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배송’, 다음은 ‘포장’스타트업

by 콘텐츠본부

2015년 06월 01일

글. 이강대 연세대학교 패키징학과 교수

옛 선현은 자연의 변화를 살펴 절기(節氣)를 구분하고 이에 따라 농사를 지었다. 입춘(立春)이 지나 곡우(穀雨)가 되면 논밭을 돌보며 파종을 시작하게 된다. 시장의 변화에 가장 창의적으로 대응한 스타트업은 역사적으로 큰 수확을 거머쥐었다. 과학기술기반 ICT는 개인에게 거대한 영향을 미쳤고, 이 변화를 읽고 씨앗을 준비하고 파종을 했던 서비스플랫폼 스타트업은 이미 큰 수확을 맛보았다.

 

2014년 더커머스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Alibaba)는 중국 운송그룹(China Shipping Group)과의 제휴를 통해 전자상거래 기반 물류플랫폼을 구축하였다. 알리바바는 운송환경이 열악한 중국 외곽지역에 대한 배송도 금번 플랫폼 구축을 통해 공략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이는 각국 투자금융회사의 지분투자를 늘리게 하였고,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2020년에 미국, 영국, 일본 등을 제치고 세계1위 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물류기업들인 유피에스(UPS), 페덱스(FedEx) 및 디에이치엘(DHL)은 변화를 직시하며 조심스러운 대응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막대한 투자 대비 수익 창출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물류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2014년 베트남 브리핑은 중국과는 달리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물류기업의 진출과 성장이 뚜렷한 추세임을 밝혔다. 이들 기업들의 매출성장과 베트남의 경기 호조는 더 많은 기업들의 투자를 불러들이고 있다. 현재 베트남 물류시장 규모는 약600억 달러에 이르며 1000여 개의 물류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베트남 물류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외국계 물류기업의 점유율은 약80%에 달하며 그 규모는 약 480억 달러로 추산된다.

 

베트남에 진출한 DHL은 2013년 보관창고 증축에 약 1300만 달러를 투자했고 2015년까지 약 100여대의 수송차량과 14만㎡ 보관창고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참고로 지난 2001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DHL은 연간 45%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자사의 전 세계 평균 성장률인 25%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다. 이는 향후 베트남 시장 진입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 기업에게 일단은 청신호인 셈이다.

 

2014년 월스트리트는 싱가포르 우체국(Singapore Post)이 전자상거래로 인한 물류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에 약 1억 4500만 달러를 투입하여 2016년 하반기에 완공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총 시설 규모는 55만 3000㎡로 일일 패키지처리량은 10만개 분량이다.

 

현재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전체 온라인 시장은 전체 소매영업(retail sales)의 0.2%에 불과하다. 아직은 열악한 동남아 시장인 점을 감안한다면 성장 잠재성이 상당히 크다고 여겨진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해당 지역의 인터넷 보급률이 5% 증가하고 저가의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될 경우 2015년 전자상거래 시장은 약 21억 8000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우체국은 동남아시아 최초의 전자상거래 전문 물류센터가 주변 국가 물류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으며 이는 스위스 금융그룹과 알리바바 그룹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은 싱가포르 우체국 지분을 대거 인수한 바 있다.

 

손정의 日소프트뱅크 사장은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스냅딜(Snapdeal)에 6억 20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스냅딜이 인도의 최대 전사상거래 업체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아울러 그는 향후 10년간 인도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했다. 이런 소프트뱅크의 투자의지는 인도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으며, 동시에 물류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져 주가를 대폭 상승시켰다. 현재 인도에서 아마존과 스냅딜은 자사의 배송망과 사외 물류서비스 두 가지를 사용하고 있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배송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ICT의 급격한 발전은 전자상거래를 진화시켰다. 소셜커머스도 이러한 진화의 한 단계이며 향후 1인 모바일 상거래 형태가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이 어려울 정도이다. 그것이 어떻게 진화하든 전자상거래는 필연적으로 오프라인 물류서비스를 요구한다.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의 경우는 각 국의 정치.사회.문화적 특징이 다르고 이에 따라 서비스진입 형태도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전자상거래가 어떻게 진화할지 확정할 순 없으나 오프라인 서비스에서 승패가 갈릴 것은 분명하다.

