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이재홍의 회계인사이드]위기의 아이콘 ‘세일앤리스백’, 진실은?

by 이재홍

2017년 05월 07일

쿠팡부터 홈플러스까지, 그들이 '세일앤리스백'을 택한 까닭은

회계, 서류

글. 이재홍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 회계사

 

세일앤리스백이란

 

리스거래의 특이한 형태 중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back: 판매후리스)이 있다. 말 그대로 회사가 소유한 자산을 매각한 후, 그 자산을 다시 빌려 쓰는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세일앤리스백의 대상자산은 다양하다. 과거에는 주로 부동산이 대상자산이었으나 최근에는 선박, 항공기까지 다양한 자산이 거래에 이용되고 있다. 이들 대상자산의 공통점은 취득에 ‘큰 금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래 금액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자산을 매입하여 다시 리스를 해주는 리스제공자의 실체도 다양하다. 은행, 증권사, PEF(사모펀드), 리츠회사(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부동산신탁사, 부동산펀드(리츠펀드) 등이 리스 제공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세일앤리스백에 대한 오해와 진실

 

1년 전 SNS를 뜨겁게 달궜던 기사가 있다. 쿠팡 물류센터의 세일앤리스백과 관련된 기사였다.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쿠팡은 최근 인천물류센터와 경기도 이천시 덕평물류센터를 매각하기로 하고 투자기관들과 접촉하고 있다. 인천물류센터는 쿠팡이 신축한 곳이고, 덕평물류센터는 기존 휴메드물류센터가 완공되기 전 1,400억 원을 주고 선매입 한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잔금을 치러야 하는 시기가 왔는데 잔금을 치르자마자 팔려고 하는 것”이라며, “매각 후 재임차해서 쓰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머니투데이 방송 2016.02.19.)

 

이 기사는 쿠팡이 공격적인 영업 전개로 적자폭이 확대되고,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까지 이루어져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던 시점에 송고되어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기존 세일앤리스백 계약을 하는 업체 가운데는 업황 부진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 기업이 많았기 때문에 세일앤리스백은 기업의 최종적인 ‘유동성 확보 방안’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보니 쿠팡도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기사는 결국 오보로 밝혀졌고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 많은 경우 세일앤리스백은 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활용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세일앤리스백이 무엇인지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사례1. 대우조선

대우조선은 캡스톤자산운용과 1,700억 원에 건물 매도에 대한 계약식을 가졌다. 대우조선은 5월 23일 코람코를 최종 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8월 말까지 매각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투자자가 모집되지 않으면서 매각 대상을 캡스톤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대우조선 본사 사옥은 지하 5층, 지상 17층에 연면적 2만 4,854㎡ 규모다. 대우조선은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형태로 이 건물을 1년간 사용할 예정이다. 계약 만료 후엔 캡스톤자산운용 측과 재계약 여부를 논의하게 된다.(뉴스핌 2016.10.26)

 

사례2. 동국제강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동국제강은 회사의 상징이자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지난 4월 삼성생명에 매각했다. 공시된 페럼타워의 매각금액은 4,200억 원. 페럼타워는 동국제강이 34년간 본사로 사용한 서울 수하동 사옥을 지난 2007년부터 재건축해 2010년 완공한 건물이다. 공사비만 1,400억 원이 투입됐다. 동국제강은 그동안 본사 매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악재와 값싼 중국산 철강이 대거 유입되면서 동국제강은 경영난에 시달렸다. 설상가상 그룹 수장인 장세주 전 회장이 구속되면서 위기감을 높였다.(머니위크 2015.10.09)

 

이 두 사례는 업황이 어려운 조선업이나 철강산업이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타개할 목적으로 세일앤리스백을 이용한 것이다.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이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다. 특히 입지 조건이 좋은 부동산은 매각 1순위로 꼽히는데, 대우조선과 동국제강은 서울 을지로 근처에 있는 사옥을 매각함으로써 회사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두 회사는 세일앤리스백 계약으로 사옥의 이전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동국제강은 이 계약을 통해 4,200억 원의 현금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었고, 만 2년 만에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졸업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세일앤리스백 계약이 이처럼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목적으로 이용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다 다양한 목적으로 세일앤리스백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3. 홈플러스

