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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자의 현장까대기] 로켓배송 위법논란 총정리, 1년 반의 기록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6월 03일

엄기자의 현장까대기(열여덟번째 이야기)
로켓배송 위법논란 총정리, 1년 반의 기록
물류협회-쿠팡 공방 지속, 그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자료= 쿠팡 제공)
 
한국통합물류협회(택배위원회 위원장 : 차동호 CJ대한통운 부사장)는 지난달 30일 쿠팡 로켓배송에 대한 위법 여부를 가리는 본안소송을 제기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사실 쿠팡은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한국통합물류협회(이하 물류협회)의 위법논란 제기를 잘 방어해왔습니다. 지난해부터 몇 차례 공방이 교차되며, 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기준으로는 쿠팡 쪽의 승리로 기우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이번 물류협회의 본안소송으로 인해 택배업계와 쿠팡의 공방은 지구전으로 치닫는 모습입니다.
 
쿠팡과 물류협회의 공방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조(정의) 中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이란 다른 사람의 요구 에 응하여 화물자동차를 사용하여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 하는 사업을 말한다.

 

2.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6조(유상운송의 금지)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소유자 또는 사용자는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유상(그 자동차의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으로 화물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로서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으면 화물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할 수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 같은 경우 이중 ‘유상운송’과 ‘다른 사람의 요구’ 측면에서 위법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물류협회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으로 규정되며, 이에 따라 자가용 운행은 불법이라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쿠팡은 로켓배송이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에 포함되지 않으며, 때문에 자가용 운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본격적으로 쿠팡과 물류협회의 공방이 수면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해 1월부터입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쿠팡과 물류협회의 공방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기 : 쿠팡 로켓배송 위법논란 수면위로
 
 
처음 물류협회의 논조는 단순했습니다. 쿠팡이 ‘자가용’으로 ‘유사택배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저촉되고 있다는 이야기였지요. 쿠팡은 이에 대해 “로켓배송은 ‘매입’물량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한 운송’인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당시 물류협회는 ‘농협’의 택배진출을 막는데 집중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지난해 1월 20일 기자는 물류협회의 ‘농협 택배진출 반대성명 발표회’에 참석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한 물류협회의 의견을 물었었지요.
 
이에 배명순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 사무국장은 “쿠팡이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한 니즈가 있다면 자차 운용이 아니라 별도의 택배사와 전담망을 구축해도 하등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쿠팡은 운수사업자가 해야 할 일을 자가용차량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조용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불씨는 이미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2기 : 국토부의 유권해석, “9800원 이하 유료배송은 불법”
 
 
본격적으로 물류협회와 쿠팡의 충돌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3월 30일부터입니다. 당시 이투데이는 “국토교통부가 쿠팡의 로켓배송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56조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복수 매체의 사실 확인 결과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국토부는 로켓배송의 위법행위 소지가 높아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을 뿐, 위법 사항을 가리는 것은 법원의 역할이 될 것이라 밝힌 것입니다.
 
당시 저 또한 관련사항을 확인했었는데요. 기자의 질문에 국토교통부 물류산업과 관계자는 “쿠팡의 배송행위가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검토중인 단계로 불법이라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쿠팡과 물류협회의 충돌에 큰 불을 지핀 사건이 하나 발생합니다. 물류협회는 지난 4월 국토교통부에 쿠팡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관련하여 유권해석을 요청했었는데요.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쿠팡이 현재 9800원 이하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들에 대해 로켓배송 배송비 2500원을 명시적으로 받는 사항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이라 물류협회에 전달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물류협회는 로켓배송의 위법을 가려낼 수 있는 ‘유상운송’에 대한 근거를 확보했습니다. 쿠팡은 어떨까요? 그전까지 공식적인 대응을 하고 있지 않던 쿠팡은 이제 본격적으로 무대 위로 올라옵니다.
 
본격적인 전쟁의 서막입니다.
 
