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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맨의 ‘감성배송’은 실험 중….

by 엄지용 기자

2015년 02월 23일

뉴2

글. 엄지용 기자



“쿠팡맨 너어어어~ : D감기사탕 선물 감사해요~”

“쿠팡맨 멋진 것 같아요~ 기분 넘 좋아졌어요!”

쿠팡의 자체배송 프로젝트 ‘로켓배송’, 그리고 그 배송을 담당하는‘쿠팡맨(쿠팡 소속 배송기사를 일컬음)’이 소셜 커뮤니티에서 연일 화제다. 기존 택배기사들의 무성의한 문자와 달리 활기 넘치는 쿠팡맨의 메시지에 감동했다는 내용이 그 골자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누리꾼은“커뮤니티에서 연일 화제인 쿠팡맨을 보기 위해 일부러 로켓배송을 신청했다”며 기대에 가득 찬 포스팅을 남겼다.



화제의 서비스 로켓배송은 뷰티, 출산, 유아동 용품, 식품, 주방, 생활용품, 가구, 홈데코, 도서, 문구, 취미, 반려, 애완용품에 한해서 쿠팡이 직접 배송하는 서비스로 제품. 재고 관리, 배송까지 모두 쿠팡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서비스다. 로켓배송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에게는 ▲묶음 배송 ▲9800원 이상 ‘무료 배송’▲쿠팡맨이 직접 전하는‘빠른 배송’을 보장한다.



쿠팡맨은 단순히‘빠른 배송’만 제공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복장을 입고 배달하고, 두 번 이상 주문한 고객에게는 택배상자에 사탕과 엽서를 붙여서 전하기도 하는 이벤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유아동 품목을 주문한 고객의 집에는 아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벨을 누르지 않고, 노크를 하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은 기본이다. 고객들은 이런 세심한 쿠팡맨의 서비스에 감동하고 커뮤니티에 서비스를 전파하는 홍보직원을 자처하기 시작했다. 지금껏 없었던 감동의 택배 서비스가 이룩한 결과이다.



고객감동의 뒷모습 비용

쿠팡의 로켓배송은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분명히 거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로 쿠팡의 거래액은 지난해 3월 로켓배송을 실행한 동기에 비해, 1년 사이에 2배 가까운 매출 성장을 보였다. 쿠팡 홍보팀 김미화 대리는 “쿠팡맨 서비스 제공 이후, 쿠팡 이용에 대한 고객만족도가 굉장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쿠팡의 자체배송이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있을까. 쿠팡은 현재 1000여명의 배송기사를 채용해 운영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배송기사 규모를 확충하고 있다. 배송기사는 월 260만원의 기본급, 월 평균 40만원의 인센티브, 그리고 50만원의 사고보존비용을 받는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대부분 지입차를 사용하는 일반 택배회사와 달리 쿠팡은 택배차량, 유류비, 주차범칙금 등 차량과 관련된 비용을 부담한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쿠팡의 배송 서비스는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며“인건비만 치더라도 월 300만 이상 나갈 것이고, 여기에 유류비,차량감가상각비를 포함한다면 월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은 나올 것”이라 추산했다.



자체배송 에 집착할까

엄청난 비용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직접배송 서비스를 도입했고, 그 사업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쿠팡이 일반 택배 업체에게 위탁하지 않고 자체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쿠팡 설립자 김범석 사장은“고객 불만은 대부분 배송과 관련해 발생한다”며“늦고 불친절하고 포장도 엉망인 기존 택배를 극복하고 고객의 마음을 사려면 직접 배송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보아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쿠팡과 같은 유통화주의 물류업체에 대한 서비스 불만은 쿠팡 이외에도 여느 화주나 가지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 배명순 사무국장은 “화주들이 물류업체에게 요구하는 서비스 수준이 엄청나다”며“물류업체가 화주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100%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사장의 논리대로라면 모든 유통업체들은 쿠팡과 같은‘직접배송’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아니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물류 아웃소싱을 하고 있고, 사실 쿠팡 또한 마찬가지다. 쿠팡은 기존 동부택배를 통한 아웃소싱 처리 물량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으며, 직접배송은‘로켓배송’품목을 제외하고는 실행하고 있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오픈마켓 물류팀 한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를 증진시키기 위한 직접배송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었다. 그러나 직접배송이 과도한 비용 증가를 상쇄할 이익을 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만 가지고 실행하지는 못한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로스리더 , 시장을 빼앗아라

