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풀필먼트센터에선 무슨 일을 하나요?

by 박찬재

2018년 09월 28일

'물류'하면 택배만 떠오른다? 이커머스 물류의 핵심 '풀필먼트'

오퍼레이팅, 프로세스 개발, B2B 세일즈, 데이터 과학 등등…

다양한 직종 간 국경없는 협업을 원하는 자, 풀필먼트에 도전하라

 

글.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

 

Idea in Brief

 

신세계, 롯데 등 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의 이커머스 전쟁이 임박했다. 조 단위의 투자를 쏟아붓는 와중, 온라인과 모바일 DNA를 가진 업체들의 반격의 서막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커머스와 물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흔히 생각하는 ‘택배’가 전부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커머스와 함께 성장하는 산업 중에 ‘풀필먼트’가 있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니까 까대기만 치는 것 아니냐고? 천만만만이다. 풀필먼트 업종에선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왜 매력적인지, 까대기부터 경험해본 필자의 눈으로 설명해본다.

 

롯데 3조 원, 신세계 1조 원, SK 5,000억 원. 대형 유통사들이 최근 조 단위로 이커머스에 특화된 물류 투자 소식을 던졌다. 바야흐로 ‘70조원’의 이커머스 시장, 그리고 ‘한국의 아마존’ 타이틀을 건 유통 공룡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지려 한다.

 

이커머스의 성장은 물류의 성장을 이끈다. 대표적인 게 고객접점을 마무리하는 ‘택배’다. 그리고 또 하나. 택배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으니. 이커머스 판매상품의 입출고, 포장을 포괄하는 물류센터 운영 영역의 ‘풀필먼트(Fulfillment)’다. 아마존의 성장 동인이었던 풀필먼트가 치열해지는 이커머스 전장의 경쟁력으로 떠오른다.

 

아마존이 풀필먼트로 39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하던가. 향후 몇 년간 한국의 ‘창고업’ 역시 수천, 수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고, 그 중 일부는 CLO(Chief Logistics Officer) 급의 리더로 전장을 이끌어나갈 것이다. 특히 이커머스와 물류가 융합되면서 만들어진 ‘풀필먼트’는 타업종에 비해 전문가 층이 얇다. 즉, 희소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전문성을 확보할 수있다는 뜻이다.

 

풀필먼트가 물류센터 일자리라고 해서 창고에서 박스 까고, 포장 테이프 붙이는 일만 할 것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물류는 업의 특성상 이종(異種)이 결합될 수밖에 없다. 산업간 융합이 만들어내는 종합 예술이라 해도 과언 아니다. 비단 물류전문가라는 단면적인 성장이 아니라 굉장히 입체적인 경력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풀필먼트를 만드는 이들은 누구이고, 무슨 일을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일반인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던 풀필먼트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① 오퍼레이터, 물류센터의 마에스트로

 

물류센터에서 성장한 이들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수요가 많은 직업으로 센터장급 오퍼레이터를 꼽을 수 있다. 오퍼레이터는 현장에서 수십, 수백명의 팀원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강력한 카리스마나 성품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건은 풀필먼트 프로세스를 A부터 Z까지 속속 경험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각 프로세스의 디테일에 밝아야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물류센터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수많은 SKU(Stock Keeping Units)를 다루는 이커머스 물류 특성상 제품군별 특성이 거의 무한대로 상이하기 때문에 각각의 상품 특성을 이해하고, 분류할 줄 알아야 한다. 단순히 당일 출고량을 늘리기 위한 목표로 돌진하면 ‘오배송률’ 증가라는 암초를 만나기도 한다. 이커머스 산업의 특성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령 오전에는 업무량이 적고, 오후에 업무가 집중된다는 이커머스의 특징을 감안한다면 인력 운영에 대한 창의적 솔루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장을 알더라도 이커머스 셀러의 입장을 모르면 균형 있는 운영은 어렵다. 반대로 이커머스를 잘 알더라도 현장을 모르면 풀필먼트 영역의 전문성을 갖출 수 없다.

 

오퍼레이터가 이커머스와 물류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지 않으면, 그 경험부족에 대한 기회비용은 고스란히 물류센터 전체에 전가된다. 따라서 풀필먼트 오퍼레이터를 꿈꾸는 이라면 물류센터 안팎에서 일어나는 프로세스와 연관된 산업군에 대해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경험에 끊임없이 목말라야 한다.

 

② 프로세스 설계자, 최적화를 만듭니다

 

국내에 물류센터 구조(Layout)를 설계해주는 전문가는 꽤 많다. 그러나 풀필먼트에 맞는 물류 프로세스를 설계해주는 전문가는 드물다. 프로세스 설계자는 이커머스에 최적화된 물류센터 구조를 설계하는 일부터 새로운 종류의 제품이 들어오거나 이미 만들어진 물류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작업을 전담한다.