3기 : 쿠팡이 움직이다, “9800원 이하 상품, 로켓배송 철수”
 
(2015.05.26.) 쿠팡, 국토부 의견 존중하여 ‘로켓배송’ 서비스 개편 (쿠팡 보도자료)
 
쿠팡은 지난해 5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파격적인 발표를 합니다. 지난 5월 22일부로 기존 9800원 이하 주문상품에 한해 유료로 배송하던 로켓배송 서비스를 철수하고, 기존 9800원 이상 무료배송에 한해서만 로켓배송 서비스를 유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쿠팡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부’를 직접 거론하며,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존중하여 서비스를 개편했다고 밝혔습니다.
 
쿠팡 김철균 (전)부사장은 당시 “최초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행하는 단계에서 법무법인의 검토를 통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을 존중하여 서비스를 개편하게 되었다”며 “현재 로켓배송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과 호응이 높고, 주문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법적 테두리 내에서 로켓배송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 개편으로 인해 물류협회가 기존 주장하던 ‘쿠팡이 유상운송을 하기 때문에 불법이다’는 주장은 힘을 잃었습니다. 국토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사업모델을 빠르게 전환한 쿠팡이 한 차례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입니다.
 
4기 : 물류협회의 반격, “전국 21개 시도지사 로켓배송 고발, 본격 소송전 돌입”
 
 
물류협회는 쿠팡의 방어전과 같은 시기에 태세를 전환합니다.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로켓배송에 대한 위법여부를 가리기 위해 나선 것입니다. 물류협회는 지난해 5월 22일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쿠팡의 로켓배송을 전국 시도지사 21개에 고발 조치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쿠팡의 ‘반품배송’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쿠팡이 로켓배송 서비스 이용고객에게 반품비 5000원을 지급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쿠팡의 9800원 이하 배송상품 로켓배송 철수에 따라 사그러드는 것 같았던 ‘유상운송’ 논란이 재점화됐습니다. 물류협회는 ‘반품비 5000원’을 받고 반품처리하는 것은 유상운송이라고 주장했으며, 이에 대해 쿠팡은 ‘반품비 5000원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상품을 구매하지 않은 고객에게 실비를 받는 차원’이기 때문에 유상배송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쿠팡의 반품비 논란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안이고, 향후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5기 : 쿠팡의 승리(?), “이제는 지구전이다”
 
(2015.10.07.) 부산지검 및 광주지검, 쿠팡 ‘로켓배송’에 무혐의 처분 (쿠팡 보도자료)
(2015.10.14.) 한국통합물류협회, 쿠팡 상대 가처분소송 제기 ‘로켓배송은 불법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 보도자료)
 
하지만 물류협회는 결과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물류협회의 고소건에 대해 광주지방검찰청과 부산지방검찰청은 쿠팡의 무혐의 처분을 밝혔으며, 울산광역시 중구(사건유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 또한 로켓배송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같은 시기 쿠팡은 ‘부산지검 및 광주지검, 쿠팡 ’로켓배송‘에 무혐의 처분(15.10.07.)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부산지방검찰청과 광주지방검찰청이 물류협회의 로켓배송 고발 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경찰, 지방자치단체 역시 쿠팡측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 그 골자입니다.
 
특히 쿠팡은 이번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격적인 입장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찌 보면 택배업계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공격한 것입니다. 해당 내용 전문을 참조합니다.
 
 
경찰,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로 쿠팡 측 손을 들어 줬다. 지난 7월 부산 연제 경찰서는 로켓배송의 범죄혐의 인정이 힘들다고 판단하며 자체적으로 내사종결 했다. 특히, 울산광역시 중구의 경우 ‘지난 2년간 전국적으로 2만 3천여대의 택배차량 증차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쿠팡을 제외한 전체 택배용 화물차량의 1/4정도가 여전히 자가용으로 택배배송을 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사건처분을 유보하는 결론을 내렸다.

(2015년 10월, 쿠팡 보도자료 中)

 
쿠팡은 울산광역시 중구의 코멘트를 통해 “택배업계 니들도 불법운송을 하고 있는데, 우리한테 할 말이 있느냐”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표출했습니다. 실제로 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영업용이 아닌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운행하고 있는 국내 택배차량은 8000여대에 달합니다. 물류업계 입장에서는 뼈아픈 지적일 수밖에 없지요.
 
