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고태봉의 TaaS 3.0] '시장' 아닌 '시간'점유율 시대, 세계는 왜 공유경제에 주목하는가

by 고태봉

2019년 03월 11일

TaaS(Transport-as-a-Service) 3.0 시대, 왜 '공유경제'인가?

전통경제의 종말과 공유경제의 도래, 이제 '시간점유율' 싸움이다

공유경제는 낯설다? 자동차와 다른 길 걸은 '항공기'에 주목하라

 

글.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1. 왜 세계는 지금 공유경제에 주목할까?

 

공유경제는 아직도 우리에게 낯설다. 소유의 효용이 훨씬 더 크다고 믿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급 외제차를 소유하고, 부촌의 고가아파트에 귀가할 때 느끼는 뿌듯함이 여전히 행복이라 믿는 시대. 아직까지 차를 나눠 타고 집을 공유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조금만 과거로 돌아가 보자.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책 대여점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만화방에서는 만화책을 수십 권씩 빌려봤으며, 처음 비디오 플레이어가 나오고는 영화나 만화가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구매했으나, 곧 비디오 대여점이 활성화되었다. 늦게 반납하면 연체료를 내는 것 또한 어색하지 않았다. 차를 공유한다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 하지만 항공기나 기차, 버스는 어떤가? 처음부터 소유가 아닌 공유형태로 비즈니스가 시작됐다. 이미 우리에게 공유라는 것은 낯선 개념이 아니었던 것이다.

 

▲ 전통경제에서 공유경제로의 이행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1년 5월 <소유의 종말>이라는 저서를 통해 산업시대는 저물고 ‘접속’의 시대가 올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여기서 접속(Access)은 인터넷 용어로서가 아닌,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저서에서 점차 사람들은 경제적 문제나 공해, 자원의 고갈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소유’를 점점 부담스럽게 생각할 것이며, 인터넷, 자동차, 주택, 전자제품, 심지어 공장과 점포까지 ‘접속’의 대상으로 삼을 것임을 말하고 있다.

▲ Server와 Client의 접속

 

소유의 대상인 재산은 시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교환할 수 있었지만, 점차 이용자들은 ‘접속’을 통해 일시적 공유로 방향을 전환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근대경제의 중요한 특성이었던 판매자와 구매자의 재산(소유권) 교환이 네트워크 관계로 이뤄지는 서버(공급자)와 클라이언트(사용자) 간 단기접속으로 변화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공유경제의 가능성을 예견한다.

 

저자가 이로부터 13년 후인 2014년 저술한 <한계비용 제로의 사회>에서도 유사한 개념이 등장한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자연 에너지나 3D 프린터, 로봇, AI로 인한 극단적 생산성 향상, 5G로 인한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발전이 가져다 줄 생산성 극대화로 기업의 한계비용은 ‘0’으로 수렴하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재화가격을 공짜로 만든다는 주장이다. 물론 재화가격은 무료지만, 부가서비스는 유료로 제공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웹 브라우저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거기서 많은 서비스 이익을 취하는 과금 형태를 연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자본주의의 태생적 성격인 ‘효율화 추구’가 결국엔 재화를 무료로 만들어 자본주의 근간을 흔들 것이란 해석을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는 결국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 라는 뉴 패러다임으로 급변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술의 원가가 ‘0’으로 수렴하는 경제에서 부가가치는 새롭게 정의될 것임도 언급하고 있다. 산업시대에 기업들은 ‘시장점유율’로 경쟁했다면, 새로운 시대에는 기업이 붙잡을 수 있는 소비자들의 ‘시간점유율’이 부가가치의 핵심이 될 것이다.