홈플러스가 2016년 7월 14일 유경PSG자산운용과 6,000억 원 중반대의 가격에 가좌점·김포점·김해점·동대문점·북수원점 매장을 판 뒤 다시 임차해 쓰는 세일앤리스백 계약을 맺었다. 2012년도에도 홈플러스는 4개 점포(서울 영등포점, 금천점, 경기도 동수원점, 부산 센텀시티점)를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부동산펀드에 6,300억 원 규모로 매각한 바 있다. 홈플러스는 “이번 계약으로 확보한 현금은 회사 성장을 위한 투자 및 다양한 경영 활동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례4. 롯데쇼핑

롯데쇼핑도 2014 8월 백화점 2곳(일산·상인)과 마트 5곳(부평·당진·평택·고양·구미)을 6,017억 원에, 12월에는 백화점 2곳(포항·동래)과 마트 3곳(동래·천안·군산)을 5,000억 원대에 매각한 뒤 20년간 장기 임차했다. 롯데 그룹은 이를 통해 확보된 1조원의 자금을 M&A자금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문화일보.2016.7.15.)

 

조선과 건설 등의 수주산업과 더불어 세일앤리스백 계약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업종 중 하나가 유통업이다. 유통업은 점포를 열 때 입지를 고려하여 선정하기 때문에 좋은 입지의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업종에 비해 세일앤리스백 계약을 체결하기에 용이하다. 위 사례에서처럼, 롯데쇼핑과 홈플러스 등의 유통업체가 세일앤리스백 계약을 맺는 이유는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보다는 신규 출점이나 M&A 등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세일앤리스백 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회사가 꼭 위기에 처한 것이라 판단할 수는 없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개인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가격하락이 예상되고, 유망한 투자처가 있다. 그렇다면 아파트를 매각해서 전세로 사는 것이 현명한 의사결정일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세일앤리스백의 장단점

 

⓵ 리스이용자 입장

 

리스 이용자는 자산을 팔고 리스하고자 하는 기업을 말한다. 기업에서 세일앤리스백을 이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기존 사업 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2)영엽력의 훼손 없이 부족한 운영자금 충당 또는 신규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 체결 시에 리스제공자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내용의 계약이 들어간다면, 장기적으로는 리스이용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홈플러스 사례가 세일앤리스백의 이러한 장단점을 잘 보여준다. 홈플러스의 재무제표 주석을 참고하면, 2014년 기준 점포용 부동산의 매각으로 1조 2,30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되었다. 하지만 주석의 우발채무 및 약정사항을 보면, 홈플러스는 13년 동안 약 2조 8,700억 원의 리스료를 부담하게 된다. 또한 유형자산 주석에서 알 수 있듯이 리스 기간 종료 후 부동산 원상복구비 2백억 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남은 리스 기간 동안 총 2조 9천억 원을 임차료 등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평균 2,200억 원 규모이다. 2014년도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이 약 1,900억 원 정도이니, 홈플러스의 입장에서 2,200억 원의 임차료는 부담스러운 금액임에 틀림없다.

 

결국 홈플러스에 유입된 1조 원이 넘는 현금으로 매년 2,200억 원 이상의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면 성공적인 의사결정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기회비용까지 고려할 때 임차료로 지출하는 금액 이상의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홈플러스의 세일앤리스백 계약은 다소 아쉬운 의사결정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⓶ 리스제공자 입장

 

리스제공자 입장에서는 부동산을 매입함과 동시에 임차인이 확정되는 것이므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펀드 조성으로 참여자들이 큰 금액을 나누어 부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시세차익은 불확실한 부분이기 때문에 동시에 투자 리스크가 되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한 홈플러스의 경우는 리스제공자가 안정적인 임대료로 수익을 얻은 사례로 참조할 만하다. 한편 리스제공자가 시세차익을 얻은 예로는 2003년 코크랩 3호가 한화증권 여의도 사옥을 1,383억 원에 매입한 후 2008년 3,201억 원에 재판매하여 1,818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사례가 있다. 또한 코크랩 1호는 한화의 장교동 현암빌딩을 1,860억 원에 매입 후 2007년 2월에 3,500억 원에 매각하여 1,640억 원의 차익을 거둔 바 있다. 5년 동안 100%가 넘는 시세차익을 올린 것이다.