이에 따라 쿠팡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정확히 1주일 뒤 물류협회는 ‘한국통합물류협회, 쿠팡 상대 가처분소송 제기 ’로켓배송은 불법이다‘(2015.10.14.)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물류협회에 따르면 일부 지자체는 차량번호도 특정하지 않고 해당 주소만으로는 처분이 불가능하다하여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부산, 광주 등 관할관청에서는 직접 경찰에 이첩하여 검찰에서 위반여부를 조사해 판단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었다는 것이 물류협회의 설명입니다.
 
물류협회에 따르면 검찰측이 협회가 고발한 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종결처리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사항은 ‘차량번호와 위반 여부를 담은 사진 등의 증거를 협회가 충분히 제출하지 않아서 조사가 종결됐다는 것이 물류협회의 설명입니다. 특히 물류협회는 쿠팡이 보도자료에서 주장한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의 무혐의 건’에 대해서는 확인된 사항이 없는 허위보도라 주장했습니다.
▲ 한국통합물류협회의 쿠팡 허위보도 근거자료로 제시한 진정사건 처분결과 통지문(사진= 한국통합물류협회)
 
결국 현상황에서 로켓배송의 위법여부는 국토교통부도, 법제처도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은 상황이며 장기적으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것이 물류협회의 각오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물류협회는 10월 13일 서울지방법원에 ‘쿠팡 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합니다.
 
6기 : 논란 장기화 “물류협회 치고, 쿠팡 받고”
 
(2016.02.02.) 쿠팡 로켓배송 위법성 논란 종지부 (쿠팡 보도자료)
(2016.02.03.) 물류협회 쿠팡 로켓배송 위법성 여지 있어 (한국통합물류협회 보도자료)
(2016.05.30.) 물류협회, 쿠팡 불법배송 법정에서 밝힌다 ‘본안소송’ 제기 (한국통합물류협회 보도자료)
 
물류협회와 쿠팡의 대립은 2015년을 넘어 2016년까지 이어집니다. 지난 2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1)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2) 영업권 침해 이유도 적합하지 않으며 3) 행위를 금지하지 않을 경우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에 대한 소명도 부족해 해당 사안을 기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법제처 역시 쿠팡의 위법성에 대한 명확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유보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따라 쿠팡은 2월 2일 ‘쿠팡 로켓배송 위법논란 종지부’라는 강한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검경찰, 지자체, 국토부, 법제처에 의한 연이은 판단에 따라 로켓배송의 위법성 논란은 종결됐다는 것이 쿠팡측의 입장이었습니다.
▲ 쿠팡이 보도자료와 함께 제시한 한국통합물류협회의 고소건에 대한 지자체, 검경, 정부, 법원의 판단 결과 (자료= 쿠팡)
 
물류협회 역시 쿠팡의 보도자료에 즉각적으로 대응합니다. 물류협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로켓배송 자가용 운송에 대해 행위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행위금지’에 대한 결정이지 ‘로켓배송의 위법여부’에 대한 판단은 아니라는 것이 물류협회의 주장입니다.
 
여기서 물류협회는 또 다시 ‘쿠팡의 5천원 반품건’을 언급하는데요. 물류협회는 “쿠팡이 구매자로부터 5천원을 지급받고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 등을 감안하면 이것은 무상운송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기는 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쿠팡의 로켓배송의 위법여부는 향후 ‘본안소송’을 통해 최종적으로 가려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물류협회는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로켓배송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으로 각각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물류협회의 소송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쿠팡이 상품을 매입하기는 하지만, 납품업체의 실제 대금지급은 50일 이내에 지급되기 때문에 납품업체의 대금지급 이전 상품은 매입상품이라 보기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두 번째 근거는 물류협회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논란을 제기하고 있는 쿠팡의 ‘유료 반품건’입니다.
 
결국 물류협회의 주장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다른 사람의 요구(쿠팡에게 소유권이 귀속되기 이전 상품 판매)’에 응하여 ‘유상으로 운송(유료 반품수거)’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화물자동차운송사업에 포함되고, 그렇다면 하얀색 번호판이 아닌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구매해야 된다는 주장입니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쿠팡은 이번 물류협회의 ‘본안소송’에 대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현재까지는 “이미 법제처에서 판단이 끝난 내용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물류협회의 주장은 억지”라는 것이 쿠팡의 설명입니다. 특히 물류협회가 내건 쿠팡 로켓배송 위법여부의 첫 번째 근거는 사실과 다르고, 쿠팡의 매입상품은 대금지급 시기와 상관없이 쿠팡에게 소유권이 곧바로 귀속된다는 의견입니다.
 
