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여기에도 물류는 있다' 페스티벌‧공연‧행사를 책임지는 이벤트 물류 이야기

by 임예리 기자

2019년 12월 11일

국내 최대 물류‧‧유통 컨퍼런스 '로지스타서밋'을 위한 물류?

각종 이벤트를 만드는 물류 서비스, 무엇이 어떻게 이뤄지나

필리핀 배경 SBS 예능 '그랑블루'를 완성시킨 국제&현지 물류

 

글. 임예리 기자

 

 

누군가 ‘백조는 수면 위의 아름다운 모습을 위해 수면 아래에서 쉴 새 없이 발버둥을 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콘서트, 컨퍼런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화면 밖에서 협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과정에서 물류는 물갈퀴처럼 추진력을 더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작고 파편화된 시장이라 쉽게 볼 순 없지만, 물류는 어디에나 있고, 그 곳에도 물류는 있습니다.

 

로지스타서밋이 만들어지기까지

 

지난 4월 CLO는 ‘로지스타서밋 2019’를 개최했습니다. 장비 대여부터 케이터링, 소품 및 현장 인력 수급까지 행사를 위한 모든 과정은 CLO에서 직접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20여개 정도의 업체와 협력해 행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중에서 메인 무대였던 ‘서밋 스테이지’엔 크게 4개 팀이 참여했는데요. 프로그램을 기획한 CLO팀, 음향과 조명을 담당했던 하드웨어팀, 배치도와 현수막 등 운영 과정에 필요한 소품을 담당했던 디자인팀, 서밋 생중계와 촬영을 맡았던 카메라팀입니다.

 

그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먼저 CLO 기획팀에서 행사 프로그램과 구성을 짠 뒤, 장소를 물색합니다. 최종 대관 장소로는 대한상공회의소가 낙점됐고, 이후 대한상공회의소 측과 진행 시간, 운영 프로그램,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등에 관련된 사항을 논의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처럼, 호텔이나 코엑스 등 대관을 전문으로 하는 장소엔 스피치를 위한 기본적인 장비만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그래서 임대인 측에선 행사의 취지와 성격에 맞게 음향과 영상 업무를 전담하는 팀이나 엔지니어를 섭외합니다.

▲ 준비가 한창인 '2019 로지스타서밋'

 

CLO 역시 행사 진행에 필요한 장비나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기에 행사 진행을 이끌어갈 팀 섭외에 나섰습니다. CLO가 가장 먼저 섭외를 마친 팀은 하드웨어팀이었습니다. ‘하드웨어팀’은 흔히 이벤트 산업이라 불리는 ‘MICE* 산업’ 현장에서 음향, 조명, 무대 등의 장비나 설비를 담당하는 팀을 말합니다.

*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박람회와 이벤트(Exhibition)의 네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

 

그리고 하드웨어팀을 통해 3D 랜더링으로 좌석 배치도를 미리 설정하고 현수막이나 행사 진행에 필요한 소품 등을 맡아 관리할 ‘소프트웨어팀’과 카메라 영상팀도 섭외했습니다. 몇 번의 미팅을 거치고 난 뒤 행사 당일에 필요한 장비 설치, 인력 관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운영에 관한 세부 사항이 결정됩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경우, 대관시간이 정해져 있었기에 행사 시작 약 4시간 전에 각 팀이 필요한 장비들을 화물차나 퀵서비스를 이용해 행사장까지 가져와 세팅을 진행했고 무사히 행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벤트의 종류에 세부 사항은 달라지겠지만, 우리가 자주 접하는 박람회, 스포츠 행사, 지역 축제 등 이벤트가 진행되는 과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특히 규모가 큰 행사나 BTL*과 같은 전문 업무가 필요한 경우엔 행사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기획사나 대행사를 중심으로 이벤트가 준비되기도 합니다. 행사를 소개하는 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주최, □□주관’이라는 문구가 쓰이는 경우가 바로 이때입니다.**

* Below The Line. 전통적인 매체(TV, 신문, 잡지, 라디오) 광고를 제외한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활동. DM발송, 전시 및 매장 디스플레이, 세일즈 프로모션, 각종 이벤트, PPL 등 소비자가 직·간접적으로 소비자가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광고 행위.
** ‘주최’는 자기가 예산을 들여 행사를 기획하고 행사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고 책임을 지는 측을 말하고, ‘주관’은 주최자에게 지정을 받아 실제로 행사를 준비하는 측을 가리킨다.