 

전자상거래를 위한 서비스 플랫폼 경쟁은 머지않아 기술적 균형점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 이후에 최후의 격전지가 오프라인 서비스가 된다는 예측은 과거 산업혁명 이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던 시장진화에 기인한 것이다. 온라인에서의 기술적 서비스 수준이 균형점에 이르게 되면 나머지 경쟁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과거에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경쟁이 옮겨갔다면 전자상거래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경쟁을 옮겨가게 된다. 결국 배송 스타트업의 답은 가치를 소비하는 고객의 현관 앞에서 얻어진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건을 받는 현관에서 고객은 어떤 가치를 기대하고 있을까? 이 가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패키징과 물류기술을 살펴보자. 2015년 국가기술표준원은 패키징 기술개발업체와 연구자 모임인 AIPIA(Active and Intelligent Packaging Industry Association)가 개발한 기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신선식품의 온도변화를 모니터링 하는 RFID 기술은 closed-loop 모델을 이용하여 신선식품의 유통 중 온도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TempTrip’s RFID 기술 솔루션이다. 이는 유제품, 신선육, 해산물에 TempTrip Ultra-frequency RFID Tag를 장착하여 공급망을 움직이는 동안의 온도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이다.

 

특정 온도에서 색상이 변하는 감온성 맥주 라벨 기술은 Molson Coors Brewing에서 나라별 선호하는 맥주 음용 온도에서 색상이 변하는 맥주병 라벨 기술이다. 미국 및 유럽에서는 4℃, 중국에서는 5~7℃에서 라벨의 색상이 푸른색으로 변하도록 한 라벨이다. 식품에 직접 인쇄하는 레이저 라벨 기술은 과일 표면의 색소를 레이저로 파괴하여 표시 사항을 인쇄할 수 있는 Natural Laser Light system 기술로서 과일의 저장수명이나 맛,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며 FDA승인을 획득한 기술이다.

 

NFC 스마트 라벨 기술은 ThinFilm에서 유통과정 중 특정온도를 넘지 않도록 온도 추적이 가능한 NFC 기반 스마트 라벨로 NFC Phone이 라벨의 신호를 감지하여 특정 온도에 근접하거나 넘으면 붉은색, 안전한 온도에서는 푸른색이 점등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로봇인쇄전자 시스템은 Functional Ink로 알려진 전자물질을 2D 또는 3D 기판에 인쇄하여 디지털 온도계, 태양전지, 센서가 부착된 패키징에 사용 가능한 기술로 잉크 분사, 열처리 등 인쇄과정을 로봇시스템으로 자동화하여 인쇄 및 기판의 재질과 크기에 상관없이 인쇄를 가능하게 한 기술이다. 식물성 항균 오일 필름 기술은 식품에 화학적 보존제를 첨가하는 대신 오레가노나 정향나무 싹에서 추출한 천연 항균제를 이용하여 Edible Film을 만들어 포장용 Plastic Bag의 안쪽에 코팅하거나 Sachet의 형태로 제공하여 곰팡이 성장을 지연하게 하는 기술이다.

 

NCC(Nano Crystalline Cellulose) 코팅기술은 목재 폐기물로 만든 투명 생분해 물질에 나노 파티클을 첨가하여 NCC를 제조, 복합필름에 코팅하여 사용하게 하는 기술이다. 식품 포장용 고차단성 포장재의 AL 호일을 대체하여 자외선, 산소, 수분 차단제 또는 물성 강화제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위약품 위조 방지를 위한 첨단 Nanopillar 인쇄기술은 사람의 머리카락 넓이보다 500배나 작은 초현미경적인 Nanopillar를 플라스틱 표면에 배열하여 습기를 포착하면 숨겨진 이미지가 나타나게 하는 제품 위조 방지기술이다. 인공 DNA 미세나모 Tag 기술은 실리카 코팅한 인공 합성 DNA와 철산화물 나노 입자를 함유한 나노 Tag를 제품에 적용하여 위조품 적발을 가능케 한 기술이다.

 

다음은 2014년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에서 발표한 미래물류의 5대 핵심성장기술이다. 이들에는 로봇(Robot), 드론(Drone),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Big data), 3D 프린터가 있다. 로봇기술은 공급망의 결정점(node)에서 필요한 시간절감,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드론기술은 배송속도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Google, Amazon, Kickstarter는 드론을 활용하여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수송수단의 도입은 각 국가의 법제도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사물인터넷기술은 공급망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신뢰성 향상, 파트너 관계개선, 대상 제품의 가시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며, 동시에 인력관리, 수요관리, 생산 및 판매관리, 운송관리, 시장모니터링, 노동자 안전, 공급망 효율성 증진에 이용될 수 있다. 빅데이터 기술은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정보를 생성하고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한 기술이다.