 

즉 네트워크 경제에서 부족한 것은 소비자들의 ‘관심’이지 ‘물건’이 아니라는 의미이며, 이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공유사회가 우리의 경제생활 조직 방식에 큰 변화를 줄 것이며, 빈부격차 축소를 가능케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민주화를 촉진하며, 환경적으로 보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줄 것이란 긍정적 해석을 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의 서적에서 느낀 놀라움은 공유경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2001년에 매우 정교한 예상을 했다는 데 있다. 또 ‘한계비용 제로의 사회’에서는 ‘소유의 종말’에서 내놓은 예상과 부합되게 전개된 변화들을 지켜보다가 공유경제에 대한 논리를 더 구체화시켜 경제시스템으로까지 확대시켰다. 공유경제는 일부 젊은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 경제적 대변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런 견해는 제러미 리프킨에서 그치지 않는다. NYU Stern 경영대학원의 교수인 애런 순다라라잔(Arun Sundararajan)은 그의 저서 ‘The Sharing Economy’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중간적 단계에 공유경제를 위치시키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빠른 기술발전은 일률적인 소비행태를 변화시켜 자본주의의 근간인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이로 인해 대기업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유’와 ‘고용’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이 무너지고, 그 대안적 성격으로 ‘공유경제’가 부상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개인은 대량생산의 주체인 대기업에서부터 뛰쳐나와 소기업이나 개인 기업의 독립적 사업가로 변신하게 되며, ICT의 강력한 발전으로 도움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미미하던 개인의 존재가 경제단위로 격상되고, 더 이상 소유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서 잉여경제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이 과정에서 잉여경제를 쪼개어 나누는 공유경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폐단이 극단적으로 전개된다 해도 공유경제가 만들어내는 효용 덕분에 실패한 모델인 사회주의로의 회귀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레이첼 보츠먼(Rachel Botsman)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역시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에서 유사한 내용을 언급한다. 인간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화를 지속적으로 소모(소비)해야 하는데, 자본주의의 최고조에 달한 현대에서는 과잉생산에 따른 잉여경제 발생으로 공급초과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매개기술은 급속히 발전하고, 소비행동에 큰 충격을 준 세계적 불황(Global Recession)이 발생하면서 이 둘 사이에 '협력적 소비' 필요성이 대두됐다. 즉 기술의 발전으로 SNS나 모바일 생태계가 진화하면서 실시간으로 개인 간 물물교환, 거래, 공유 활동 등이 가능해졌다. 물론 여기에는 '신뢰' 혹은 '평판'이라는 일종의 신용(Credit)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짧게 살펴봤지만, 이론과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공유경제는 단순한 유행으로 끝나는 트렌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뒤늦게 자본주의를 열심히 따르던 한국도 이제 모순과 폐단의 확산으로 가치관의 혼란을 겪을 때가 온 것 아닐까. 법적 규제와 참여자들의 갈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공유경제의 가치를 언젠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 때가 가까웠다.

 

더 나눌수록,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온다.

 

2. 공유경제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한국에서 공유경제를 낯설게 여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산업화에 가장 늦게 동참했으니 현재 우리가 아는 모습이 ‘절대적’ 기준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 모빌리티의 역사적 흐름과 소유 형태 (자료: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 Tram : 1879년 독일의 전기 회사 지멘스가 개발한 노면전차
** GAA : General Aviation Airplanes. 주된 분야는 소형항공기 분야로, 2차 세계대전 직후 각광받기 시작. 이후 경비행기 산업(Light plane industry)으로 확장. 

 

하지만 위의 그림을 보자. 기술의 발전에 발맞추어 교통수단이 발달해왔는데, 동력원과 형태에 따른 구분도 가능하지만, 사용의 형태에 따라 소유인지, 공유인지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흥미롭다. 대부분의 교통수단이 처음 수제(手製)로 제작되거나 공방(工房)형태로 생산될 때는 높은 가격과 적은 생산량으로 소유하기가 힘들었지만, 포드(Ford)의 포디즘(Fordism)으로 대표되는 대량생산 시스템이 갖춰진 이후 자동차는 대중이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당시에는 세상이 자동차로 인해 지구온난화, 교통체증, 교통사고로 인한 막대한 사회비용, 도로건설에 따른 인프라 비용, 주차 공간 확보 비용 등을 생각하기도 전에 대량생산-소유가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항공 산업의 역사를 보자. 만약 라이트형제의 비행기 발명 이후 자동차처럼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개개인이 소유하는 형태로 발전되었다면 어땠을까? 모든 운전자들이 집집마다 격납고를 가지고 활주로를 이용하며, 직장까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녔다면 도시의 구조나 풍경, 사고의 위험성 등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이 같은 소유의 구조가 정착되었다고 가정하고서 지금의 항공서비스를 상상해본다면 쉽게 받아들여졌을까? 우리가 현재 공유경제의 거센 도전으로부터 느끼는 낯섦과 동일한 거부감이 들지 않았을까?

