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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과 구글이 물류로 경쟁하는 세상,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7월 24일

물류산업, O2O플랫폼 기반 연결의 시대 도래
유통, IT기업의 물류 침공, 물류기업은 무엇을 준비하나
O2O플랫폼에 닥친 수익성 논란, 혁신인가 엑싯인가
▲ 아마존과 구글이 물류로 경쟁하는 시대다. 한 곳에서 만난 유통, IT기업은 산업간 영역 붕괴를 반증한다.
 
글. 엄지용 기자
 
모든 산업이 기술을 기반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왔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융합되는 시대 속에서 연결을 주도하는 매개자의 역할은 ‘플랫폼’에게 돌아갔다. 플랫폼의 핵심은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연결시켜 선순환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관계자들을 모아서 선순환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사람들을 모으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플랫폼과 같은 경우에는 시간뿐만 아니라 거대한 투자비용이 지속적으로 타들어가기도 한다.
 
연결의 시대가 몰고온 변화는 물류업계에도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스스로가 ´물류´를 하고 있다고 생각지도 않던 O2O플랫폼이 그 변화의 주역이 된 것은 또 다른 역설이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덤앤더머스´, ´두바퀴콜´을 인수하면서 플랫폼을 넘어선 오프라인 물류사업에 진출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인수한 각각의 업체는 ´신선식품´ 및 ´이륜차´ 배송망을 구축한 업체다.
 
카카오는 교통 O2O 전선에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카카오택시의 성공을 기반으로 고급택시 카카오블랙, 대리운전 플랫폼 ´카카오드라이브´를 연이어 론칭하며 오프라인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가 지난해부터 이륜차 프로그램 업체와 배달 및 이륜차 물류스타트업 관계자를 만나서 시장조사 및 업무제휴를 추진했던 것을 감안했을 때 카카오의 퀵업계 진입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전망이다.
 
쿠팡은 어떠한가. 쿠팡은 스스로를 IT업체라 규정한다.(정확히 표현하면 ´모바일 다이렉트 커머스´다.) 그러나 쿠팡이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천문학적인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을 부인하는 이들을 찾기는 어렵다. 최근 쿠팡은 기존 3PL 물류업체 담당자들을 역임하고자 움직이고 있다. 이는 현재 쿠팡의 직매입 물량만 처리하고 있는 로켓배송이 3PL을 포괄하는 서비스로 변화할 수 있는 전신호다.
 
앞서 언급한 세 업체의 공통점은 이들의 시작은, 심지어 지금까지도 ´물류업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한 이들은 각각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물류를 실험하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 업체들이 모두 수많은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쿠팡은 지난해 각각 248.8억, 52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물론 우아한형제들은 올 2월부터 흑자구조로 전환했다고 이야기하지만, 물류부문인 ´배민라이더스´의 통계자료는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배민라이더스는 최근 지역확장과 함께 기존 월급제 기사와 ´지입기사´를 동시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O2O분야에서의 수익성 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의 첫 번째 O2O수익모델인 ´카카오 드라이브´가 기존 업체들의 반발로 쉽사리 시장파이를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수많은 물류, O2O플랫폼이 비용을 퍼붓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이들은 과연 혁신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이전에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혁신인가, 엑싯인가. 기회는 위기로, 위기는 다시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문가와의 대담을 통해 물류산업에서 O2O플랫폼의 미래와 물류업계의 변화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Q1. 물류를 내재화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에 닥친 의문이 있다. 바로 ´비용´이다. 쿠팡을 필두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물류 내재화´에 도전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돈을 버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물류스타트업의 미래에 대해 전망해달라.
 
▲ 송상화 교수
 
A1(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은 시간도 시간이지만 많은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 온라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은 충분히 많은 사람이 모일 때까지 시간은 오래 걸릴 수 있어도 비용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사람이 모일 때까지 버티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잘 될 수 있는데, 오프라인은 계속해서 돈을 까먹는다는 것이 큰 문제다. 아마존이 현재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을 태웠는지 알 것이다. 또 쿠팡은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가.
 