 

이상의 패키징과 물류기술 고찰을 통해 다음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패키징 기술은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와 같은 특정계층과 의약품, 식품과 같은 신선도 유지가 필요한 서비스를 위해 안전, 품질, 보안, 환경, 편리, 그리고 구매력 향상의 다양한 목적 달성을 위해 개발되고 ICT 접목 또한 시도하고 있다. 둘째, 물류 기술은 보관창고, 물류센터, 수송과 배송의 공급망 결절점(node)과 동선(link)에 신기술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즉, 보관창고나 센터란 공간과 수송과 배송이라는 거리상에서 발생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다. 그러나 이런 개념은 기존 패키징과 물류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패키징과 물류가 결합하기 위해 용기(container)란 매개가 필요하다. 용기식별, 상품 정보, 이력 추적과 가시화, 반복 재사용을 위한 용기회수, 용기의 자산관리는 용기 단위로 이루어진다. 즉, 공급망 결절점과 동선에서 용기는 최소 최급단위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이해는 패키징물류(packaging logistics)란 영역을 필연적으로 출현시킨다. 스타트업의 승패는 이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달려있다. 공급망 속에는 개발자, 생산자, 패키징업자, 판매자, 운송업자, 보관창고업자, 정보생산관리업자 기타의 중간수요자가 있고 최종소비자인 고객이 있다. 간과하지 말아야하는 것은 최종소비자인 고객은 자신에게 오는 중간과정의 기술들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기술에는 해당 기술의 수요자가 있다. 이들 기술 중에는 중간수요자에게 소비가 되는 기술이 있고, 최종소비자가 현관에서 직접 눈과 손으로 체감하는 기술이 있다. 스타트업이 관건이라면 고객을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최종소비자의 관심은 주문한 자신의 제품에 있다. 이들은 중간수요자에게 필요한 기술에까지 관심을 기울일 만큼 너그럽지 않다. 배송 스타트업의 답은 고객의 현관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황무지로 가서 숲이 되라
배송경쟁은 시간 경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취급품목과 성별과 연령층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것이 다르다. 속도는 중요한 경쟁도구이긴 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게 빠른 속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첫 단추는 아마도 시장 변화를 직시하는 것과 그에 맞는 패키징물류를 구현하고 서비스로 제공하는 일이다. 아마존처럼 배송서비스를 시간 단축으로 승부하기 위해서는 기존 물류센터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기존에 도심지 외곽에 위치한 거대한 물류센터의 공간은 더 작아져야 하고, 더 작아진 공간은 고객에게 더 가까이 위치해야 한다. 두 번째 단추는 기존 패키징과 물류기업이 가지고 있는 업태를 벗어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하는 일이다. 기존의 패키징과 물류기업이 주문생산만 고집한다면 소수의 기업과 이들 기업의 하청 기업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과거 국내 부산 인접지역에 밀집해 있던 컨테이너생산업체는 현재 국내에 없다. 두어 군데가 그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이며, 대부분의 시장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패키징과 물류시장 또한 그렇게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만약 관련기업이 대안을 가지지 못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중국에 그 시장을 넘겨주어야할지도 모른다.

 

거대한 자본력과 조직력을 가진 알리바바나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원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근접한 거리에서 서비스하는 것이다. B2B 물동량을 취급하는 물류센터가 그들에겐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이 집중하는 것은 B2C를 위한 현지 적정공간과 배송사업자가 더 필요하다. 싱가포르와 인도, 베트남의 예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스펙을 제시하고 거기에 맞춘 컨소시움이 제공하는 물류서비스를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배송스타트업을 위해 제일 먼저 할 것은 시장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품목을 선정하는 것이다. 급격히 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는 거품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런 까닭에 성장하는 시장보단 먼저 투자할 품목을 택하라고 하고 싶다. 기후 온난화나 식음료에 대한 수요는 제품 신선도 유지를 위한온도관리가 필요한 시장을 들추어내었고, 신선물류나 콜드체인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인구통계의 사회 경제적 변화는 실버산업이나 건강식품, 헬스케어와 같은 용어를 만들었다. 이렇게 생겨난 용어가 때로는 시장발생을 읽을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용어에 공감을 하더라도 현장에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면, 다소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현장을 직시해야한다. 왜 거대물류 기업인 유피에스, 페덱스와 디에이치엘이 중국 전자상거래의 호황과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장진입을 조심스러워 하는지는 좋은 예가 된다. 만약 누군가가 고객의 접점인 배송 스타트업을 생각한다면 황무지로 가서 전혀 새로운 무기로 승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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