 

여기에도 물류는 있다

 

국내 공연 시장은 매년 성장세에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 공연예술실태조사(2017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공연 시장 규모는 2017년 8132억 원을 기록하며 2007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8000억 원대를 넘어섰습니다. 2016년과 대비하면 8.7% 성장한 수치입니다.

 

그리고 ‘여름의 행사’하면 흔히 야외 행사를 떠올리실 수 있습니다. 드넓은 잔디밭에서 즐기는 록 페스티벌 또는 콘서트, 마라톤 대회 같은 스포츠 행사가 대표적입니다.(사실 현장, 특히 야외 행사 영역에서 7~8월은 장마나 폭염으로 인해 비수기로 인식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미 공간이 정해져 있고 내부에 기본 구조물이 설치된 실내 행사와 달리 야외 행사에선 보통 별도로 무대를 설치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필요한 인력, 설비도 많아집니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콘서트의 경우 구조물, 조명, 음향, 무대설치, 특수효과, 영상, 기타장비 등 무대 구축에만 보통 10여 개의 팀이 필요합니다.

 

가령 현재 전국투어 콘서트 중인 가수 마마무의 무대 설치에만 50여 명의 인원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해당 콘서트에서 구조물 설치를 담당한 다은시스템의 이종기 실장은 “콘서트의 경우 컨셉에 따라 무대 디자인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 사전 미팅을 통해 기획팀과 무대 도면을 확정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라며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콘서트의 경우 구조물 설치에 4~6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전했습니다.

 

이벤트 현장에선 분업화가 일반적입니다. 구조물팀이 트러스(Truss)*나 레이어 철구조물(시스템 타워)를 설치합니다. 이후 조명팀이 조명을 달고, 무대설치팀이 무대 바닥을 세우고, 특수효과 장비와 스크린, 영상 장비, 기타 장비를 담당한 팀이 이어서 자신이 맡은 장비나 설비를 설치합니다. 이 실장은 “특히 크기가 크고 무거운 트러스나 레이어 작업에는 크레인이나 지게차가 동원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직선봉을 삼각형으로 조립한 일종의 빔(beam) 재(材)로, 교량, 건축물 등의 골조 구조물로 널리 사용된다.

 

▲ 하나의 무대가 설치되는 과정. 트러스 구조물이 세워진 이후에 조명, 음향, 기타 장비 등이 순서대로 설치된다.

 

▲ 창고에 보관 중인 트러스. 트러스는 관리 부담이 적고 한 번 구매 후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가수 콘서트의 경우 300여 개의 트러스가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당연히 이벤트 시장에도 물류는 존재합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분업화 환경에선 물류 업무 역시 팀 단위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본적으로 각 역영에선 전문화된 인력이 투입되는 구조가 장비(화물)의 이동과 관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런 특성으로 인해 ‘이벤트 물류 서비스’만을 전담하는 업체가 보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쉽게 말해 각자 자신이 사용할 장비를 들고 한 곳에 모이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각 업체별로 상황과 전략에 따라 장비 관리와 화물 이동 방법은 천차만별입니다. 물류 관리 방면에선 보통은 소규모 창고나 화물차를 보유하면서 필요에 따라 외부 업체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가령, 준공식이나 기공식 등 의전행사를 전문으로 하는 다사랑기획은 음향 설비와 함께 행사 성격에 맞게 발파 설비나 무대 소품, 천막 등을 별도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민강 다사랑기획 실장은 “음향 설비의 경우 필요할 때마다 렌탈을 할 수도 있지만, 의전행사의 경우 축사가 반드시 들어가는데 이때 음향 문제가 발생하면 행사 진행에 큰 방해가 될 수 있기에 관련 인력과 장비를 내재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의전행사의 경우 비교적 진행 시간이 짧아 화물의 이동이 잦다는 것이 최 실장의 설명입니다. 그는 “의전 행사의 경우 날씨와 참가자들의 업무 스케줄을 고려해 1~2월, 7~8월을 제외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개최되고, 비교적 진행시간 짧아 하루에도 몇 번씩 장비와 소품이 이동된다”며 “자사는 별도로 화물차를 보유해 사용하고 있지만, 이처럼 투입되는 장비가 많거나 이동이 잦아질 때는 대형 화물차나 퀵서비스 등도 활용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실내 전시장부터 야외무대까지 하나의 이벤트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화물(장비)의 이동이 발생한다.