물류 서비스의 기반인 수용력(Capacity)은 재고(Inventory)로 남지 않고 휘발된다. 버티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한번 버티면 대박난다는 뜻도 된다. 전 세계적으로 물류 플랫폼에서 성공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기업은 미국의 우버, 중국의 디디콰이디와 같은 몇 개 기업에 불과하다. 이렇게 살아남은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가치를 갖게 될 것이며, 나머지 기업들은 결국 흡수 합병될 것이다. 제가 봤을 때 기회는 약 5년 정도 남은 것 같다.
 
Q2. 말씀해주신 것만 들어서는 굉장히 암울하다. 지금 태동하고 있는 물류스타트업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망한다는 이야기인가?
 
A2(송상화 교수) : 오프라인 플랫폼 스타트업 같은 경우 인수합병을 노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된다. 물류라는 것은 사실 연결하면 연결할수록 좋아진다. 때문에 미래에는 몇 개의 플랫폼으로 물류망이 재편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까지 도달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당장 나아가서 어느 한 동네의 절대강자가 되고 그렇게 5년 버텨보자. 모든 네트워크를 연결하길 원하는 회사들이 당신의 회사를 인수합병 안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매번 규모의 경제를 이야기하지만 사실 밀도의 경제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규모를 노리는 누군가가 전국을 노리고자 할 때 누군가가 같은 모델로 부산지역 하나만을 선점하고 있다고 하자. 전국을 노리다가 뒤늦게 들어온 후발자에겐 기회가 없을 것이다.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더욱 크게, 더욱 빠르게 나아가야 한다. 서울, 부산, 대구할 것 없이 한 번에 진출하여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힘들다. 결국 밀도의 경제 측면에서는 지역의 밀도(Density)를 사로잡은 O2O기업이 성공한다. 버티면 엑싯할 수 있다.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Q3. 산업간 영역을 넘어 수많은 유통, IT업체들이 물류를 내재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역시 자체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센터를 구축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기존 물류업을 하던 ´물류업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 민정웅 교수
 
A3(민정웅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 제가 그 답을 알았다면 바로 나가서 주식을 했거나 다른 것을 했을 것 같다. 물류기업 관점에서 분명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했다. 결국 온라인, 오프라인이라는 거대한 맥락에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는 ‘데이터’다. 온라인 쪽에서 어떠한 데이터를 가지고 올 것이며, 가지고 온 데이터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물류기업은 데이터 측면에서 헤게모니를 잃어가고 있다. 많은 물류기업들이 고객의 이름과 고객 주소정보 수준의 원시적인 데이터밖에 알 수 없다. 그런데 커머스와 같이 온라인상에서 고객을 직접 끌어 모으고 있는 기업들은 고객이 몇 시에 무엇을 검색했으며, 무엇을 좋아한다는 것과 같은 굉장히 풍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결국 물류기업이 모든 것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데이터 전쟁에서 큰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물류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데이터를 물류의 경계 안으로 끌어 당겨야 한다. 그간에 물류기업도, 유통기업도 제공하지 못한 무엇인가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Q4. 물류를 넘어선 혁신. 말은 좋지만 피상적이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가.
 
A4(민정웅 교수) : 새로운 혁신 아이디어가 등장했을 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중요한 것이 있다. 실패를 격려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성공을 숭배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반면 실패에는 한없이 가혹하다. 지금 유니콘이 된 기업들이 한 번의 실패 없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나의 성공한 기업이 있다면 그 이면에는 수십, 수백 개의 실패 사례가 존재한다. 라이트형제가 첫 비행을 이룩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를 했을까. 굉장히 많이 했다. 그 많은 실패를 했음에도 누군가는 그것을 인정해줬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도전할 수 있었고 결국 혁신은 탄생했다.
 
얼마 전 CJ대한통운이 드론 실험에 실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처음 보고 굉장히 슬프고 아쉬웠다. 혹여 이번 실패로 느낄 수 있는 불안감이 억눌림으로 다가오지는 않을까. 우리는 그들에 대해 질책보다는 격려가 더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물류가 물류를 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패, 아픔과 고통이 따라야 된다. 그리고 그 실패를 격려해줘야 한다.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분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부탁한다.
 
* 해당 기사는 지난 4월 본지 주최 로지스타서밋 2016(부제: 물류를 넘어, Beyond Logistics)의 연사 대담 (사회 : 김철민 CLO 편집국장) 및 청중 질의응답을 일부 참조했습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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