 

이들은 게임으로 비유하면 마법사와 같은 일을 한다. 물류센터를 격자단위로 설계하고 투입되는 인원들의 발자국 수까지 확인하며 동선을 예측한다. 프로세스 설계자 한 명이 수십, 수백명의 일을 쉽게 만들기도 하고, 혹은 쉬운 일을 어렵게 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대기업의 경우 이러한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시스템(Warehouse Management System)에 자연스레 녹여낼 수도 있을 것이다.

 

③ B2B세일즈 담당자, 영업을 넘어서

 

풀필먼트 업무의 대부분은 센터에 상품이 입고된 이후를 다룬다. 그러나 물류센터에 상품이 들어오는 과정인 ‘입고’가 잘못되면 그 다음 단계의 프로세스를 아무리 완벽하게 만들어놓아도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B2B세일즈 스페셜리스트는 풀필먼트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있는 셀러의 상품을 ‘입고’ 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일단 물류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이커머스 셀러들을 유입시켜야 한다. 셀러들에게 풀필먼트의 유용성을 전하고,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B2B세일즈 담당자의 역할이다.

 

여기에 더해 원활한 입고를 만들기 위해서 셀러들에 대한 프로세스 교육이 더해진다. 가령 풀필먼트 프로세스에 앞서 ‘바코드 라벨 작업’, ‘데이터 세팅’, ‘입고 표준화’ 등의 업무가 필요한데 이를 가이드 한다. 또 날마다 발생하는 CS 건들에 대한 정보 교환이 잘 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확보한다. 고객 최전선에서 B2B영업 스페셜리스트들이 활약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풀필먼트는 이미 물류 시스템을 잘 갖춘 대형 제조사와 유통사 중심의 산업이 됐을 것이다.

 

④ 커뮤니케이터, 고객과의 창구 그 이상

 

풀필먼트 커뮤니케이터는 앞서 설명한 B2B세일즈팀이 인계한 온라인 셀러들과 날마다 소통한다. 이들은 셀러들의 이슈와 비정형화된 요구를 해결해주는 진정한 해결사라 할 수 있다. 단순히 고객의 고충을 듣기만 하는 상담원이 아니다. 직접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물론 해결책을 직접 만들어내지는 못할 수도 있다. 담당 팀에 지원 요청하는 경우가 많기에, 자연히 안팎으로 탁월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때로는 당황한 셀러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커뮤니케이터는 향후 더 많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령 신세계, 롯데 등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3PL 형태의 물류서비스를 운영한다면 이 역할을 기존 MD들에게 맡기게 될 확률이 크다. 하지만 MD 인력은 CS처리에는 능할지 모르나 물류현장을 모른다. 그렇기에 제품 배송과 관련된 영역의 고객 응대를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생길 공산이 크다. 이 때 풀필먼트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한 경력자는 곧바로 리더급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⑤ 데이터 과학자, 데이터에 흠뻑 빠지다

 

데이터 과학 전문가가 업종을 막론하고 유망직종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의외로 물류와 데이터의 상관관계를 알고 있는 데이터 과학 전문가들은 드문 것 같다. 사실 풀필먼트야말로 데이터를 흡수하는 블랙홀과 같다. ‘고객 데이터’, ‘판매 데이터’, ‘물류 운영 데이터’ 등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다룰 수 있다. 그렇기에 데이터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풀필먼트는 그야말로 금광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분석하는 데이터는 향후 온라인 셀러의 매출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고, 센터내 효율성을 높이는데 활용될 수도 있다.

 

물론 풀필먼트 전문 데이터 과학자가 굉장히 유망한 직업임에 불구하고, 전문성을 쌓기는 쉽지 않다. 데이터 과학자 직군을 채용하는 물류스타트업은 아직 드물뿐더러, 사실 앞서 설명한 직군들에 비해 ‘사치’라고 여기는 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우도 그들이 소유한 데이터를 경험 없는 주니어에게 쉽사리 오픈하려 하지 않는다.