그러나 ‘반품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재판부가 ‘5000원 반품건’에 대해 위법소지가 보인다고 밝힌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이에 대해 “이미 과거에 법제처에서 판단이 끝난 사항이라 별달리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실상은 명확한 판단은 유보된 상황입니다.
▲ 논란이 되고 있는 재판부 판단 문구 (사진= 한국통합물류협회)
 
결국 향후 ‘본안소송’의 쟁점은 이 ‘반품배송 건’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을 존중하여 ‘로켓배송의 9800원 이하 유료배송’을 중단했던 쿠팡의 행동을 고려해봤을 때, 이번 본안소송에서 5000원 반품이 위법으로 결정되더라도 쿠팡은 다시금 ‘반품 무료배송’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현재의 쿠팡은 연이은 거액 투자유치로 충분한 총알이 확보돼있던 지난해와는 자금적인 상황이 다릅니다. ‘반품 무료배송 결정’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혹자는 본안소송 결과에 따라 쿠팡의 로켓배송 모델이 재개편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서울 모처 캠프(쿠팡의 물류거점) 기준으로 90% 이상이 비정규직인 ‘쿠팡맨’의 상황과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얼마든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물류센터’ 등이 그 근거로 이야기 됩니다. 현재 로켓배송을 지탱하고 있는 인적, 시설 인프라는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물류협회는 왜 ‘쿠팡의 로켓배송’을 1년 반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여러 차례 공방을 지속하고 있는 것일까요. 단순히 기존 택배업체의 고객사인 쿠팡의 이탈을 막고 싶어서 그런 것일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현재 쿠팡에서 판매되는 로켓배송 상품 외에 택배물량은 한진과 KG로지스가 대행하고 있습니다. 한진 관계자는 “영업과 관련된 부분이라 구체적인 수치를 말할 수는 없지만, 쿠팡의 택배물량은 한진의 전체 택배물량 대비 절대 큰 수치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쿠팡의 직접물류로 인한 고객사 이탈은 택배업체 측면에서 그렇게 큰 손해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진정 택배업계가 원하는 것은 쿠팡의 화주사 이탈을 막는 것이 아닌 ‘택배법’을 만드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택배업계는 이커머스의 활성화로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 차량의 부족문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15톤 이상의 대형차량의 숫자는 그렇게 부족하지 않지만, 생활물류의 말단을 담당하는 택배차량은 만성적인 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물류협회의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기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포괄되는 ‘택배업’을 별도로 규정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 복수 택배업체의 의견입니다.
 
물류협회에 따르면 현재 자가용 자동차로 불법영업하고 있는 택배차량은 1만 여대에 달할 것이라 추산됩니다. CJ대한통운 한 관계자는 “영업용 번호판을 달지 않고 불법배송을 하는 택배차량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자가용 불법운영을 하는 것이 적발되어 내는 벌금보다 운행을 통해 얻는 이득이 더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 밝혔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쿠팡의 로켓배송 위법논란이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던 지난해 1월 물류협회는 ‘농협’의 택배업 진출을 막기 위한 성명회를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물류협회는 ‘농협’의 택배업 진출 반대만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물류협회는 ‘우체국택배’, ‘로켓배송’ 등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포함되지 않는 유사택배행위를 이야기하며 ‘택배업’을 규정하는 새로운 제도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때문에 현재 물류협회와 쿠팡의 지속적인 위법논란 또한 택배업계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제한되지 않고 자유로운 증차가 가능한 ‘쿠팡’의 상황을 이용하여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인 ‘증차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합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 택배 등 생활물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증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화물운송시장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번 발표에 따라 택배업계가 그들이 수년 동안 염원하던 ‘택배법’을 마련할지, 쿠팡의 로켓배송이 진정 위법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벌어진 1년 반의 혈전,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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