금은 향후 가속화 될 ´제품 라인업 확장´, ´소프트웨어를 통한 의류산업 혁신´, ´국내 전국단위 서비스 확장´, ´아시아 주요 도시 글로벌 진출´에 활용될 예정이다.

 

2.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 아시아의 메가시티를 향해

 

지금까지 부산, 광주, 대구 등 광역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장, 론칭했다. 이를 기반으로 인천, 수원, 강원 등 전국단위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아시아 주요국가의 메가시티를 공략하는 것이다. 이번달 2일 싱가포르 서비스를 공식 론칭했다. 해외에는 스타일리스트와 마케팅 담당 직원을 중심으로 채용하며 제품 생산과 배송은 국내에서 진행한다. 현재 홍콩 진출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으며 방콕, 대만, 말레이시아, 중국 진출 또한 고려하고 있다.

 

3. 공급망의 수직적통합 : 스타트업의 생산공장 인수

 

스트라입스는 이번달 초 국내 최고의 맞춤 셔츠 공장 ´드림 팩토리´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기획, 제작, 유통까지 수직적 통합을 이루게 됐다. 드림팩토리는 국내 대기업 브랜드 중 30만원 대 이상의 맞춤셔츠를 최고급으로 생산하고 있다. 당장은 드림팩토리가 만들던 제품과 스트라입스가 만드는 제품을 함께 생산할 전망이다. 향후 생산공장을 통해 기존 맞춤복 서비스를 넘어서 기성복처럼 세분화된 사이즈를 선택하는 서비스 론칭 계획도 가지고 있다.

 

4. 데이터의 통합 공급망 지원

 

스트라입스는 고객으로부터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신체사이즈, 고객주문지역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하여 의류 제조, 유통 공정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이즈 측정시 생성되는 데이터 패턴을 기반으로 패턴에 맞는 제품에 대한 제품을 추천하고 생산 프로세스 요소에 소프트웨어를 넣어 생산성을 향상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발표의 핵심은 기획, 제작, 유통까지 공급망의 수직접 통합을 통해 전국으로 사업망을 확장함은 물론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시장까지 개척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지원하는 무기는 데이터입니다.

 

이제 3년차에 접어드는 스타트업이 국내 최고 수준의 생산라인을 인수한다?

 

그리고 장차 맞춤정장 판매 서비스는 물론 기성복까지 생산, 판매, 유통하는 업체로 성장하고자 한다?

 

이제 자라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자라의 수직적 통합

 

인디텍스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은 1963년부터 콘 벡시오네스 고아(Confecciones Goa)라는 의류 제조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유통업체로부터 주문받은 의류의 생산을 전문으로 하던 콘벡시오네스 고아는 1975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독일의 한 유통업체가 주문을 갑자기 취소하자 큰 곤란을 겪게 됩니다. 급기야 오르테가 회장은 발주가 취소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그의 공장에서 아울렛 형태로 이들 제품을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의 자라(ZARA)의 탄생입니다.

민정웅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미친 SCM이 성공한다 中

 

제조업체 콘 벡시오네스 고아가 유통기능을 통합하여 만든 것이 자라입니다.

그리고 유통업체 스트라입스는 제조기능을 통합하여 성장을 꿈꾸고 있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지금부터 무서울 정도로 유사한 자라와 스트라입스가 꿈꾸는 통합 공급망의 공통점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아래부터 나오는 자라(ZARA)의 내용은 민정웅 인하대학교 교수의 저서 ´미친 SCM이 성공한다(p.236-277)´를 레퍼런스로 활용했습니다.

 

1. 왜 국내 공장인가?

 

스트라입스가 이번에 인수한 공장은 국내 공장입니다. 세계적으로 생산기지가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탈하는 중에 이런 행보는 이례적입니다. 게다가 스트라입스는 향후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질문했습니다.

