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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차는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다”

by 신준혁 기자

2018년 02월 09일

택배기사 “진입불가 아파트 단지 여전히 많아... 손수레로 배송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 “아파트는 사유지... 단지 내 안전이 최우선”

국토교통부 “택배 주정차 지역 확대 및 지하주차장 진입 문제 해결할 것”

 

글. 신준혁 기자

 

인천 계양구 한 아파트 단지에 들어와 정차하고 있는 택배차량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018년 정부업무보고에서 택배차량 주정차 여건을 마련하고 과태료를 면제하는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최근 몇 년 동안 불거진 ‘아파트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 금지 논란’이 해결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현시점에서 ‘택배차량의 아파트 단지내 진입 문제’를 되짚어본다.

 

문제의 원인, 아직까지도...

 

2000년대 초, 매연문제를 해결하고 녹지 조성과 단지내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지상 주차장 없는 아파트’가 탄생했다. 기존 차가 오가던 공간에는 녹지공원과 보행도로가 조성됐다. 주민들은 단지내 조경을 더 가까이 보고 보행안전이 확보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지상에 주차장이 없는 구조’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 택배차량이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2015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택배차량의 아파트 단지 내 진입금지’가 화제가 됐다. 일부 아파트가 택배차량의 단지 진입을 거부했고,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정문에 차를 세우고 수레로 물건을 배달해야 했다. 당시 ‘택배 반송 사유’ 스티커를 붙이고 택배기사들이 해당 아파트 단지의 행위롤 ‘갑질’로 규정하고 배송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2015년 화제가 되었던 ‘택배 반송 사유’(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현재, 여전히 택배 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아파트 단지는 존재했다. 기자가 서울 강남구 일대(도곡동, 대치동 등)의 4개 아파트 단지를 직접 확인해본 결과 2개 아파트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이 금지돼있었다.

 

해당 아파트 측은 현행법 상 일반 사유지로 도로 소유권은 ‘아파트’에 있고, 택배차량 진입금지는 주민 안전을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택배기사를 향한 ‘갑질’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시공 당시 계약사항에 따르면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게 하겠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에, 이제 와서 말을 바꿀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대치동 D아파트 관리사무소 팀장은 “택배차량만 아파트 단지 안에서 사고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 차량’에 의한 안전사고를 최대한 예방한다는 방침”이라 말했다.

 

현장에선... 손수레도 지하주차장도 유명무실

 

아파트 단지 진입이 금지될 경우 택배기사들은 출입구에 차를 세우고 손수레로 물건을 옮긴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롯데택배와 우체국택배의 기사들은 “명절 특수를 맞이하여 일부 아파트 단지는 단지내 진입을 허용해주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단지 출입구에 차를 세우고 손수레로 물건을 옮긴다”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일일이 고객의 집을 찾아가지 않고, 경비실에 택배상자를 맡긴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은 부재중이 아닌데, 왜 경비실에 물건을 맡기느냐 불만을 토하기도 한다.

 

아파트 단지 안에 택배차량이 들어갈 수 없다면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는 방법이 대안이 되지만 쉽지 않다. 대부분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가 택배차량의 높이보다 낮아 진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차장법시행규칙(노외주차장의 구조·설비기준) 상 출입구는 ‘최소 2.3미터’ 높이로 지어진다. 택배차량의 전고(높이)는 ‘평균 2.3 미터 이상’이기에 주차장 출입에 어려움이 있다.

▲'지상 주차장 없는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높이. 2.3미터보다 낮은 높이의 주차장을 가진 아파트도 있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관계자는 “여전히 지상 출입을 막는 아파트가 많은데다, 대부분 지하 주차장 입구가 택배차량의 높이보다 낮아 지나갈 수 없다”며 “(이슈가 불거진)3년 전과 비교해 나아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아파트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지하 주차장도 진입할 수 없어 택배기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지상 주차장을 없애고 택배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아파트가 늘어나면 일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 덧붙였다.

 

현장에서 만난 한 택배기사는 “1,000세대에 배달하는 데 1시간 반이 넘게 걸린다. 여름엔 더운 날씨 탓에 배로 힘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높이 제한으로)지하 주차장에 들어갈 수도 없고 정문에 차를 세우면 불법 주정차 과태료까지 걱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택배기사는 “1시간이면 끝날 일이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면 3시간이 걸린다”며 “출입문에서 경비업체와 다투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택배업체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는 현장에서 기사들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택배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점도 염려했다.

 

앞서 ‘반송사유’ 스티커에 거론된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해당 스티커는 아파트 진입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개별 대리점들이 만든 것으로 안다”며 “택배기사들이 불편을 겪으면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궁극적으로 고객 불편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 될까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택배 주정차 구역 확대 및 과태료 면제’, ‘택배차량의 지하 주차장 진입 대책’ 등을 논의했다. 아파트마다 ‘외부차량 진입’에 대한 시행규칙이 다고, 폐기물·재활용 등 용역 화물차와 유치원 통학 차량은 단지내 운전이 가능한 곳도 있는 상황. 해당 정책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지 업계의 이목이 몰린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정부업무보고에서 지난해 11월 28일 발표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으로 ‘택배 주정차 구역 확대와 과태료 면제’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며 “경찰청 등 관련 부처에 협조를 구했다. 2018년 상반기에 추진 일정이 협의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지난해 택배차량의 적재함(탑) 높이를 조절하는 기술 개발에 대한 예산을 책정했고 2018년 상반기에 연구용역을 진행한다”며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택배 차량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지 못해 아파트 외부에 주·정차를 하고 손수레로 배송하는 현재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 설명했다.



신준혁 기자

시류(時流)와 물류(物流). 흐름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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