 

실제 비행기 역시 자동차와 유사한 과정을 겪을 뻔 했다. 일반항공기(GAA: General Aviation Airplanes)의 경우를 보자. GAMA의 2016년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GAA는 연간 겨우 1,526 대 수준에 불과하다. GAA는 대형항공사에서 소유하고 있는 초대형 여객기나 군용 전투기, 화물용 항공기를 제외한, 단/복수의 피스톤엔진이나 제트엔진, 터보제트엔진 등으로 작동하는 경비행기, 민간항공기, 자가용 비행기를 통칭한다. 관광용이나 특수목적, 취미, 극소수 부자들의 자가용 비행기로 사용되기에 보편적인 ‘소유’ 개념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70여년 전인 1946년, 미국의 일반항공기 생산대수를 보면 지금의 23배 수준인 연간 3만5,000 대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 1930년 금속비행기의 출현과 엔진기술의 발전, 다수 비행기 생산업체의 등장으로 일반항공기 생산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당시 사람들은 비행기를 자동차처럼 개인이 소유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가격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하게 생산되었다. 따라서 많은 비행기 제작업체들이 이 산업에 뛰어들었고, 제2의 포드가 되려했다. 하지만 초고가인 제트엔진의 출현, 신소재의 개발로 인한 초대형 항공기의 등장, 비행장 포화, 규제강화를 비롯해 비싼 유지비용과 보험료, 감당하기 어려운 항공유로 인해 개인소유의 꿈은 점차 멀어지게 된다.

 

결국 항공 산업은 소유가 아닌 항공기 중심의 비행서비스, ‘완전 공유의 영역’으로 변하게 된다. 지금도 자가용 비행기의 경우, 1년 유지비가 평균 60-100억 원 수준이다. 사용하지 않아도 조종사 및 승무원 월급은 지급되고, 정비비, 공항 격납고 사용비도 계속해서 지출된다. 여기에 제세금과 보험료 부담도 매우 크다. 한 명의 조종사를 만드는 과정엔 잘 알려진 대로 수억 원의 교육비용도 들어간다.

 

일반항공기의 개인소유 가능성은 이처럼 멀어져 자동차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1946년을 기점으로 1970년대까지는 일반항공기의 소유가능성이 어느 정도 남아있었으나, 1차 석유파동에서 크게 충격을 받고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 2차 석유파동 이후에는 급격히 생산량이 감소하여 연간 천여 대 생산규모로 축소됐다.

▲ 시기별 GAA 기체 수 추이 (자료: Units & Billings : General Aviation Manufacturers Assn(GAMA)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 만일 민간항공기가 자동차처럼 대량생산의 역사를 거쳐 모든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시대를 열고, 이착륙이 용이한 사회적 인프라가 곳곳에 깔렸다면,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공유기반의 항공 산업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었을 것이란 점이다. 반대로 1903년 연간생산 1,708대의 작은 규모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포드가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춘 뒤 1937년 연간생산 90만 대를 넘기는 혁명적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면, 자동차 산업 역시 항공 산업처럼 버스와 택시에 의존하는 공유형태로 남아있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소유와 공유는 산업초기의 환경과 소비자들의 수용, 정치적 동의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공유에 대한 ‘낯섦’을 무작정 거부할 것이 아니라 보다 열린 마음으로 익숙해지려 노력할 때, 미래의 새로운 산업이 눈에 보일 것이다.

 

※ 본 시리즈는 <3. 공유경제를 가속화시키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집니다.



고태봉

연세대를 졸업한 뒤 연세대 APP(Advanced Analyst Program)을 수료했다. 이후 대우증권, Credence Asset, IBK 투자증권 기업분석부와 리서치센터를 거쳤다. 현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자, 기업분석팀 총괄팀장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국내외 대학, 은행, 기업 관련 강의를 활발히 이어오고 있으며, 2016년 조선일보-FnGuide 베스트애널리스트 1위 등 2009년부터 지금까지 한국경제신문, 매일경제신문 및 각종 언론사 베스트애널리스트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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