 

엄기자 : 단순히 한류상품에 대한 동남아시아 고객의 선호 즉, 메이드인코리아를 위하여 한국 공장을 인수한 것인가요?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보유하는 것이 비용적으로 훨씬 경제적일텐데 한국 공장을 인수한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이대표 : 고객의 한류상품에 대한 선호 이전에 품질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현재 내부적으로 재단, 봉제, 마감 모두 한국공장의 생산품질이 우수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향후 글로벌 고객 수요가 늘어난다면 재단은 한국에서 하고 봉제는 아웃소싱을 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한국상품의 품질이 좋기 때문에 한국 공장을 인수했고, 향후 글로벌 수요에 맞춰 아웃소싱을 섞어서 사용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중이라는 것이 이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제 자라(ZARA)를 한번 볼까요?

 

자라는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을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 아웃소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포인트.

14개의 자동화된 공장은 스페인 현지에서 직접 건설,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라가 생산하는 물량의 약 60%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중 염색, 재단과 같은 자동화된 설비의 투입이 필요한 작업은 자라가 직접 수행하는 반면,

노동 집약적인 바느질은 아웃소싱을 통해 진행합니다.

 

스타일과 패션 트렌드가 중요한 제품은 자라가 직접 생산하지만,

기본 아이템과 같이 리드타임이 길고 수요의 변동이 크지 않은 제품은 아웃소싱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스페인 현지에 공장을 보유한 유통업체 자라,

그리고 한국 현지에 공장을 보유한 유통업체 스트라입스.

 

상당부분의 핵심역량과 관련된 상품을 직접 생산하고 나머지 부분은 아웃소싱하고 있는 자라,

그리고 모든 상품을 자체 생산하고자 하지만, 수요가 늘어난다면 아웃소싱 부분을 확장하고자 하는 스트라입스.

 

재밌는 것은 이 두 기업의 공통점이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2.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스트라입스는 기본적으로 주문제작 방식을 사용합니다.

고객의 주문이 발생한 이후 제작공정에 들어가는 방식이죠.

 

향후 기성복 영역으로 확장을 꿈꾸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고객의 개인화된 정보에 근거하여

제품을 생산, 배송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자라를 볼까요?

 

자라는 연간 약 1만 2천개의 스타일을 생산합니다.

 

각 스타일별로 5~6개의 색상과 5~7개의 사이즈를 만들기 때문에 SKU(Stock Keeping Unit)로 따지면 보통 1년에 30만개 정도의 SKU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자라가 특정 색상이나 스타일 등에 대한 수요를 전혀 예측하지 않은 채 소비자의 빠른 니즈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엄격한 의미에서 자라가 수행하고 있는 수요예측이라고는 원단에 대한 예측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객주문에 대응하는가?

 

수직적 통합을 통해 구축한 생산라인을 통해 그때그때 발생하는 고객 주문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죠.

소비자의 수요가 생산을 결정하는 끌기방식(Pull)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자라에 있어 공급사슬 운용의 기본 가치는 비용 절감이 아닌 속도 향상을 통한 매출의 극대화입니다.

수직통합을 통해 얻어낸 신속한 생산, 유통으로 더 많은 매출과 수익을 얻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죠.

 

고객주문이 생산을 결정하는 유통모델을 구축한 스트라입스,

고객주문이 생산을 결정하는 끌기방식 공급망모델을 사용하고 있는 자라.

 

향후 맞춤형 남성복뿐만 아니라 기성복 시장까지 공략하고자 하는 스트라입스.

고객 수요에 대응한 유연한 기성복 생산으로 크게 성공한 자라.

 

기자 간담회가 끝나고 저는 스트라입스 이승준 대표에게 인사하면서 또 하나의 질문을 했습니다.

 

엄기자 : 오늘 대표님의 발표를 들으면서 자라(ZARA)가 생각났습니다. 스트라입스는 장차 맞춤복 생산을 넘어서 보다 큰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혹시 스트라입스의 미래에 자라의 모습을 보고 계시지는 않나요?

 

이대표 : 오늘 발표에서는 직접적인 기업의 이름을 거론하기는 어려워서 말씀은 안 드렸습니다. 사실 스트라입스는 내부적으로 자라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트라입스의 궁극적인 모델은 자라와 같은 모델이 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국내 창업 3년차 스타트업 스트라입스를 통해 글로벌 패션브랜드 자라의 모습을 봤습니다.

 

서로 다른 두 기업의 현재와 미래는 상당부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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