 

‘그랑블루’ 통해 보는 ‘방송 물류’ 이야기

 

앞서 이벤트 업계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장비와 인력, 업무 구조가 비슷하게 적용되는 영역이 있으니 바로 방송 분야입니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연출팀, 촬영팀, 연기자, 작가팀, 소품팀, 지원팀 등이 독립적으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서로 소통합니다. 여름특집을 맞아, 지난달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그랑블루’의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물류와 이동의 관점에서 방송 제작 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 SBS 예능프로그램 ‘그랑블루’

 

‘그랑블루는’는 수중 생태를 지키자는 취지에서 연예인들이 필리핀 바다에서 직접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수중 공원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입니다. 필리핀 올 로케이션 촬영에 ‘수중 공원’을 만든다는 목적이 있었기에 스튜디오 촬영이나 국내 야외 촬영시보다 더 많은 인력과 화물의 이동이 발생했다는 것이 제작사 측의 설명입니다.

 

그랑블루가 제작되는 과정에선 항공운송, 육상운송, 해상운송이 모두 등장합니다. 먼저 한국에서 필리핀을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사전촬영이 아닌 본 촬영이 시작되면 70여 명의 전체 스태프들과 필요한 화물(짐과 촬영장비)이 인천공항에서 집결합니다. 이후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 세부의 막탄공항에 도착하고 난 이후엔 촬영지인 카모테스 섬까지 배와 차량을 타고 2시간 정도 이동합니다.

 

국경을 기준으로 위 과정을 보면 크게 국제물류와 지역 내 운송으로 나뉩니다. 카메라나 다이빙장비 같은 전문 장비의 경우엔 한국에서 필리핀까지 국경을 넘어 이송되지만, 현지에서 공수된 목재와 석재 등은 필리핀 내에서만 이동합니다. 그랑블루 제작사인 NS커뮤니케이션스의 송대준 대표는 “전문 분야인 촬영과 다이빙의 경우 기술자들이 익숙한 장비를 사용해야 하기에 중요도를 고려해 카메라와 다이빙 수트 등과 같이 한국에서 가져갈 장비와 렌탈 혹은 구매할 수 있는 장비를 구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지에서의 이동 수단은 현지 여행사를 통해 섭외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필리핀 내에서 활용된 이동수단이 꽤나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가령 그랑블루를 보면 출연자들이 지프차를 개조해 만든 ‘지프니’를 타고 이동하거나 필리핀의 전통 배 ‘방카’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 필리핀 현지에 있는 특수한 이동수단인 ‘지프니’(왼쪽)와 ‘방카’(오른쪽). 그랑블루 측은 현지에서의 원활한 촬영을 위해 주로 현지 여행사와 코디네이터를 통해 이동수단을 섭외했다고 전했다.

 

카모테스 섬은 그랑블루팀의 베이스캠프이자 수중공원이 만들어진 곳입니다. 즉, 카모테스 섬을 중심으로 필요한 물자가 오고 나갑니다. 그런데 수중공원을 만들며 건축자재와 사람의 이동에 꽤나 잦은 이동과 그에 따른 동선 정리 작업이 발생했다는 것이 제작사 측의 설명입니다.

 

가령, 스쿠버 다이빙에 필요한 공기통과 공기통에 공기를 주입하는 컴프레서는 현지 다이빙 샵에서 공수해야 합니다. 공기통 하나론 40분 정도의 다이빙이 가능한데, 당시 출연진과 스태프, 현지 다이버들의 수와 촬영시간을 생각하면 꽤나 많은 공기통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제작팀은 여러 다이버 샵에서 공기통과 컴프레서를 구하고 이를 차량과 배를 이용해 카모테스 섬의 베이스 캠프로 옮긴 뒤 산소를 주입하고, 주입이 완료된 산소통을 다시 수중공원 건설지점까지 옮겼습니다.

 

제작팀 관계자는 “공기통의 수가 모자라 때로는 세부 섬에서까지 공기통을 구해 가져오기도 했다”며 “사전 답사에서 현지 여행사와 함께 동선과 진행 계획을 세웠는데, 해외 촬영 특성 상 현장에서 발생하는, 운송 이슈와 관련된 돌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3회로 기획됐던 그랑블루 필리핀 편은 지난달 종영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계속 제작될 그랑블루 후속편들을 기획하며 물류적 고민이 커졌다는 것이 송 대표의 소감입니다. 송 대표는 “해외 촬영 특성 상 장비 및 재고의 보관부터 사람의 이동까지 전 과정에서 물류적 이슈가 발생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예상을 운용하는 제작사 입장에서 비용과 효율을 모두 고려하며 가장 합리적인 운용 방식에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