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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4. ‘무형의 것을 지키려면?’ 할랄푸드 먹다 든 생각

by 신승윤 기자

2019년 08월 0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내추럴위크2019에 취재차 다녀왔다. 친환경 농산물부터 채식, 귀농 등 각종 부스들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할랄’부스였다. 할랄푸드를 비롯해 화장품, 의약품, 생필품 등 할랄제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고, 그 외에 할랄인증이나 할랄물류와 같은 서비스, 나아가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돕고자 부스를 마련해두었다.

 

평소 이슬람, 그리고 할랄 문화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던 나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할랄(halal, حلا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을 의미한다. 이슬람 율법상 불결한 존재인 나지스(술, 개, 돼지 등)는 할랄제품의 원료로 포함해서는 안 되며, 심지어 같이 포장하거나 운반할 수도 없다. 또한 무슬림들은 나지스와 접촉한 경우 써르투(sertu)라는 세척, 일종의 정화 의식을 진행하는데, 이는 흙을 기반으로 해야 하기에 이에 적합한 프로세스가 따로 존재했다.

 

취재와 단신 작성을 마친 뒤, 매거진용 장편기사 작성을 위해 취재수첩과 더불어 현장에서 챙겨온 각종 책자와 서적들을 하나씩 넘겨봤다. 과거 한창 이태원에 놀러 다니던 시절 몇 번이고 사원을 방문했었기에 이슬람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는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할랄이나 나지스 등과 관련해 이정도로 자세한 내용을 알아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문화를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던 중 페이스북 알람 하나가 내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다. 할랄물류와 관련된 단신에 ‘화나요’가 달린 것이다.

 

왜 화가 났을까? 살펴보니 해당 독자께서는 크리스천이신 것 같다. 순간 ‘이 기사가 종교적으로 불편함을, 또는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대한 반감이나 난민 수용 등 정치적·외교적 이슈와 엮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새로운 문화를, 시장을 알게 됐다고만 느꼈는데 말이다.

 

그와 동시에 내 머리는 재밌게도 이런 논리를 펼치더라. ‘이건 종교적인, 정치적인 내용이 아니야. 단지 유망한 시장에 대해서 다룬 기사야. 할랄은 돈이 되니까 맥도날드, 코카콜라도 뛰어드는 것 아니겠어? 그게 중요하지. 무슬림들도 현지인들의 반감을 이겨내고 세계 어디서든 할랄을 지키려면, 이게 돈이 된다는 걸 증명해야 돼. 이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야.’

 

내 주변에는 무수한 ‘무형의 것’들이 존재한다. 이슬람이라는 종교이자 사상, 철학은 누구에게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율법이요, 누구에게는 절대 수용하고 싶지 않은 악·폐습이며, 누구에게는 호기심과 탐구의 대상이 되는 문화다. 단 무형의 것을 지키길 원하는 자는 이를 이해할 의지도, 필요도 없는 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때가 온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것은 돈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팝이나 제이팝을 즐겨듣던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 내 취향에 대한 친구들의 괜한 빈정거림에 ‘미국이나 일본 음악시장 규모가 얼마나 큰데 거기서 성공한 음악들의 수준을 니가 아냐고’라 답했고, 대학을 진학하며 내가 얻고 싶은 지식에 대해 부모님께는 ‘이 분야가 취업도 잘 되는, 요즘 뜨고 있는 시장’이라 설득했으며, 즐겨보는 개인방송 스트리머에 대해서는 ‘그래서 얘가 얼마를 버는지’,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보람차고 재미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래도 연봉이 생각보다 얼마나 높은지’ 설명해 이해를 돕는 것이 편하다.

 

나는 스스로의 취향대로, 철학대로 솔직하게 이야기 하며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많다. 솔직히 행사장에서 맛본 할랄푸드는 정말 맛있었고, 새롭게 알게 된 이슬람 문화가 너무 재미있고 좋다. 이 같은 고백이 어처구니없게 테러리즘과 연결된다면 나는 돈을 활용해 방어하겠다. 전 세계 이슬람 인구가 몇 명이고, 이 시장이 얼마나 큰지 설명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홀로 몰래 이슬람 철학에 대해 공부하며, 무슬림들을 만나 그들이 지키고 있는 ‘무형의 것들’이 무엇인지 확인하며 다닐 예정이다. 알라도, 예수도 ‘돈을 사랑하지 말라’고 했지, ‘돈을 사랑하는 척 하지 말라’고 말씀하시진 않았으니까.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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