그렇다면 쿠팡이‘직접배송’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그 비밀이 쿠팡의‘로켓배송’품목에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쿠팡은 뷰티, 출산, 유아동 용품, 식품, 주방, 생활용품, 가구, 홈데코, 도서, 문구, 취미, 반려, 애완용품으로 로켓배송 품목을 한정하고 있다. 이 품목들은 대부분 ‘반복구매 상품’이면서 ‘품질 차별화가 어려운 생활용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런 제품을 구매할 때‘품질’보다는‘가격’에 집중하여 구매를 한다. 업계에서는 이런 품목들을‘로스리더(Loss Leader) ’라 칭하는데, 이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끌어오는 최대유인이 되는 품목을 말한다. 대개 이런 품목들은 소비자 구매량이 일정수준으로 한정되어 있다. 때문에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한번 유인하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한번 싸다는 것을 인식하면 쉽게 거래업체를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팡은‘생활용품’이라는 로스리더 품목을 선점하여 경쟁사의 고객들을 빼앗아 왔다. 게다가 쿠팡은 단순히 ‘가격’만으로 소비자를 유인하지 않았다. 쿠팡맨을 통한 감성배송은 소비자의 마음을 샀고, 쿠팡은 ‘로켓배송 품목’에 한해서는 어떤 경쟁사도 쉽게 쿠팡의 시장을 빼앗아올 수 없는 철옹성을 구축하였다.



이에 대해 온라인 유통업체 관계자는 “쿠팡의 로켓배송으로 인해 자사 생활용품 매출이 상당부분 감소한 게 사실”이라며 “어떤 품목을 로스리더 제품으로 특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지만, 쿠팡이 선점한 부분은 이제 쉽게 빼앗아오지 못하는 품목이 되어버려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충동구매 유도는 덤

사실 쿠팡의 로켓배송 품목은 ‘로스리더’ 제품만을 포함하지 않는다. 로스리더는 말 그대로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한 미끼이다.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제품은 아닌 것이다. 때문에 쿠팡은 소비자가 로스리더 제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쿠팡의 로켓배송은‘98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이라는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 품목을 구성하는 화장지, 세제, 식품 등 생활용품은 9800원 미만의 제품을 상당수 포함한다. 때문에 고객은 단순히 화장지를 사고자 쿠팡을 방문하더라도, 무료 배송 9800원을 맞추기 위해 다른 상품들을 구매품목에 포함시킨다. 물론 추가적으로 구매하는 품목은 로스리더 제품이 아닌 경우가 많다. 쿠팡은 경쟁업체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이런 품목들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추가 구매를 유도하고, 고객에게는 보다 싼 가격에 쇼핑을 했다는 감정을 전달한다. 당연히 쿠팡맨의 감성배송은 이런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지원요소가 되고 있다.



비용감축은 옛말, 물류로 수익창출 전통적인 물류 관점에서 보면 쿠팡의 ‘로켓배송’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아웃소싱에 비해 엄청난 비용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쿠팡의 로켓배송 물량은 택배사들이 처리하는 물량에 비해 한없이 적다. 로젠택배 소속 한 택배기사에 따르면 “한정된 지역을 할당받아 배송하는 기존 택배기사에 비해 쿠팡맨의배송 권역은 매우 넓다”고 설명했다. 이는 쿠팡이 전문 택배업체에 비해 지역물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배송 커버리지를 넓혀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것이 업계의 공론이다. 물론 커버리지가 넓어짐에 따라 비용은 더욱 증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직접배송’을고집하고 있다. 이는 비용 측면에서 물류를 바라보았다면 결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여타 경쟁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직접운송에 대해서 생각만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쿠팡은 물류를 단순히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비용을 감축하는 물류’가 아닌 ‘수익을 창출하는 물류’로 본 것이다. 쿠팡과 같이 물류를 비용 관점이 아닌 수익 관점에서 바라본 또 다른 사례는 없을까? 물론 있다. 자포스(Zappos)가 대표적인 예이다. 자포스는 비용 이전에 고객 서비스를 고려한 물류 운영을 통해 충성고객을 확충하였다.



자포스의 ▲무료배송. 반품 ▲익일배송 ▲24시간 콜센터 운영 등은 분명 비용 측면에서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이다. 심지어 자포스는 자사에 재고가 없는 제품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에게 경쟁사의 홈페이지를 알려주기까지 한다. 고객은 이런 것들에 감동하고 자포스를 다시금 찾아온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자포스의 재구매 고객율은 75%, NPS 지수는 90점에 달한다.



쿠팡 홍보팀 관계자는“로켓배송에 대한 정확한 비용은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얻은 순이익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로켓배송 시행 이후 쿠팡의 매출이 대폭 증가했고, 경쟁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상당부분 잠식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쿠팡의 물류 운영철학은 독특하다. CEO의 전략이 숨겨져 있다. 물류에‘문화’를 부여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마케팅 관점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기사’의 감동 서비스를 느끼고자 상품을 주문하는 소비자들, 쿠팡맨이 기존 택배업체들에게 던진 이 메시지는 현재 실험 중이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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