 

필자는 만약 물류 데이터를 다루고 싶은 데이터 과학 전공자가 있다면, 데이터에 관심이 많은 물류스타트업에 들어가서 실데이터를 확인하여 경험을 쌓고, 그 데이터를 통해 어떤 결과물이든 직접 만들어보길 권장한다. 그 결과물로 회사의 대표나 팀장을 설득해보자. 실제 성과(output)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⑥ 시스템 개발자, 블루오션의 핵

 

먼저 언급하지만 기존 WMS와 풀필먼트 시스템은 다르다. 일반 창고와 달리 이커머스 물류센터는 다품종에 대한 동선관리, 반품관리, 해외배송 등 다양한 특이점이 존재한다. 가령 일반 물류센터에서 익히 사용하는 DAS(Digital Assorting System)나 DPS(Digital Picking System) 같은 경우도 거래처의 숫자만큼 피킹하는 물류센터라면 효율성이 있겠지만, 거래처가 아닌 수 천 수 만개 상품의 피킹을 해야하는 B2C 이커머스 물류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커머스를 위한 풀필먼트 시스템을 개발해본 경력자가 굉장히 드물다는 것이다. 만일 풀필먼트 시스템을 개발한 경력자가 된다면 국내 몇 안되는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⑦ CBT 스페셜리스트, 세계의 매개자

 

풀필먼트 영역에서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외 D2D 배송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해당 영역이 국가별, 상품별로 얼마나 다양한 경험치가 필요한지 자연히 알게 된다. 몇 가지 예로 만약 터키에 배터리가 포함된 상품을 배송하면 바로 폐기처분 된다. 미국에 주소지를 사전 체크하지 않고 배송하여 주소 불명이 되면 자동 반송돼 반송비가 부가된다. 해외 배송은 아는 만큼 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앞으로 해외 직구 및 역직구 수요는 끊임없이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이커머스인 CBT(Cross Border Trade) 영역에 최적화된 인프라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기에 기회 또한 존재한다. 동남아 CBT 진출을 위해 마켓플레이스 라자다를 인수한 알리바바도 인프라 확충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는 단계다.

 

따라서 다양한 물류회사(Carrier)에 대한 정보와 국가별 특성, 여기에 관세와 관련된 정보까지 익히 숙지하고 있는 CBT 물류 전문가가 된다면 향후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의 글로벌화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게 될 것이다.

 

풀필먼트, 도전한다면

 

여기까지 듣고 풀필먼트 업무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이 솟구치는가. 만약 이 업무에 새롭게 진입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앞서 언급한 개별 업무 모듈에서 깊이 있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중대형 업체의 풀필먼트센터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중대형 풀필먼트센터는 이미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나 시스템이 고안돼 있을 확률이 높다. 때문에 더욱 발전된 형태의 물류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도전정신이 투철한 사람에게 ‘정형화된 프로세스’는 오히려 답답함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또 대형업체의 경우 다양한 업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큰 회사일수록 물류단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하지 못하게 될 공산도 크다.

 

이 경우 물류스타트업에 들어가 경험을 쌓는 방법을 추천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입고, 출고, 영업 등 여러 방면에서 경험을 폭넓게 쌓을 수 있다. 만일 사내에서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본인이 직접 프로세스를 설계하거나 보완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직접 바꾸거나 경험한 것들이야말로 진정한 본인의 역량이 될 확률이 크다.

 

이커머스 업체에서 판매를 경험하고 풀필먼트 경력을 쌓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이커머스 셀러 입장을 이해하고 풀필먼트 영역에 도전하는 것과, 물류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물류만 아는 사람은 출고 그 자체만 중요하다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커머스를 폭넓게 이해하는 사람은 물류를 고객 서비스로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기에 관점부터 차이가 생긴다.

 

더 폭 넓은 경험을 원한다면 글로벌로 눈을 돌리자. 시애틀로 건너가 아마존에서 근무하는 것은 어떤가. 혹은 알리바바나 라자다에서 일하거나 태국 진출을 꾀하는 국내 유통사와 함께 해외진출을 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풀필먼트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어느 선택지가 됐든 글로벌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가슴 뛰는 목표가 될 것이다. 더 많은 전문가가 국내에서 나타난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해외 진출에 있어서도 장기적인 교두보가 만들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이커머스’와 ‘풀필먼트’, ‘3PL’ 등 다양한 이름으로 포장돼있지만, 이 업의 본질은 우리의 소유욕과 소비에 있다. 과거 그것이 마트나 매장에서 수렵, 채집하는 형태로 발현됐다면, 이제 제품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대가 왔다. 이동의 주체가 고객에서 제품으로 바뀌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현재 전체 300조 소비시장 중 온라인 쇼핑의 점유율은 약 2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에 그 수치가 70%, 80%, 그 이상이 될지는 아무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변혁의 열쇠는 과거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을 대신해줄 풀필먼트에 있다.



박찬재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 및 외국어를 전공하였으며, 2012년부터 두손컴퍼니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5년 풀필먼트 서비스 '품고(poomgo)'를 런칭하여, 지금까지 100곳 이상의 이커머스 셀러들, 15,000종 이상의 제품들에 대한 물류를 수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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