 

결국 세일앤리스백 계약을 통해 리스이용자는 일시에 거액의 자금조달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여 재무구조 개선이나 신규투자에 사용할 수 있고, 리스제공자는 안정적이고 충분한 임대료 수익과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듯 상호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최근 세일앤리스백은 더욱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세일앤리스백 재무제표 분석 방법

 

세일앤리스백은 리스제공자(펀드 등)와 리스이용자(판매기업)의 사적계약이므로 거래구조는 만들기에 따라 복잡할 수도 단순할 수도 있다. 주로 거래가 복잡해지는 까닭은 리스제공자의 매입자금이 부족해 투자자들을 모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 참여자의 수익률을 고려하다 보니 거래구조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리스이용자 입장에서는 복잡할 이유가 없다. 비싼 값에 팔고 싼 값에 임대하면 그만이다. 일반적으로 세일앤리스백은 리스료와 판매 가격을 일괄적으로 협상하기 때문에 리스료와 판매 가격은 서로 영향을 준다. 부동산 매각 가격이 높게 책정되면 임대료가 높아지고, 매각 가격이 낮으면 함께 임대료가 낮아지는 구조이다.

 

세일앤리스백 계약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거래를 금융거래로 보는지 임대차거래로 보는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계에서는 금융거래로 보이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금융리스계약’이라고 하고, 임대차거래로 보이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운용리스계약’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조건은 무엇일까? 리스이용자가 ‘우선매수권’을 가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우선매수권은 ‘다른 사람보다 내가 먼저 살 수 있는 권리’ 정도의 옵션으로 보면 되는데, 리스이용자가 이 우선매수권을 가진다면 그것은 금융거래로 간주된다. 특히 자산을 매각한 회사가 시가보다 매우 낮은 가격에 우선매수권을 가진다면 결국 판매한 자산을 다시 사들일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를 ‘할부금융거래’로 본다. 정리하자면 금융리스계약의 경우 현재 판매는 했지만 다시 할부로 자산을 매입한 금융거래로 보는 것이고, 운용리스계약은 아파트 월세 계약처럼 매월 임대료를 지급하는 단순 임대차계약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리스의 경우 재무상태표에 부동산의 취득에 따라 자산이 증가하며, 그에 따라 미래에 상환해야 할 부채도 증가한다. 반면 운용리스는 자산이나 부채의 증가·감소 없이 매월 내는 임대료만을 비용으로 인식하면 된다. 요컨대 세일앤리스백 계약이 금융리스로 처리될 경우 자산과 부채가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의 효과는 볼 수 없다. 자기자본이 50이고 부채가 50이어서 부채비율이 100%였다가,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50씩 증가하면 자기자본은 50으로 동일하지만 부채는 100이 되므로 부채비율은 200%가 된다. 오히려 부채비율은 증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무구조 개선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운용리스 형태로 계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기가 아닌 전략, 오해는 금물

 

부동산 투자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현대자동차가 삼성동 한전사옥의 매입자로 선정되자 많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일었다. 11조 가량의 큰돈을 회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이나 M&A 자금으로 쓰지 않고, 회사 사옥을 짓기 위해 투자한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굳이 나서 현대차의 입장을 변호하자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차후 기업의 위기 상황이나 사세 확장 시에 든든한 유동성이 되기도 한다.

 

물류센터에 대한 쿠팡의 투자도 같은 맥락이다. 소프트웨어와 R&D투자도 중요하지만 일정 수준의 실물 부분 투자는 회사의 체력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세일앤리스백 계약도 회사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일앤리스백에 대해 살펴보았다. 저금리와 경제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한편, 기존사업의 훼손 없이 유동성 위기 타파나 신규투자를 위한 자금이 필요한 기업도 늘고 있다. 리스이용자와 제공자 간의 윈윈(Win-Win) 전략으로서 세일앤리스백 계약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까닭이다.



이재홍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와 재무자문업무를 수행하였으며, 2012년부터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에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기업전략수립과 회계, 세무자문(가업승계, 상속세 및 증여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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